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이 되어 연애하기(..) 32

 


또래의 교회 집사님들과 요즘 애들시리즈로 끝없는 수다 중이었습니다. 모두의 격한 공감을 끌어낸 요즘 애들_예배시간 편입니다. ‘요즘 청년들 왜 그래요? 한 번은 앞에 여자 청년이 하나 앉았는데 왜 그렇게 머리를 묶었다 풀었다, 5분도 안 되어 멀쩡한 머리를 또 풀고 묶고. 바로 앞에서 그러니 예배에 집중이 안 되는 거예요.’ ‘그래도 커플만 피해 앉으면 돼요. 손잡는 건 건전하죠. 허벅지고 어디고 주무르고 만지고...’ 예배시간 스킨십 하는 커플 얘기에는 너도 나도는 할 말이 많았습니다. ‘내가 예배를 보러 간 건지 로맨스 영화를 보러 간 건지 내가 너무 고리타분한 건가? 아무튼, 너무 신경이 쓰여요.’ 예배드리다 스킨십 어텍에 시험에 들었던 간증인지 고발인지가 쏟아져 나옵니다. 명색이 연애강사로 전문가적으로 무슨 말이라도 한마디 해야 할 것 같았는데 격공의 끄덕끄덕만 하며 앉아 있었습니다.

 

사람에게 감출 수 없는 것이 세 가지 있는데 그것은 기침과 가난과 사랑이라지요. 영화 <시월애> 중의 명대사입니다. 그렇습니다. 사랑하는 사람 옆에 앉혀두고 다른 대상을 예배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사실 사랑에 빠져있다는 것은 이미 전 존재로 그를 예배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설교하시는 목사님 한 번, 옆에 앉은 그(그녀) 한 번, 목사님 한 번 그녀 한 번.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마음은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삐죽이 모양을 드러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교회나 회사에서 비밀연애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까요. 그런데도 저는 교회 같은 친밀한 집단 안에서의 연애는 당분간 비밀로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공동체보다는 당사자의 유익을 위해서입니다. 감출 수 없는 것이 사랑이라니 그 비밀이 오래 가지도 못할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써 볼 이유가 있습니다. 페이스북의 상태 알림을 연애 중으로 당당하게 바꾸는 것, 얼마나 해보고 싶었던 일입니까. 청년 예배에 나란히 앉아 손잡고 예배드리는 것도요. 이렇게 좋은 내 사랑을 자랑하지 않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요.

 

연금술에서 바스 헤르메티스’(vas hermetis : 헤르메스의 그릇)라 불리는 금을 만들 때 사용하는 그릇이 있답니다. 그 안에 납을 담고 그릇을 밀봉한 뒤 열을 가하게 되는데요. 행여 그릇이 깨지거나 금이 가서 열기가 새어나가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그릇을 테메노스’(Temenos) 즉 심리적 그릇이라고 합니다. 인간의 심리적 성장, 성숙에서 꼭 필요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새어나가지 않는 나만의 비밀이 있는 마음의 어느 곳이지요. 새어나가는 비밀이 없이 고요히 침잠한 심리적 에너지가 쌓일 때 납이 금이 되듯 심리적으로 성숙하고 통합된 인간이 되어간다는 것입니다. 금으로 단련되기 원하는 사람이라면 마음의 에너지를 단속할 일입니다. 개인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사랑은 바로 그 심리적 바탕에서 자라는 것이니 정제되어 진실한 사랑으로 무르익기 원한다면 둘만의 테메노스를 만들어 가꿀 일입니다. 사실 이것은 마음의 힘으로 만드는 것이니 비밀연애든 공개연애든 형식이 어떻든 가능한 것입니다.

 

쉽게 얘기하면, 그럴듯하게 남에게 보여주고 자랑할 것이 없어도 서로 존재로 충분하면 된다는 겁니다. 저는 송명희 시인의 시로 만든 그 이름이란 찬양을 좋아하는데요. ‘예수 그 이름, 나는 말할 수 없네, 그 사랑을 말할 수 없어서, 그 풍부함 표현 못 해서, 비밀이 되었네, 그 이름, 비밀이 되었네더욱 드러내고 뽐내고 과장하 부추기는, 노출증 권하는 투명사회를 살면서 비밀이 되는 사랑의 이름을 가지는 것, 멋지지 않습니까? 이건 좀 고급 스킬인데, 여러분에게만 공개하기로 하죠. 로맨틱 러브는 약간의 저항이 있을수록 커진단 말이죠. 함께 있어도 다 표현할 수 없는 안타까움 한 스푼, 그리움 한 스푼....,, 이런 것들이 잘 타는 연료가 되어 주지요. 어디서나 마음이 가는 만큼 스킨십하고, 보란 듯이 내 여자 내 남자만 챙겨주는 맛도 있어요. 연애가 그런 맛도 있어야죠. 하지만 살짝만 참아주며 생기는 안타까움. 안타까움이 애틋함이 되고 애틋함이 둘만의 비밀을 만들어 낼 수도 있지요. 조금씩 쌓아놓은 애틋함 포인트는 오래 두고 쓸 데가 있을 겁니다.

 

둘만의 은밀한 심리적 공간, 즉 테메노스를 구축하되 그 안에 들어가 문을 닫아걸고 있으란 것은 아닙니다. 거기에는 여닫을 수 있는 창문도 있어야 합니다. 필요할 때 활짝 열고 외부와 통해야 해요. 사랑은 반드시 더 큰 사랑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신비인 것 같아요. 더 큰 사랑을 지향해야만 지금의 사랑이 건강해진다는 것입니다. 우리 둘만 알콩달콩, 행복하게! 사랑의 특성상 이것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사랑이 자라고 성숙해진다는 뚜렷한 증거 하나는 타자를 받아들일 공간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충만해진 사랑이 테메노스에 가득 차면 흘러넘치는 것이 순리 아니겠어요. 친구, 후배, 약한 자들에게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되어 있지요. 그렇게 사랑은 더 커지는 것입니다. 더 많은 사람을 품는 연애로 자연스럽게 성숙해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요. 예배 시간 스킨십, 지나치지 않게, 조금만 삼가세요. 지나친 흡연은 건강에 해롭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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