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하는 연구소 선생님들에게 어마어마한 출간 축하를 당.했.다. 모임 마치고 백화점으로 끌고 가더니 옷을 고르라고 했다. 출간 행사에 입을 옷을 사줘야겠단다. 평생 입어보지 못한 비싼 블라우스를 구매당했다.

그리고 그다음 모임. 예쁜 케이크 세리머니와 함께 축하 파티였다. 한지로 포장된 뭔가를 또 안겨 주었다. 내가 최근 어느 숲을 걷다 찍은 사진에 엄마 사진을 합성하여 액자로 만든 것이다. 놀랐다는 표현도 감동했단 말도 적절하지 않다. 폭풍 같은 눈물이 쏟아졌다. 내 뒤에, 내가 사드린 가방 메고 엄마가 서 있다. 이런 축하와 위로를 당했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 슬픔에 머물러 슬픔을 쓸 수 있는 힘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_정신실 페이스북에서

 

'감사'를 표현하는 일은 참 어렵다. 感謝 아니고 感思라면. 느낄 감, 생각 사, 감사. 고마운 느낌과 생각을 '감사합니다' 말로 내놓으면 느낌과 생각이 박제되는 느낌이 들고 아무리 해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연구소의 선생님들을 많이 '느끼고 생각’한다. 연구소가 잘 돌아가는데, 그냥 잘 돌아가는 게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잘 돌아가는데 내가 하는 일이 많지 않다. 하는 일이 많지 않은데 잘 돌아가는 것은 나 모르게 일을 하는 사람들 덕이다. 큰 일 작은 일, 중요한 일 하찮은 일 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기꺼이 한다. 하나하나 공을 들여서 한다. 어려움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내적 외적 갈등이 없다는 뜻도 아니다. 어려움이 있는데, 어려움이 있어서 좋은 더 공동체가 되어가고 있다. 이것 역시 다섯 사람이 각자 알아서 자기 어려움을 피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연구소 식구들이 주는 감동은 서로를 향해 늘 품고 있는 감사, 느낌과 생각의 작은 표현인 것을 안다. 저 사진, 말로 설명할 길 없는 느낌과 생각의 결정체다.

 

<슬픔을 쓰는 일>. 지극히 개인적인 얘기를 써서 내 책, 나만의 책인 듯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쓰기만 해서는 책이 될 수 없다. 감사를 표현해야 하는데, 感思는 많고 나올 길은 협소하니 약간 체한 느낌이다. 어찌 됐든 '감사'를 충만히 머금고 있는 요즘이다.





'낳은 책, 나온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얼굴을 내놓는 일  (2) 2021.07.23
어떤 탈고  (2) 2021.07.17
아무 누군가에게 읽히길  (0) 2021.06.28
슬픔을 내놓는 일  (2) 2021.06.11
표지가 넷  (5) 2021.06.0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