많은 부부들을 만나면서 말이다.....

결혼5년이든 10년이든 하물며 결혼 30년에 육박하는 부부든 참으로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 오래도록 싸운다는 생각이 들더라. 아주 사소한 것. 예를 들면, 첫 번째 글에 썼던 전화문제 같은 것들 말이야.
한 쪽에서 그렇게도 전화하는 거 좋아하면 웬만하면 친절하게 받아주든가, 또 그렇게 낮에 전화하는 걸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이라면 한 쪽에서 포기하든가 하지....하는 생각을 하게 말이다.

뭐든지 시작이 참 중요한 것 같아. 사람관계도 그런 것 같아. 결혼이란 것이 어차피 일상을 함께 살아가야 하니까 뭐 내 약점을 숨긴다로 드러나지 않을 것도 아니지만서도....두 사람이 같은 전제를 가지고 시작하는 것은 참 중요한 것 같더라.
일단, '우리는 행복한 부부가 되기로 결심했다' 라는 전제를 가지고 출발하는 것 말이다. 그렇게 시작해서 보내는 1년은 부부관계의 평생을 좌우한다는 생각이 들어. 결혼하고 1년 동안은 마음껏 서로에게 헌신을 한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상대방이 젤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상대방이 특별히 싫어하는 라이프 스타일은 어떤 것인지? 그것을 들어주고 그것에 부응하려고 노력하고 그러면서 남들한테는 '으이그~ 못 봐주겄네. 깨가 쏟아지는구먼' 하는 질투도 받고 말이다.

우리 부부는 결혼하고 1년 동안 특혜 속에 살았던 것 같아. 일단 내가 대학원을 다니고 있어서 시간이 그리 빡빡하지 않았고 남편이 다니던 직장이 건강한 가정에 특별한 관심이 있는 기관이라서 배려를 많이 받았지. 주5일제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던 때인데 남편 직장에서는 토요일 특별휴가를 주면서 신혼을 즐기라는 숙제를 내줬거든. 애초부터 둘이 새로 시작하는 삶에 방해받지 않으려고 TV도 사지 않았고. 또 남편 직장에서 어디 행사가 있어서 박을 할 일이 있으면 나를 함께 데려가도록 배려해주고 두 사람만을 위해서 숙소를 따로 마련해 주기도 했어.
이런 좋은 환경 속에서 충분히 대화하고 충분히 싸우고 충분히 자신을 적절한 방식으로 노출시켰던 것 같애. 그렇게 보낸 1년 덕분에 아이가 하나 둘 생기고 부모님과 함께 사는 요즘에 와서도 별다른 에너지를 쏟지 않아도 부부관계가 기본을 유지하거든...^^

나는 좀 오버해서 이렇게 얘기해도 될 것 같아. 1년 안에 해결하지 못한 숙제는 평생을 지고 가야 할 지도 모른다고. 1년 안에 해결했으면 쉬웠을 일을 시간이 지난 다음 하려면 보다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이야. 1년 동안 두 사람이 합의하는 많은 원칙들을 세우길 바래. 싸우면서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법칙에 대해서 정해 보고, 그 원칙을 가지고 싸우며 더 좋은 원칙들을 세워보기. 각자의 삶을 존중하는 뜻에서 어떤 시간을 따로 떼어 혼자 있게 해 주기. 너무 일상에 파묻혀 있다고 느껴질 때는 둘 만의 데이트나 여행 가기.( 내 비록 시누이지만 엄마 몰래 어디서 맛있는 거 먹고, 놀러 가고 이러는 거 다 눈 감아 줄께.^^). 두 사람 성격의 가장 약한 부분을 놓고 서로 기도해주고 극복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기 등등...

이렇게 쓰다보니 이미 구약에서 하나님께서 참 기가 막힌 명령을 이미 주셨더군!

아내를 맞은 새신랑을 군대에 내보내서는 안 되고, 어떤 의무도 그에게 지워서는 안 된다. 그는 한 해 동안 자유롭게 집에 있으면서, 결혼한 아내를 기쁘게 해주어야 한다. (신명기24:5)

200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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