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나왔다. 그리고 책이 왔다. 현승이가 현관 앞에서 발견하여 들고 들어와서는 "엄마, 책인가 봐!" 바로 커터칼을 들고 달려든다. "잠깐! 청소 다 하고 엄마가 개봉할게." 청소기 돌리며, 걸레질하며, 씻으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가라앉히고 말고 할 것도 없는데, 마음으로 무엇인가를 했다. 열었다. 출간 과정 구비구비 눈물인데, 이번엔 그냥 예뻐서 눈물이 났다. 책이 예뻐서 눈물이 났다. 

 

채윤이는 온라인 서점에 따로 한 권을 주문하겠다고 한다. 그러고 싶단다. 책이 온 다음 날 아침, 자고 일어난 채윤이 눈이 퉁퉁 부어있다. 간밤에 엄마 책을 다 읽고 잤다고. 앞으로 다시는 못 읽을 것 같다고. 그런데 나중에 엄마가 이 세상에 없을 때, 이 책이 위안이 될 것 같단다. "엄마, 이 책 아무도... 아니, 아무나 읽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무나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 그게 내 마음이다. 맨 얼굴로 드러낸 내 부끄러움, 우리 엄마의 부끄러움을 아무나에게 읽히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나만의 부끄러움이면 괜찮겠는데, 허락받지 못하고 쓴 엄마 이야기라 자꾸 이렇게 안절부절인 것 같다. 그렇구나! 이전의 출간 때와 다른 이 좌불안석은 이거였구나. 마지막 교정 원고를 받았을 때, 추천사를 받았을 때, 책을 받았을 때 마음에 울리는 소리는 "엄마, 어떡해. 이제 진짜 나와. 돌이킬 수 없어."였다. 

 

아무나 읽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많이 읽히고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 또한 간절하니 갈피를 잡지 못한다. 아무나 읽었으면 좋겠다. 아무나에게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읽은 그 사람이 '아무나'가 아니라 연결되는 '누군가'가 될 수 있을 테니. 책 사진으로 카카오톡 프로필을 바꾸면 그대로 엄마의 품에 안기게 된다. "괜찮여, 엄마 얘기 혀두 괜찮여, 잘혔어." 하는 엄마 목소리로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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