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성탄절 하루를 보내고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 헨델의 할렐루야로부터 시작하여 성탄노래 야이기 끝입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성탄 찬양을 올해 한 번도 못 불렀네. 뭐~어게,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찬양이 뭐게? 아무도 못 맞히네. 이거야! 제가 사랑하는 성탄 찬양으로 들려 드리는 채윤이 엄마의 성탄이야기, 들어보시렵니까?

 

 

1. 그 어린 주예수 눌 자리 없어 그 귀하신 몸이 구유에 있네

저 하늘 별들이 반짝이는데 그 어린 주예수 꼴 위에 자네

 

 

내적여정에 큰 가르침을 주신 신부님께서 성탄 인사를 보내오셨습니다. 

저 심플한 마굿간 그림과 함께요.

 

" 마굿간같이....

가난하고 누추한 우리 존재 엔에 오늘도 눈부시게 거룩한 한 아기가 탄생하셨습니다.

우리의 본래의 얼굴입니다.

그 사랑에 가슴이 먹먹합니다.

성탄이 주는 위로와 평화를 함께 나눕니다. "

 

더 보탤 것 없는 말씀입니다. 이번 성탄, 그분을 맞아들이기엔 누추하고 어두운 마음을 부여 안고 헤매다 헤매다 맞이한 것 같습니다. 눈부시게 빛나는 거룩한 아기, 우리 본래의 얼굴도 그러하답니다. 짧은 메시지가 내 본래의 얼굴을 일깨우는 것만 같습니다. 누추한 마굿간에 무력한 아기로 오신 예수님, 감사합니다.

 

 

2. 저 육축 소리에 아기 잠깨나 그 순하신 예수 우시지 않네.

그 귀한 예수를 나 사랑하니 새날이 밝도록 함께 하소서.

 

 

채윤이 현승이 두 청소년과 함께 성탄 예배를 드렸습니다. 참을성도 많고 차분한 현승이가 몸을 베베 꼬고 힘들어합니다. 콱 눈빛 레이저로 기선제압 하고 싶었으나 다음 코스를 위해서 참습니다. 마지막에 전교인이 부르는 헨델의 '할렐루야'를 부르다가 셋이 터져버리고 말았습니다. 노래 부르는 내내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를 유리 방황하는 교우님이 족히 80%. 피날레에서 두 박자 쉬고 마지막 '할렐루야'를 노래해야 하는데 그 짧은 두 박자 사이에 여기저기 '하, 하, 하아....' 발 디뎌보시는 분들의 목소리에 현승이가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예배 마친 후에는 뭣이든 먹어! 어? 그래. 그거 먹어. 두 녀석 비위를 살살 맞추었습니다. 서울광정에서 열리는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성탄예배'에 데리고 가기 위해서입니다. 선뜻 가겠다고는 했으나 두분 마음 상하지 않게 모시고 다녀오는 일이 보통 일은 아닙니다. 한 시간은 일찍 시청역에 도착하여 또 일단 멕입니다. 동막골 이장님 말씀이 딱이지요. 사람들 마음을 얻는 건 그저 '뭘 좀 마이 멕여야...' 던킨도넛도 먹고, 광장에 도착하니 어묵과 커피를 나눠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어묵도 먹고. 마이 먹고 앉아 있으니 컴플레인이 별로 안 나옵니다.

 

자리 잡고 앉아 발 동동 구르며 예배를 기다리고 있는데, 있느은데~ 어, 저기 반가운 얼굴! 아주 많이 애정하는 청년 둘이 나타난 것입니다. 고난으로 따지면 우리 시대 청년들의 고난 만만치 않습니다. 게다가 두 사람 다 마음적으로 쉽지 않은 날들 보냈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대견하고 고마웠습니다. '너만 아프냐, 나도 아프다' 하는 태도로 예수님의 긍휼에 가닿을 수 없습니다. '나도 아프지만 나보다 더 아픈 당신 때문에 잠시 내 아픔을 잊었네요' 이것이 '그 순하신 예수'의 마음입니다. 반갑고 예뻐서 사진 한 장 찍어 제 마음에 남겼습니다. 예배를 기다리며 두 사람을 이 귀한 사람들을 축복하고 축뽁하고 축축뽂뽁하는 기도를 들렸습니다.

 

 

3. 주 예수 내 곁에 가까이 계셔 그 한 없는 사랑 늘 베푸시고

온 세상 아기들 다 품어주사 주 품안에 안겨 살게 하소서

 

 

성탄 이브에 어느 단톡에서 성탄인사를 주고받다 본 메시지 입니다.

 

"루하가 유치원에서 성극을 하였습니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며 길걷는 목자역할이었는데 열심히 개다리춤을 연습하여 갔습니다."

 

개다리춤을 추는 목자라니!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여 개다리춤을 추며 걷다니! 제 마음에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죠! 어린아이 같이 그분을 맞아야죠. 그 세계 최고의 기쁨은 개다리춤입니다.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주님께서 이 땅에 계실 때 왜 그리 어린 아이들을 가까이 두시고 사랑하셨는지 알 것 같지 않나요. 저 찬양 마지막절 가사처럼 '온 세상 아기들 다 품어주사....' 노래하며 기도하지 않을 수 없잖아요. 미간에 힘 딱! 주고, 심각한 표정으로 대림절기를 보낸 제 모습이 들켜버린 것 같았습니다. 춤추자! 그래 춤춰야지! 강생하신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이 우리 가운데 오셨는데 춤춰야지! ^^ 그분, 늘 언제나 늘 내 곁에 가까이 계시는 분.

 

 

 

 

 

엄마, 나 예배 드릴 때 왔다갔다 해도 돼? 호기심으로 생기 가득한 얼굴로 현승이가 물었습니다. 광장예배의 메리트 아니겠니! 마이 왔다갔다 해. 잠시 앉았다, 살짝 일어나 사라졌다, 다시 돌아와 앉아 발밑으로 꼼지락꼼지락. 한 번 나갔다 돌아올 때마다 대못을 서너 개씩 주워왔습니다. 히히, 엄마. 여기 보이지 않는 재밌는 게 많아. 연실 못을 주우러 다니더니 어느 순간 바닥에 저렇게 못으로 만다라 같은 것을 그려놓았네요. 못으로 그린 만다라! 아, 치유적이다. 2016 년 성탄절, 이렇게 마무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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