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의 이사는 늘 부모님과 얽혀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결혼 후 첫 신혼집을 결정할 때부터 그랬습니다.
신혼집을 얻는 문제로 고심하다가 부모님이 가지고 계셨던 낡은 건물로 들어가기로 결정를 했더랬습니다.
그 때 이후로는 아이들 양육문제 등으로 이사에 대한 주도권이 우리에게 온전히 주어지질 않았습니다.
 
채윤이 학교 들어가기 전,
그러니까 올 겨울 쯤에는 진짜 부모님과 떨어져서 교회 쪽으로 이사를 가야겠다.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기로 마음을 확정한 것은 지난 여름.
여름 방학이 끝나기 전에 남편이 부모님께 말씀 드리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이사하는데 있어서 제일 어려운 문제는 돈 문제도 아니고,
어디로 갈 지를 결정하는 것도 아닙니다.
부모님께 말.씀.드.리.기가 제일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이번의 이사는 특히 부모님과 완전히 독립한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습니다.
현승이 안 보시면 하루라도 그냥 지날 수 없는 분이 아버님이시기 때문이고,
어머니 역시 늘 아니라고 하시지만 채윤이 현승이 그리고 막내 며느리 곁에 두고 함께 지내시는 것을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암튼, 두 분의 낙은 특히 아버님의 삶의 낙은 현승이인데....
 
결국 방학이 끝나기 전에 말씀 드리기로 한 계획은 지켜지질 못했습니다.
상황이 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남편이 쉽게 마음을 먹지 못했습니다.
그런 남편을 닥달하기도 해지만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주말에 올라온 남편이 주중에 묵상한 말씀을 얘기하면서,
"여보! 아브라함과 룻이 헤어지는 부분 묵상을 했는데....룻은 당시 가장 좋은 땅 소돔으로 갔잖아. 아브라함은 스스로 선택권을 가지지 않고 상황에 따르며 인도하심을 받았잖아. 그 이후의 룻과 아브라함의 행로를 보면서...
우리도 아브라함 처럼 이사하는데 인도함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 여러 가지로 답이 안 나오지만, 그리고 어디로 갈 지부터 다 막막하지만 기도함으로 인도함을 받자"
했습니다.
저 역시 그러겠노라하고 별다른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고 선하게 인도하실 것을 구했습니다.
 
10월 중순이 지나서 이제는 이사 준비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주말에 남편이 올라오면 말씀 드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 주에 갑자기 여기서 밝힐 수 없는 문제가 부모님께 발생했습니다.
저는 마음이 상당히 복잡했습니다. 이렇게 여기서 이사얘기 하는 게 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이 되겠다.
암튼, 사실을 사실대로 말씀 드리리고 했습니다.
 
남편이 올라온 토요일에 같이 저녁 식사를 하고 말씀 드리기로 하고 꽃게찜을 했습니다.
식사 준비를 다 하고 부모님 댁에서 막 식사를 하려는데...우리 집 주인이 찾아온 것입니다.
보일러 공사비 줄 것이 있고 또 할 얘기가 있다고 하면서요.
우리 집으로 건너와 얘기를 들어보니 '너무 미안하게 됐지만 12월 중에 집을 좀 비워달라'는 것이었습니다. 12월 중순은 우리가 사실 이사하고 싶었던 시기입니다. 할렐루야~~~
저희 부부는 좀 놀랐습니다. 어쩌면 이 순간에 주인이 나타나서 이런 제안을 할까?
 
주인이 가고 부모님께 얘기하기가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주인이 나가라 한다고 말씀 드렸더니 두 분 다 노발대발 하십니다.
계약기간이 1년이나 남았는데...버티고 살면 주인이 할 수 없는거다. 하시면서요.
그래서 '실은 저희가 벌써부터 이사를 위해서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채윤이가 학교 들어가기 전에 이사를 해야지.
아니면 1년 다니고 전학을 시키는 건 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교회 사역을 위해서도 교회 가까이 가야할 것 같습니다'
분위기는 잠시 싸~ 해졌지만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으니 어쩔 수 없었죠.
 
막상 집을 알아보니 전세 값이 너무 올라서 교회 근처로는 꿈도 못 꾸게 되었습니다.
하남으로 가기로 했지만 아예 전세가 나온 것이 없었습니다.
돈도 적고 게다가 전세대란이네 뭐네 하면서 나온 집도 없으나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일이 이렇게 되도록 인도하신 하나님께서,
우리 보기에는 어떠하든지 우리에게 가장 적절한 집을 주실 것을 믿었기 때문이죠.
 
 
얼마 되지도 않아서 하남에 사는 은강이 엄마가 딱 우리가 가진 돈으로 얻을 수 있는 집을 구해가지고 전화를 해왔습니다. 그리고 순조롭게 계약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12월 18일에 하남에 백조현대로 이사합니다.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위험부담을 안고 30평대의 새 아파트에서 적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잠시 고민을 했지만 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지금 24평을 살면서 22평으로 가려니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이사라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이 무겁습니다.
헌데, 30평대 살다가 그 다음은 어떨까 싶으니 깨끗이 마음을 접는 것이 좋겠다 싶었습니다.
더 낮은 쪽으로 향하여 살아야지 높은 것을 향하다보면 마음의 불행은 끝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죠.
 
암튼, 사실 마음은 쫌 그러네요.
지금보다 방이 하나 적고, 거실도 더 작고...
채윤이가 학교를 가는데 공부 방 하나 주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베란다 바로 앞이 상가 문방구라서 창문을 열면 아이들 쭉 앉아서 오락하는 모습이 전경인 것도 그렇습니다. 재정적인 문제도 아주 깔끔하지는 않구요...
모든 것이 퍼펙트하고 불편한 게 없는 상황,
정말 그건 욕심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며 감사합니다.
 
이번 이사과정을 통해서 기도하며 믿음으로 기다릴 때 하나님이 인도하심을 확실히 경험했으니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없을 것입니다.
 
부부가 함께 마음을 모아 기도할 때,
어린 채윤이와 현승이도 함께 기도할 때,
우리에게 가장 적절한 곳으로 인도하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2006.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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