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요리에 대한 거부감이 좀 있다. "나는 생선 비린내에 취약해. 나는 비린내 나는 생선은 잘 못 먹어."라는 생각과 닿는다. 일찌감치 깨달았다. 이것은 주입된 취향이다. 아버지는 비린내 나는 생선을 싫어했고, 엄마는 아버지의 취향을 성경 말씀처럼 떠받들고 살았다. 어릴 적에 집에서 먹은 유일한 생선은 박대였다. 것도 기름에 굽는 일은 없었다. 석쇠에 끼워 연탄에 굽든지, 조림을 하든지. 아버지가 드시는 유일한 생선이었다. 평안도 출신 아버지가 충청도(전라도에 가까운) 출신 엄마 덕에 그나마 친해진 생선 아닐까. 이유는 단 하나, 비린내가 나지 않아서.

 

아버지 계실 때도 먹었던가? 자라면서 엄마가 손수 손질한 조기는 참 많이 먹었다. 엄마만의 조기 손질 노하우도 있었고. 무엇보다 채윤 현승이 어릴 적에 엄마 집에 가면 손수 손질한 걸 손수 발라서 아이들 밥 위에 하나 씩 얹어주셨다. 아이들은 조기구이를 좋아한다. 조기구이에 맛을 들인 건 외할머니통해서다. 조기 굽는 냄새와 함께 살을 발라주던 늙은 손, "이쁜내미~ 복덩어리~" 하고 부르는 목소리. 채윤 현승이가 기억했으면 하는 우리 엄마 모습이다. 채윤 현승이가 돌아가시기 몇 년 전이 아니라 조기 구워 밥상 차려주던 그 시절 외할머니를 기억해주면 좋겠다. 환기가 잘 되지 않았던 주택에서, 늙은 엄마가 앞치마를 두르고 조기를 구웠다. 우리 네 식구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조기구이 냄새와 함께 엄마가 튀어나왔다.  "아이고, 울 애기 왔네, 울 애기들 왔어! 채윤아아, 현성아아~ 아고 이쁜내미, 복덩어리!"

 

어느 저녁 한참 조기를 구워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데 채윤이인지, 현승이인지가 그랬다. "이 냄새를 맡으면 흑석동이 생각나." 흑석동은 엄마 집인데, 아마 외할머니보다는 외숙모 밥으로 떠올릴 것이다.

 

화요일에는 오후로, 밤으로 줌 모임이 있는데 강의 틈새 저녁 시간에 바쁘게 반찬을 만드는 나를 본다. 여유 있는 다른 날도 있는데, 굳이 화요일 저녁에 그러고 있다. 화요일 줌 강의는 꿈모임인데, 꿈은 늘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린다. 어떤 기억이 떠오르고, 그리움이 밀려오고, 모니터 화면의 얼굴 하나하나가 아프게 가슴으로 파고든다. 연결되어 있구나,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구나! 그런 마음으로 끝이 난다. 이렇듯 깊은 곳이 건드려지고 끝나면 다른 무엇이 아니라 고요한 마음으로 저녁 준비를 하게 되는 게 희한하다. 

 

조기를 굽고, 비엔나 소시지 김치 볶음을 하고, 어묵 볶음도 했다. 학교 마치고 운동을 하고 들어온 현승이가 "와, 이건 무슨 냄새? 이 맛있는 냄새... 와아, 와아... 엄마 냄새가 엘리베이터까지 나." 한다. 집안 가득한 비린내, 김치 냄새, 졸은 간장 냄새. 냄새가 난다. 냄새는 난다. <냄새는 난다>는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보고 꽂혀 잠시 덕질을 했던 이병헌 감독의 영화 제목이다. <멜로가 체질>에서도 같은 제목의 노래가 한 곡 나온다. 여기서 냄새는 방귀 냄새다. 생선 굽는 냄새, 방귀 냄새. 생활의 냄새다. 그러고 보면 어느 때부턴가 생선 굽는 비린내를 즐기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다. 집안 가득한 비린내, 비린내와 함께 미세먼지도 엉켜 떠다니겠지. 이게 삶이지. 살아있는 한 냄새는 난다. 냄새는 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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