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도종환
.


당신 거기서도 보이십니까
산산조각난 당신의 운명을 넘겨받아
치열한 희망으로 바꾸어온 뜨거운 순간들, 순간의 발자욱들이 보이십니까
.
당신 거기서도 들리십니까
송곳에 찔린 듯 아프던 통증의 날들, 그 하루하루를 간절함으로 바꾸어 이겨낸 승리
수만마리 새떼들 날아오르는 날갯짓같은 환호와 함성 들리십니까
당신이 이겼습니다
.
보고싶습니다
당신때문에 오래 아팠습니다
당신 떠나신 뒤로 야만의 세월을 살았습니
어디에도 담아 둘 수 없는 슬픔
어디에도 불 지를 수 없는 분노
촛농처럼 살에 떨어지는 뜨거운 아픔을
노여움대신 열망으로
혐오대신 절박함으로 바꾸며 하루하루를 살았습니다
.
해마다 오월이 오면 아카시꽃 하얗게 지는 오월이 오면
나뭇잎처럼 떨리며 이면을 드러내는 상처
우리도 벼랑끝에 우리 운명을 세워두고 했다는 걸 당신도 알고 계십니까
.
당신의 운명으로 인해 한순간에 바뀌어버린 우리의 운명
고통스러운 운명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지금 우리역사의 운명을 바꾸고 있습니다
시대의 운명을 바꾸고 있습니다
타오르되 흩어지지않는 촛불처럼
타오르되 성찰하게 하는 촛불처럼
타오르되 순간순간 깨어있고자 했습니다
.
당신의 부재, 당신의 좌절
이제 우리 거기 머물지 않습니다
당신이 이루지 못한 꿈, 당신이 추구하던 의롭고 따뜻하고 외로운 가치
그 이상을 그 너머의 별을 꿈꾸고자 합니다
그 꿈을 지상에서 겁탁의 현실속에서 이루고자 합니다
.
보고싶은 당신
당신의 아리고 아프고 짧은 운명때문에 많은 날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러나 보이십니까
당신이 이겼습니다! 당신이 이겼습니다!
당신으로 인해 우리들이 우리들이 이겼습니다.


.


'꽃보다 사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93세 할머니 메소드 연기  (4) 2017.07.15
대통령 블렌딩  (0) 2017.05.29
으막션샘미 일상  (2) 2017.01.27
오늘은 음악 선생님  (4) 2016.11.10
은발  (2) 2016.10.2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