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플래쉬>를 본 채윤이 누나는 더욱 재즈에 빠져들어,

현승아, 누나랑 이 음악 같이 듣자했샀는,

<위플래쉬>를 같이 본 현승이, 영화는 좋았다면서도 노! 싫어. 

그러며 여전히 혼자 듣는 노래는 이런 것입니다. 

인생이란 강물 위를 끝없이 부초처럼 떠다니다가 어느 고요한 호수가에 닿으면.....

김광석 아저씨이거나

언젠가 오랜 이별 뒤에 잊혀진 나의 이름이 너의 마음 속에 되살아날 때.....

신승훈 아저씨의 발라드이거나

네모난 상자 안에 갇힌 동그란 마음..... 우린 검증받지 않은 번역가들....

따밴 이승윤 형아.

 

제 병을 제가 아는 듯,

엄마, 나 노인병 걸린 거 아닐까? 왜 나는 요즘 노래가 좋지 않고 옛날 노래만 좋지?

하더니만  병세가 악화되고 있는지 요 며칠 거실에 울려퍼지는 음악이 심상치 않습니다.

 

나 그대에게 드릴 말 있네. 오늘 밤 문득 드릴 말 있네....

이 밤이 지나가면 나는 가네 원치 않는 사람에게로.... 남겨진 웨딩케잌만.... ♬

외갓집에 가서 영화 <세시봉>을 보고 온 탓입니다.

영화와 거기 나온 노래들에 꽂혀서 결국 아빠를 꼬여 집에서 한 번 더 보고 말았습니다.

왜 그리 좋아하는지 쉽게 이해되진 않지만 그러려니 해봅니다.

채윤이는 이어폰 꽂고 '위플래시''카라반'에 목과 턱을 앞으로 뒤로 흔들흔들 흐느적 흐느적,

현승이는 볼륨을 낮추고 '조개 껍질 묶어' 몸을 통째로 삐그덕삐그덕 흔들흔들.

 

입만 열었다 하면 또 이 얘깁니다.

엄마, 송창식 아저씨하고 윤형주 아저씨하고 아직도 사이 안 좋아?

- 아저씨 아냐. 저번에 양화진 음악회에서 봤잖아. 할아버지야.

그러니까 사이가 안 좋냐고? 엄마도 세시봉 음악감상실 이런 데 가봤어?

엄마는 왜 그렇게 몰라?

- 야, 엄마는 그 영화 세대가 아니야. 다음 세대야. 세시봉은 대전 외삼촌 그 시대야.

아, 그래? 내가 개념이 없구나. 그러면 도대체 엄마는 어떤 시대야? 일제 강점기야?

- 야!!!!!!!!!!!!! 얘 진짜 개념 없네. 1945년에 해방이고 이순자 할머니가 1947년 생이거든. 아 진짜 얼척 없어.

그렇구나. 어, 나 늦었다. 빨리 가야겠다. 학교 갔다 올게 엄마.

현관 쾅.

 

이제 밤도 깊어 고요한데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 (흥얼흥얼, 계단 쩌렁쩌렁)

 

일제 강점기 세대 엄마도 설거지 하면서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다 짜증 남.

 

헤어지자 보내 온 그녀의 편지 속에 곱게 접어 함께 부친 하얀 손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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