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도 전도 잡채도 없는 추석을 보냈다.

어머님 모시고 와 점심식사하고 율동공원 한 바퀴 돌았다. 

걷는데 힘들단 소리도 안 하고, 

할머니 어설픈 농담에 맞장구 쳐드리고,

와하하하 웃어 드리는 아이들이 참 예뻤다.

나만 그런가 싶었는데 남편도 같은 마음이었다고.

 

많이 드시지도 못하고, 소화력은 약하신지라

샤브샤브 하나 딱 준비했다.

야채 많이 드시고, 국물 뜨뜻한 것 드시면 딱이다.

우리 식구는 남은 국물에 칼국수, 또 남은 국물에 죽까지 가야 딱이고.

뜨뜻한 국물에 녹으셨는지, 분위기에 취하셨는지

허밍으로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를 부르신다.

 

그렇게 노래 자아에 불이 들어오셔서는,

공원까지 가는 차 안에서 무반주로 몇 곡을 뽑으셨다.

아, 그런데!

음정이 좋으심, 아주 좋으심. 

같이 노래방도 갔었고, 예배도 많이 드렸는데 처음 발견이다.

아름답다, 어머니 목소리.

 

결혼 생활 22년은 어머니와 함께 한 세월이기도 하다.

여기도 또 책 한 권인데, 끝날 때까지 끝이 아닌 건 분명하다.

착한 며느리 안 하기로 선언하고 벌써 몇 년이다.

예전이 그리운 어머니는 이렇게 찌르고 저렇게 어르고 하시지만

되돌릴 수 없는 날들이다.

되돌릴 수는 없지만 새롭게 앞으로 나아갈 수는 있다.

작지만 큰 발견,

어머니의 음악성이다.

남편에게도 채윤이에게도 흘러왔겠구나 싶다.

몇 년 만에 어머니와 둘이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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