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니어그램 세미나에 관한 내용은 페이스북 페이지 [상처 입은 치유자들]을 통해 소통하고 있으나

한 개 더 애정하는 블로그 고객님들께도 페이지에 올린 글 그대로 복사하여 알려드립니다. 



신청하신 분들께만 말씀 드리고 스리슬쩍 넘어가려 했는데, 공지로 알려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하반기 예정되었던 2단계, 심화1, 심화2과정 세미나를 취소하게 되었습니다. 미리 신청하시고 마음과 함께 시간을 비워두고 기다리셨던 분들, 죄송합니다. 특히 코앞의 2단계를 기다리시던 분들께는 더욱이요. 개별 문자에는 인원이 적어서 취소했다고 했는데 실은 단지 인원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다섯 분 신청해주셨는데 개설하고도 남을 인원이었습니다. 게다가 저는 두 분, 세 분을 앉혀 놓고도 (심지어 한 분도 해봤어요) 하루가 걸리는 에니어그램 1단계 설명을 수도 없이 해봤습니다.


인원은 핑계일 뿐, 저의 육체적 정신적 영적 에너지가 고갈된 탓입니다. 가끔들 그러시잖아요. 감기같이 찾아오는 무기력과 ‘아이고 의미 없다’, 무의미 병에 걸리시곤 하시죠? 저도 그러네요. 돌이켜보니 에니어그램 지도자과정 공부한지 만 10년입니다. 불혹의 40을 앞두고 일...찍 찾아온 중년 병에 한참 늦은 영적 사춘기가 겹쳐 2년 정도 ‘영혼의 어두운 밤’을 지난 끝이었습니다. 나도 싫고, (멀쩡히 살다 뒤늦게 목사가 된)남편도 싫고, 아이들도 거추장스럽고, 무엇보다 교회가 제일 싫었습니다. 그때 소가 뒷걸음질 치다 개구리 잡는 격으로 우연히 만난 에니어그램이었고, 그로부터 몇 년(아니 지금까지 10년) 정말 에니그램과 내적여정, 영성공부에 미쳐 살았습니다.


요즘 슬슬 드러나는 증상이 12년 전 무기력 병과 비슷하네요. 50 지천명의 고개 앞에 서서, 하늘의 뜻을 깨닫는 숙제를 받아든 탓인가 봅니다. 이냐시오 성인의 말씀을 빌면 ‘황폐한 마음’의 계절이 온 것 같기도 하고요. 마음의 움직임을 황폐함(desolation)/위안(consolation)으로 구별하여 자신의 마음 상태를 깨어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다. 황폐함의 상태는 그 자체로 좋고 나쁨이 아닙니다. 위안이 넘치는 것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듯 황폐함이라고 늘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요. 황폐한 마음상태로 에너지를 많이 쏟아야 하는 에니어그램 집단여정을 이끄는 것은 좋지 않겠다는 생각에 고심 끝에 결정했습니다.


2단계 신청하신 다섯 분의 성함을 들여다보고 오래 고민 했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1단계를 들으신 분도 계시고, 수강료를 우해 알바비 열심 모으는 대학생도 있고, 각각 사연과 목마름은 우주과 같을 것임을 알기에 너무도 죄송합니다. 취소를 결정하고 메시지를 드리고 나니 혹시 취소자 없냐며, 티오를 묻는 문의가 이어집니다. 결국 수강인원은 다 채워질 상황이었으니, 제 마음이 더욱 복잡해지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실은 힘을 얻는 것은 심화과정에서 언급하는 앤소니 드 맬로 신부님 책의 이 한마디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내가 도우려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닙니다! 절대, 절대로, 내가 여러분 누구에게라도 도움이 되리라고는 기대하지 마십시오. 만일 도움을 받는다면 여러분이 그러는 겁니다. 진실로 여러분이 그렇게 하시는 겁니다!" 실은 저도 수없이 다양한 강의를 하고, 에니어그램 세미나를 이끌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아, 준비된 학생에게만 선생이 존재하는구나. 내가 1이라도 가르쳐 전할 수 있는 것은 들을 준비된 분, 오직 듣고 스스로 도울 힘이 있는 분이 있기 때문이구나.


무엇보다 여러분 안의 목마름이 더딘 시간을 지나며 구원으로 이끌 것을 믿습니다. 하루 띡 듣고 마는 내적여젓 세미나가 아니라 의식성찰 일기를 쓰고, 쓰다 답답해 포기하고, 다시 질문을 던지고, 영적 독서를 하고, 도통 모르겠는 채로 기도의 자리로 나아가는 여정 속에서 참된 배움이 있을 것임을 저는 압니다. (해봐서 압니다) 2단계와 심화 1.2 과정은 내년 상반기에 다시 열도록 하겠습니다. 2017 12월 20일(수) 예정된 영성과정(장소는 합정동 100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은 그대로 진행하겠습니다. (신청링크 : http://bit.ly/2vJI8Su)


내적여정 강의의 마침표를 찍을 영성과정에서는 거짓자아가 궁극적으로 가로막고 있는 관계를 다루게 됩니다. 하나님께조차 유형의 포장지를 나갈 수밖에 없는 우리, 우리 안에 있는 왜곡된 하나님 상을 찾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고요. 1단계부터 수도 없이 질문하셨던 ‘그래서 어쩌라구!(내 성격이 거짓자아라면? 어릴 적에 이미 형성되어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듯 죽는 날까지 벗을 수가 없다면? 그것이 하나님 사랑이라는 과녁을 벗어난 죄라면? 쓸 수도 벗을 수도 없는 성격의 가면을 도대체 어쩌라구?’)에 대한 답을 기도, 향심기도(Centering Prayer)로 드립니다. 향심기도에 대한 안내와 실습으로 마무리 하려고 합니다.


특히 이번 영성과정은 1단계만 들으신 분께도 열어두고 함께 하겠습니다. 2단계와 심화과정 듣지 않으신 분들도 신청해주세요.  긴 글이 되었네요.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 드리며, 늘 기도 속에서 여정의 동반자이신 여러분을 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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