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결국 사랑을 찾는 구도자입니다.


최근 작 <연애의 태도>에 저자사인에 쓰는 문구입니다. '찾는'보다는 '찾아 헤매는'이라는 형용사가 더 끌리지만 순화하기로 합니다. 어쩌다 술술 만년필이 움직여 끄적이게 되었지만 생각할수록 하나의 마침표 같은 문장이라 의미가 있습니다. 여섯 권의 책을 한 마디로 정리한 것이며, 내적여정을 공부하고 훈련한 10 년의 결론이며, 음악심리치료라는 생소한 공부를 선택한 20여 년 전 깊은 내적 동기이며, 50여 평생의 마침표입니다. 우리는, 아니 저는 결국 사랑을 찾는 구도자였습니다.


<연애의 태도>의 저자소개는 편집자 님이 쓰셨는데 '아,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 타자의 시선으로 저를 정리하는 의미 있는 소개였습니다. 저에 대한 소개를 제가 읽으면서 저라는 사람에 대해 새롭게 깨닫게 되었다고 할까요.


정신실 작가는 인생에서 꼭 한 가지 성공하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사랑이다. 그래서 그는 '연애계'를 떠나지 못한다고 곧잘 말하며 여전히 청년들의 교회 누나로 사서 고생을 하고 있다. 연애에는 정답이 없기에 연애 강사 백 명이면 백 가지 답이 나온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가 고민깨나 한다는 청년들에게 연애 강사로 사랑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나답게 연애하자'라고 즐겨 말하기 때문이다. 그렇게이 연애의 기술을 알려 주기 전에, 연애 당사자가 원하는 연애가 뭔지, 사랑이 뭔지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상담을 시작한다.

자기를 잃어버리고 사회의 가치관에 따라, 자기를 잊은 채 타인의 사랑법으로 누군가의 이모티콘이 되어 움직이는 애정 결핍자들이 아니라 하나님이 지으신 나답게 연애하는 태도를 가질 수 있기를 저자는 우리 시대 크리스천 청년들에게 말해 주고 싶어한다. 동시대 신앙 선배로서, 사랑을 배워가는 사랑의 탐구자로서, 카페에서 수다처럼 쏟아내는 속깊은 고민들도 진심으로 들어주는 MBTI 전문 강사이지 에니어그램 전문가로 청년들의 연애사에 동참한다.


책과 강의 어딘가에서 한 번쯤 했던 말이 정리되어 담겨 있습니다. 대화의 기술에서 '미러링 기법'처럼 제가 했던 말을 되돌려 주는 저자 소개를 통해 '아, 맞아. 내가 이런 이유로 연애 강의를 하지' 하고 정리하는 것입니다. 다음은 제가 쓴 서문 일부입니다.


나만의 고유한 사랑을 찾아가는 데 연애만한 출발지가 없습니다. 그것도 썩 잘 풀리지 않는 연애 말입니다. 여친 생기는 기술을 찾아 두리번거리던 마음이 낙심으로 차분해지는 순간, 헤어져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시원하게 정해 줄 연애 상담가 찾다 검색질 손가락을 멈추는 순간은 전향의 순간입니다. 사랑꾼 기술자와 사랑의 구도자 사이 갈림길입니다. '단지 남친이 아니라 깊은 친밀감을 나눌 한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었구나!' '인형 같은 여친과 하는 애인 놀이는 애초부터 없었어. 더불어 성장하며 영혼의 친구가 되어 가는 것이구나!' 이보다 소중한 사랑의 깨달음이 없습니다. 사랑꾼 기술자 지망생이 사랑의 구도자로 태도를 전향한다면 이것은 가장 좋은 소식입니다. 기술로 안 되는 연애, 답이 없는 연애의 길을 빛은 결국 그 사랑이니까요. 기술이 아니고 태도입니다. 


"너는 애가 사랑이 없어" 어렸을 적부터 엄마에가 가장 많은 들은 말 top5 안에 드는 말입니다. (1위는 '하나님 두려운 줄 알고 살어') 어쩌다 나는 이토록 사랑에 천착하게 되었을까? 아마 엄마의 저 말이었을 것입니다. 가장 듣기 싫었고, 외적으로는 인정도 하지 않았지만 내면에서 가장 큰 부끄러움으로 간직한 말. 누군가 조금 관계가 불편해지 수도 있는데, 못마땅하고 싫은 사람이 알짱거릴 수도 있는데 그걸 해결하지 못하면 지옥가는 줄 알고 부단히 애를 써댔지요. 애를 쓰면 쓸수록 더욱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남는 것은 더 깊은 수치심 뿐이었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지만요. 내 사랑 아버지를 갑자기 빼앗긴 것도 '사랑'에 목숨 거는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신앙, 연애, 결혼, 육아, 관계를 통해 본질적인 무엇을 발견하고 싶었었던 것입니다. 그것이 결국 사랑을 찾는 구도자의 길이었다는 것을 내적 여정을 통해 이제 알았습니다.


위험부담을 안고 도전을 하나 합니다. 연애도 육아도 관계도 심지어 신앙간증도 아닌 '사랑'이라는 주제만으로 짧은 강의를 합니다. 사랑이란 얼마나 식상한 주제입니까. 한 번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편집되어 영상으로 돌아다닐 강의이니 더욱 무모한 도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50년 사랑의 여정 동안 좌충우돌 하면 깨달은 것을 정직하게 나누자며 정리하고 있지만 심적인 부담이 큽니다. 이런 얘기 하렵니다. 사랑받지 못할 곳에 괜히 얼씬거리지 마라, 어차피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은 사랑할 수 없다, 상처주는 사람을 끌어안으려 하지마라, 가급적 만나지 마라, 사랑은 변한다, 안 변하면 사랑이 아니다, 결혼과 사랑은 행복의 문제가 아니라 성장의 문제이다, 이 사람을 만나도 저 사람을 만나도 상대가 애인이든 남편이든 자녀이든 결국 사랑을 위해 늘 끌고 다니는 건 '나'다, 그러니 '나 자신이 되어, 나를 탐구하고, 나를 좋아하는 일'이 관건이다. (그러니까 에니어그램 세미나에 와라?!) 


암튼 저는 어릴 적부터 사랑 없는 사람으로서, 사랑을 찾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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