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강의가 있어서 1박2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일타쌍피의 효율을 좋아하는데다, 늘 재미와 신나는 걸 꿈꾸는 닝겐으로서 여러 가지를 엮었다. 일단 홀로여행을 꿈꾸는 채윤이를 여행에 끼웠다. 혼자 여행 가고 싶다는데 미성년자 딸을 혼자 보낼 수는 없는 터에 이거다! 오가는 기차만 같이 타고 나머시 시간을 혼자 보내도록 했다. 덕분에 나도 저녁에 강의를 마치고 강사 숙소에서 혼자 하룻밤 보내고 부산 하루 여행을 즐겼다. 해운대로 내려간 망원동 우리 맘을 만나기로 했다. 광안리 어느 카페에서 만나기로 해서 일찍 가 앉았는데 수 년 전 가족여행이 떠올랐다.


2011년이었다. 생각해보면 어마어마한 해였다. 여러 일을 겪고, 무엇보다 6월에 아버님을 천국에 보내드리고 중대결심을 했다. 늘 막내 아들 먹고 살 걱정을 하시던 아버님 편히 보내 드렸으니 할 수 있었던 결정이었다. 늦은 여름 휴가를 부산으로 갔다. 그해 1월 아버님의 마지막 여행이 부산었고, 숙소가 광안리였다. 그 여행에 함께 하지 못했지만 그저 할아버지를 그리는 마음으로, 할아버지가 묵으셨던 그 숙소에서 일박하고 싶어서 그리 결정한 것이다. 


2018년 1월 17일. 혼자 광안리 카페에 앉아 있자니 격세지감이 밀려오던 차. 카톡에 사진이 하나 들어왔다. 혼자 국제시장 근처에 있던 채윤이의 점심 메뉴가 띡 올라왔는데 '돼지국밥'이다. 2011년 그냥 어렸던 채윤이가 혼자 돼지국밥 먹는 청년이 다 되었다. 아, 그러고 보니 현승이도 1월 한 달 집을 떠나 있다. 아, 그러고 보니 네 식구가 각자 다른 공간에 흩어져 밤을 보낸 것이 처음이다. 블로그의 옛날 글을 들췄다. 아, 열심히 써댄 것이 얼마나 잘한 일인가. 7년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변한 것, 변하지 않은 것을 확인한다. 이렇게 우리의 인생이 흘러가고 있다.



부모, 폭탄선언을 하다_2011년 휴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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