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가 사라진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이 블로그 전 집은 싸이월드 클럽이었지요. 

2006년 6월, 끙끙 며칠  걸려 짐을 옮기고 둥지를 틀었습니다.

12년 살면서 짐은 꽤 늘었지만 여전히 살 만한 공간입니다. 

하남, 덕소, 하남, 명일동, 합정동, 분당으로 몸이 사는 집은 옮겨 다녔지만

마음은 마음 편히 내 집이려니, 전셋값 올릴 걱정 없이 여기 살았습니다.

앞으로도 내내 여기서 살려구요.


전처럼 자주 글을 쓰지 못하지만 휴업은 아닙니다.

신상 입고가 안 될 뿐, 가게는 계속 열려 있습니다.


일상은 계속된다는 뜻입니다.


묻지도 궁금해하지도 않는 내 얘기를 풀어놓는 것을 좋아하고,

그러느라 겪어야 하는 불편함과 불이익에도 익숙합니다.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한 '대나무숲'이니까요. 

여전히 하루에도 몇 편 씩 블로그 포스팅을 합니다. 

오직 머릿속 노트북에서요.

일상이 계속되는 한, 블로그에 쓰지 않을 방법이 없지요.

영화 리뷰도, 가족 이야기도, 내적 여정 이야기, 사랑하는 사람들 이야기도.

마음으로 늘 포스팅하고 있어요. 


전과 다르지 않은 일상은 변함없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가을이 왔고, 남자에게 소국을 조르고, 

꽃을 든 남자가 들어오고,

꽃을 든 남자가 이른 아침 햇살을 받으며 책을 읽고,

싱크대 앞 창가에 생기를 키우는 작은 화병에도 가을 한 줌이 꽂힙니다.


기대했던 앞산의 가을은 생각보다 밋밋합니다.

올봄, 마음을 들뜨게 했던 연초록의 나무들이 미적미적 생기를 잃어갑니다.

붉고 노랗게 아름다움을 뽐내는 화려한 퇴장은 모르는 모양입니다.

단풍이 예쁜 나무들이 아닌가 봐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어요.

화려하게 불태우는 것만이 존재의 의미는 아니니까요.

그저 있음으로 위로와 기쁨을 선사한 자연, 自然의 소임을 다 한 녀석들.

볼품없이 색이 바래고, 잎을 떨구고, 텅 빈 산이 되어도 그저 좋겠습니다.


우짜든지 일상도, 블로그도 영업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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