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함께 쓴 결혼에 관한 책이 있는데 제목이 <와우결혼 : 와서 보라 우리의 결혼을>입니다. 와서 보라니! 이 자신감의 출처는 어디냐는 짜증 섞인 농담을 듣곤 합니다. ‘와서 우리의 멋진 결혼생활을 보고 부러워해라!’가 아니라 싸우고 두려워하고 비난하며 상처받는 신혼의 민낯이니 와서 구경들 하시라는 뜻이었습니다. 자랑보다는 일종의 고해성사라며 썼지만 결국은 교묘한 자랑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네요. 신혼 시절 그 글이 계기가 되어 시작한 연애 강사질(?) 10년이 넘었습니다. 말로 하는 전도가 힘을 잃은 시절, 건강한 가정을 일구는 것이 차라리 확실한 복음의 증거가 된다 생각합니다. 더욱이 마이크를 들고 연애와 결혼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입장에서 제 결혼생활을 잘 꾸려 가는데 마음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강의가 쇼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요. ‘그러니까 강사님, 또 행복하단 얘길 하고 싶으신 거죠?’ 물으신다면 , 연애 강의를 하는데 부끄럽지 않을 만큼 행복합니다.’ 하겠습니다. 그런데 갈수록 고민이 깊어져 이제 마이크를 꺾을 때가 됐나, 싶습니다. 사랑을 믿지 않는 이 시대에 언제 적 사랑과 행복에의 초대랍니까.

 

결혼으로 불행해지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집니다. 불과 몇 개월 전 세기의 결혼이라며 포털을 장식했던 연예인 부부의 성격차이이혼 얘기가 아닙니다. 천국 같은 가정을 꿈꾸며 오랜 배우자 기도와 기다림 끝에 가정을 이룬 새벽이슬 청년들의 결혼 말입니다. ‘차라리 결혼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요즘 저도 모르게 자꾸 하게 되는 말입니다. 페이스북의 상태연애 중으로 바꾸고 좋아요’ 100개 받을 때가 행복의 정점이었던 듯. 결혼 후 불과 몇 개월, 벌써 부부사이 대화는 단절되고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이르렀다며 눈물짓는 형제자매들을 만날 때 무력감을 느낍니다. ‘저도 결혼하면 목사님 사모님처럼 살고 싶어요. 헤헤하던 해맑은 모습을 기억하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더욱이 이들에게 와서 보라 우리의 결혼을하면서 결혼의 희망을 불어 넣었던 제 말들이 무거운 책임감과 자괴감으로 돌아옵니다. ‘결혼 17년차가 되었는데 난 아직도 남편이 좋다. 처음 사랑에 빠졌던, 황홀했던 그 가을날을 잊을 수 없지만 그때보다 지금이 더 좋아. 내 존재의 바닥까지 드러냈으나 거절당하지 않고 받아들여지는 경험, 그것이 바로 벗었으나 부끄럽지 아니하니라 하신 결혼의 비밀이야. 남편의 사랑을 통해서 사랑의 하나님을 비로소 가슴으로 느끼게 되었어.’ 미처 도울 새도 없이 이혼을 하거나 아니면 그럭저럭 행복한 부부로 연기하면서 속으론 메말라가는 사람들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이제 그만 마이크를 꺾을까.

 

그렇다고 사랑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사랑을 믿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고 해서 사랑을 말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저는 하나님 사랑을 전하고 그 사랑을 닮은 이웃사랑, 이웃 중에 가장 가까운 이웃인 배우자를 온전히 사랑함으로 누릴 하늘의 복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취직,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삼포, 오포 시대가 도래했다 해도 우리 존재의 근거를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요. 모든 사랑은 하나님 사랑이니까요. 자괴감과 무력감을 느끼면서도 여전히 행복한 결혼을 꿈꾸자며 희망의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그런데 꼭 일러둘 것이 있습니다. 꿈과 이상이 없는 삶은 슬픕니다. 살고 싶은 인생, 이뤄낼 사랑에 대한 꿈을 반드시 꾸어야 합니다. 저를 비롯한 선배들의 삶이 밑그림을 그리는데 도움이 되겠지요. ,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고 믿음의 가정에 대한 예쁜 그림을 그리십시오. 그러나 꿈과 이상은 올라야할 산과 같습니다. 땀 흘려 산에 올라야 비로소 탄성이 나오는 경치, 맑은 공기를 누리게 됩니다. 오르지 않고 바라만 보고 있을 때, 그 산은 단지 내 앞을 막고 있는 장애물일 뿐입니다. 희한하게도 믿음이 좋다는 친구들이 연애나 결혼관계에서 어려움이 생기면 해법을 찾기가 더 어렵습니다. 이상은 높은데 그것을 오르는 진짜 수고를 기도(신앙)라는 환상으로 쉽게 대체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자기를 넓히는 일입니다. 넓히기 위해서는 찢어지는 아픔을 감수해야합니다. 천국 같은 가정이라는 높은 꿈을 가졌다면, 둘이 하나 되는 사랑을 하겠다면 자아의 벽을 부수는 아픔은 필수과정입니다. 대화가 단절되고 관계가 틀어질 대로 틀어졌는데 남편이 션같은 사람으로 변화되길기도하는 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정혜영이든 행복한 선배 부부든 롤모델 삼은 그 산을 향해 땀 흘리며 올라가는 노고는 여러분 자신의 몫입니다. 애인이나 배우자라는 거울에 비춰진 내 일그러진 모습을 (어쩔 수 없이 보게 되는 상대의 일그러짐도 마찬가지)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하고 저 높은 사랑의 산정상을 향해 단 한 걸음을 내디뎌야 합니다. 다시 솔로로 맞은 새해라 조금 쓸쓸한 마음이 드나요? 그렇더라도 가능한 한 걸음입니다. 곁에 있는 친구나 동료를 이해하기 위해 내 마음자락을 한 뼘이라도 넓히려는 노력이면 됩니다. 바로 오늘 이 자리에서 사랑을 배우려는 사람에게 행복한 연애, 건강한 결혼생활의 희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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