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주제로 각종 단체와 교회에 강의하러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하지만 새벽 6시 강의는 처음입니다. 5시10분 분당 출발, 5시 55분 쌍문동 도착. 새벽하늘을 배경으로 한 영장산과 도봉산을 한 시간 차로 마주했습니다. 


'피택 장로님을 위한 교육'에 초대 받아 간 것입니다. 새벽 강의라니, 엄두가 나지 않았을 텐데 초대하신 목사님을 알기에 기꺼이 가게 되었습니다. 예비 장로님 교육의 주 내용이 다름 아니라 '렉시오 디비나' 등의 기도 훈련과 영적 식별 등이라니요! 새로 부임하신 교회에서 조용히 준비된 만큼의 목회철학을 펼치시는 모습이 좋아 보였습니다.


영적 우월감에 빠져 삶과 신앙의 정답을 다 아는 것처럼 허세를 부리는 목회자들이 많습니다. 자아팽창에 허덕이며 과도한 확신 속에 교인들의 영적 삶을 통제하지요. 통제하고 억압하는 방식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폭력적입니다. 


하지만 그 반대의 목사님들도 많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할 수 없는 것의 한계를 인정하며 교인들 각자의 영적 여정을 겸허히 인정하는 분들이죠. 


몇 주 전, 어느 교회 수련회에 가서 뵌 목사님 모습도 인상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강의안 올려놓고 강단으로 쓸 탁자(수련회 장소니까 식사 때는 밥상으로 쓰인)를 살피시다 ‘어이쿠, 상이 끈적하네.’ 하며 닦으시더군요. 그냥 본인이 닦으셨습니다. 


근거 없는 영적 우월감 대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고 내어주는 목사님들이 좋습니다. 새벽하늘을 배경으로 서있는 저 산처럼, 그런 목사님들 건강하게 든든히 서계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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