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길, 마음의 길]

 

: 20년 동안 새벽기도 안 빠지시는 장로님이 교회와 가정에서 고통의 원인이 되는 이유에 관한 영성심리학적 고찰

 

8월에 할 강의 주제입니다. 부제가 멋지죠? 강력한 낚시효과를 위해 선정적으로 달아봤습니다.

강의주제를 뭘로 할까요? 여쭈었더니 '준비하지 않고 하실 수 있는 강의가 제일 좋죠' 하십니다. 강사의 필을 자극하는 말씀이던데요. 준비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강의란 혀 끝에서 맴도는 가장 하고 싶은 그 얘기를 하는 강의 아니겠습니까. 내 마음에 묻고 혀 끝에 와 있는 말을 정리하여 제목을 뽑으니 저러했습니다.

 

6월 말부터 카페바인에서 진행하던 에니어그램 강의 한 텀을 마쳤습니다. 정신실의 에니어그램이란 에니어그램을 위한 에니어그램이 아니라 우리의 신앙, 삶, 관계 등에서 잃어버린 길, 마음의 길에 대한 안내입니다. 유형을 찾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가는 잃어버린 길의 이정표를 찾는 여정이라고 할까요? 늘 좋았지만 그 어떤 때보다 더 좋았습니다. 이정표는 몰라서 잃은 것이 아닙니다. 알고도 못찾는 길 사랑의 길.

 

4주 강의가 입문강의와 3중심(장, 가슴, 머리) / 장중심 8,9,1번 / 가슴중심 2,3.4번/ 머리중심 5,6,7번과 마무리 강의로 진행됩니다만. 매주 마음여정에 관한 보이지 않는 주제가 따로 있지요. 1주 '나는 누구인가' 로 시작하여 4주 '지금 여기의 사랑'으로 끝납니다. 어제 진행된 마지막 강의에서는 여러 번 눈물을 닦아내야 했고, 깊은 마음의 떨림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한 분 한 분의 나눔이 소중할 뿐 아니라, 강의의 기승전결이 나눔에 다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고요. 무엇보다 이러한 내적여정의 지향점은 사랑이며 더 큰 나를 향한 더 큰 사랑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오랜 시간 세월호의 우는 자들과 함께 울어오신 자매님 한 분의 고백과 이야기는 그런 의미로 큰 가르침이 되었습니다. 그분이 말씀하셨어요. 아프고 고통스러운 현장에 하나님께서 지금 여기의 사랑으로 존재하신다고요. 이쯤 되면 강사가 강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강사가 배우는 강의가 되는 거네요. 함께 하신 분들, 그리고 언제나 사랑으로 내 곁에 현존하시는 그분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제주에서 강의하다 놀다 했습니다. 북한 출신의 대학생들 수련회였는데요. 강의하고 노는 것에 전반부를 보내다가 마지막 날에 짬짬이 학생들의 개인적인 얘기를 들으면 덜 놀고 더 상담할 걸 싶어서 미안했습니다. (아줌마가 애들도 없이 제주도에 갔는데 맘편히 놀기도 해야지 싶어 후회는 없습니다만. 이래저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케케) 아무래도 늘 만나는 청년들과는 다를 것이라 여겨 강의 준비하며 긴장도 됐는데요. 어떤 말들은 잘 전달되지 않았을 수도 있겠으나 보기 드문 긍정 에너지를 만났습니다. 이 청년들에게는 무엇보다 남다른 '감사'가 있었습니다. 왜 아닐까요? 또 우연같은 필연으로 결혼을 준비하는 사랑스런 커플을 만나 이야기 나누게 되었습니다. 고기국수와 콩국수를 사이에 두고 고민을 들으며 마음을 나눈 짧은 시간, 우리 부부의 지난 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오늘을 더 감사하며 살자는 새로운 진부함을 일깨우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홍대 카페바인 한 구석, 제주도의 오름과 어느 바닷가.

돌아와 다시 선 합정동 우리집의 싱크대 앞.

사랑은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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