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 귀여워서 돌아버리겠어.

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물고 빨고 쪽쪽쪽쪽)

행복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이 충만한 느낌.

 

엄마 되기 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채윤 현승 어렸을 때 빠져들곤 했던 감정이다.

 

네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날 행복하게 한 것으로 너는 내게 최고의 선물을 줬다.

네가 먼훗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이야) 사춘기가 되어

내 앞에서 눈알을 굴리며 흰자위를 번득거린다해도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면서 '재수없어' 외친다해도

오늘 이 충만감을 떠올리며 이미 네게 받은 선물로 인해 감사하리라.

 

라고 다짐도 했었다.

 

예를들면, 이런 순간.

아침에 옹알거리는 소리는 눈을 뜬다.

동쪽으로 난 창이 있는 침실에 햇살이 가득 들어차 있다.

옆에 아기 침대. 돌이 안 된 채윤이가 난간을 붙들고 서 있다.

보송보송, 부숭부숭한 얼굴로 우리 침대 쪽을 바라보면서 

엄므.... 엄므....... 아르르르르........

엄마, 나 일어났어요. 엄마도 일어나세요.

영락없는 그 소리였다.

알람이 필요없었다. 

내 평생 그렇게 행복한 아침이 없었다.

 

 

그리고 1년 쯤 지난 어느 토요일 아침.

새로 이사한 집에선 도통 해가 들지 않아서 아침도 아침같지 않다.

토요일 늦잠을 자고 있으면 먼저 일어난 채윤이가 노래를 하고,

엄마 콧구멍을 쑤시다가 배를 타고 넘어 아빠 콧구멍을 쑤시러 가고,

뒹굴뒹굴 놀고 또 논다.

혼자 놀기 한계에 다다랐을 때 엄마를 흔들어 깨우면서,

엄마, 배보카. 쮸쮸 주에요.

아흐, 배보카!!! 이건 배고픈 것보다 천 배 만 배가 귀여운 배고픔이다.

 

 

그리고 13,4년이 지난 토요일 아침.

중간고사를 앞두고 공부 중인 채윤이가 금요일 저녁에 생각보다 일찍 자려고 한다.

내일 어차피 늦잠 잘건데 공부를 좀 더 하고 자지 그래?

아냐, 나 시험기간이라서 내일은 늦잠 안 잘 거야.

하더니 토요일 아침 식구들 식사를 다 마친 시간,

평소 토요일과 다름없는 시간에 뻔뻔하게 일어나서 '배고파'한다.

그리고  엄마보다 더 큰 손으로 식빵에 쨈 발라서 처묵처묵.

 

 

냐하하하하하하........

그래, 엄마가 이날을 위해서 13,4 년 전에 해놓은 다짐이 있어.

배고프지? 어서 무라. 많이 무라.

그래야 또 배불러서 시험공부 하다가 졸립고, 졸음 깨려고 나와서 돌아댕기지.

배보카, 배보카, 귀여웠던 채윤아!!!

엄만 이미 네게 받은 선물의 기억이 있으니까.

냐하하하하하하.......  웃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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