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 이리 와봐라. 너 이거 한 번 입어봐.

느이 대전 언니가 사왔는디 너머(너무) 이쁜디 나는 옷이 많잖어.

낼 모리믄(모레면) 죽을 사람이 무신 새옷을 입겄어.

지금 있는 옷두 다 못 입고 죽어.

이거 니가 입어라. 한 번 입어라봐. 나는 옷이 많여.


90대 여자사람의 너머너머 이쁜 옷을 아직 40대인 내게 자꾸 입히려고 한다.

한두 번이 아니다.

당하고만 있을 수가 없어서


엄마, 나도 옷이 많어. 채윤이 입으라고 해.


10대 채윤이 당황하신다.


그려? 그럼 울애기 한 번 입어봐. 대전 외숙모가 이쁜 옷을 잘 골라.

이봐, 이뿌잖여. 채윤아, 니가 한 번 입어봐.

할머니는 옷이 많여. 지금 있는 옷도 다 못 입고 죽어.


10대 채윤이가 40대 엄마에게 눈빛 레이저를 쏘고.

눈으로 묻는다. 진짜 입어?

눈으로 대답한다. 당연하지! 하하.

할머니 마음 저버릴 수 없는 채윤이가 90대 할머니의 꽃무늬 블라우스를 입는다.


엄마, 삼촌, 외숙모.

다같이  폭발적인 반응.

와~ 채윤이 잘 어울린다. 꽃친 갈 때 입어.

(아빠는 한 걸음 뒤에서 소리 없이 콧구멍만 벌렁벌렁)


얼라, 우리 채윤이한티 딱 맞네. 니가 갖다 입어라

거봐. 이뿐잖여. 우리 채윤이가 기드락진혀서(길어서) 역시 이쁘구만.

야야, 이건 신실이가 입어라. 이건 니가 입어.


결국 40대 신실이도 90대의 옷 인심을 피해가지 못했다.

그리고 천진난폭 돌직구도 피하지 못했다.


이~이(아~), 우리 채윤이가 기드락진혀서 이뿌지.

너는 짤뚱혀서 벼랑( 별로) 안 이쁘구만.


어.... 엄마!!!!

 








'꽃보다 사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은발  (2) 2016.10.25
친구가 친정이다  (2) 2016.09.30
태훈&윤선 생각  (0) 2016.09.05
소국  (0) 2016.08.11
여전히 사람, 은혜 그리고 생명  (0) 2016.07.1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