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까지 마중 나온 현승이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탔다. 양손에 짐을 든 현승이를 생각해서 급한 마음으로 층 버튼을 눌렀다. 빠르게 13층 누르고, 그리고 빠르게 11층을 눌렀다. 어, 하고 다시 빠르게 11층을 눌러 취소했다. 그 사이 천천히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짧은 침묵, 그리고 현승이가 말했다.

 

 

엄마, 지금 11층 버튼... 닫힘 버튼이라고 누른 거지?

엄마는 잘못이 없어.

11층 버튼이 닫힘 버튼이었어야지, 11층 버튼인 것이 잘못이지.

엄마가 요즘 막 던지는 말들 있잖아.

그것도 엄마 잘못이 아니야.

그 말이 잘못이야.

엄마가 하고 싶은 그 뜻을 담고 있어야지, 왜 다른 뜻을 담고 있어.

엄마는 잘못이 없어.

 

 

말의 잘못

: 점심으로 라면을 끓이기로 하고 역할 분담을 시킨다. "현승이 아침 올려!" 현승이가 알아듣고 가스레인지에 라면 물을 울린다. 방금 전 채윤이가 "엄마, 나 내일 아침에 일찍 나갈 거야"라고 말해준 덕분이다. 내 말이 요즘 이렇게 나가고 있다. 아침-물 정도의 맥락은 상당히 선명한 편이다. 하는 말과 나온 말 사이의 연관성이 찾을 수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너무나 흔한 일이라 웃음으로 승화할 수도 없다. 멍청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11 버튼이 닫힘 버튼이 아닌 게 잘못이지.

튀어나온 단어가 엄마가 전하고자 하는 뜻을 담지 않은 게 잘못이고.

 


이것은

지극한 공감과 위로인가,

뼈 때리는 저격과 경고인가.

 

 

아무튼 아들은 잘못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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