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승이는 전 종류를 싫어하지만. 딱 한 장 분량의 부추전 반죽을 치워야 하겠고. 아침으로 줄 게 딱히 없기도 하여. 전을 부쳐서 달달한 오리엔탈 드레싱을 뿌리고 포크와 나이프를 함께 내놓으며 "오리엔탈 피자 스테이크야!" 하니 말을 못 하고 처묵처묵 하였다. 



냉장고 앞에만 서면 죄책감이 밀려오는 것은 한 줌 씩 남은 식재료를 두고두고 간직하다 결국 음쓰로 버리고마는 범죄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내탓만은 아니다. 김씨 일가의 짧은 입들 탓이다. 로제 파스타 먹고 싶다고 노래를 하는 채윤이를 위해서(라는 미명 하에) 냉장고에 남은 로제파스타 소스, 냉동실의 떡볶이 떡, 주말에 먹고 어정쩡하게 남은 통삼겹살을 어떻게 어떻게 대동단결 시켜보았다. "구운 삼겹살을 곁들인 로제 떡볶이야!" 딸아들이 감탄하며 먹었다. 



우린 음식이 아니라 그럴듯하게 지은 '이름'을 먹는 건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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