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전, 느릿느릿 하루 스케쥴 짜는 중 띵똥띵똥 전화가 왔다. 

갑자기 생긴 점심 약속으로, 일사천리 스케쥴이 정해졌다.

정겨운 식사와 커피타임까지 마치고 자동차 바퀴 굴러가는대로 드라이브를 한다.

중미산, 채윤이 가졌을 때 휴양림 놀러갔다 야호 대신, "푸으르으마아!!!" 고래고래 외쳤던 곳.

양수리, 문 닫기 직전 클라라 커피에 들러 커피를 샀다.





퇴촌을 거쳐 광주로 돌아 집으로 가자, 가자, 가자 하다 습지 공원을 하나 만나 들어갔다.

우연히 찾아들어간 공원에서 예기치 못한 기쁨을 만나고 찰칵찰칵 사진도 많이 찍었다.

생태습지 걷자니 매일 걷는 율동공원이 인위적이라고 느껴진다.

지는 해와 푸른 숲, 새소리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 종합선물인데!!!!





그가 배경이 되고 내가 찍는 셀카에서도 그는 나를 봐야 한다. 나만 봐야 한다.

여보, 이거 좀 한 번 읽어봐바. 여보, 이거 같이 하자.

그리고 스포트라이트는 나만 받기. 




그가 찍는 셀카에서 나는 길가의 꽃과 나무처럼 있으면 된다.

자기를 보라 하지도, 자신에게 맞추라 하지도 않는다.

금계국 한 송이에 내려앉은 열일하는 벌과 노는 것으로,

내 하고픈 일을 하고 나 자신이 되는 것으로 족하다 하니. 그의 인생 배경되는 것, 쉽고 가볍지 아니한가.




점심에 만난 선배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솔직히 보수적이야. 나는 연상연하 커플이 마음에 들지 않아. 남자가 나이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

그런데 너희 커플을 유일하게 괜찮아. 내가 봤을 때 너희는 괜찮아.

사실 너희 결혼할 때는 마음에 들지 않았어. 딱 하나 나이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았어.

그런데 지켜보니까 너희는 괜찮아.

내가 보수적인 사람이라 생각이 바뀐 건 아냐.

우리 딸들 연하를 데려온다면 반대는 할 수 없지만 환영은 안 해. 그래도 너희 커플 만큼은 괜찮아"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자꾸 들으면 괜찮다는 바로 그것도 괜찮아지고

존재까지 괜찮아지는 느낌이 든다. 

천상병 시인의 산문집 제목처럼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




괜찮다는 말의 치유성은 지금으로 족하다는 의미 때문일 것이다.

지금과 다른 어떤 존재가 되어야만 한다는 압력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으로 충분하고, 당신으로 충분하다는.




이십 여년 전 추억을 떠올리며 마음이 몽글몽글,

아팠던 과거를 떠올리며 목에 핏대가 섰다가,

돌아보면 발자국마다 은총이었네 싶어 뭉클하다.





여보, 내가 시 하나 읽어줄게.

싫어.

나도 싫어. 읽어줄 거야.

석양 옆에 끼고 돌아오는 길에 읽었다.




못 들어선 길은 없다_ 박노해



길을 잘못 들어섰다고
슬퍼하지 마라
포기하지 마라
삶에서 잘못 들어선 길이란 없으니

온 하늘이 새의 길이 듯
삶이 온통 사람의 길이니

모든 새로운 길이란
잘못 들어선 발길에서 찾아졌으니

때로 잘못 들어선 어둠 속에서
끝내 자신의 빛나는 길 하나
캄캄한 어둠만큼 밝아오는 것이니.


'JP&SS 영혼의 친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죽어도 죽지 마!  (5) 2018.07.28
노 시인의 편지  (2) 2018.06.01
꽃을 든 남자  (2) 2018.04.01
JP&SS 결혼과 사랑 세미나  (2) 2018.01.28
광안리에서  (2) 2018.01.1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