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 뭐라 부를 수 없는 국수이다. 추석이 남긴 국수로 하자. 연휴 3일 동안 각각 다른 가족과 식사를 했다. 집에서 했다. 첫날은 참 좋은 집사님 부부와, 둘째 날은 동생네 가족과, 추석 당일 셋째 날은 어머님과. 동생네가 식사하고 간 둘째 날 밤에 남편이 조금 늦게 방에 들어와 보니 내가 시체처럼 자고 있었다고 하지만 그리 힘들지 않았다. 장보기와 준비하기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두 번은 라끌렛, 한 번은 샤브샤브라서 재료도 많이 겹치고.

명절증후군으로 인생 80% 정도 설명이 가능하신 어머니, 젊은 세대지만 우리 어머니 못지 않게 명절마다 몸 고생 마음고생했던 올케. 두 여인을 위해 상을 차리는 의미 있는 일이었다. 지나고 생각하니 더욱 그렇다. 어느 추석보다 선물 들어온 디저트가 풍성해서 올케가 아주 맛있게 먹고 블로그 포스팅할 거 생겼다며 좋아라 사진 찍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엄마 모시고 사느라 이래 저래 고생 많았지만, 인사 오는 손님 많은 명절엔 더욱 그랬다. 어머닌 어머니대로 혼자 사시는 게 외롭다 외롭다 하시면서도 예전 명절 떠올리시곤 "아이고, 끔찍했다!" 하신다.

명절 상처 많은 두 여인과 명절스럽지 않은 메뉴로 식사하고 났더니 야채와 고기와 국수가 각각 애매하게 남았다. 국수는 특히 더 애매함. 라끌렛 먹고 입가심으로 먹은 얼큰 해물 국수 용 생소면 한 주먹, 샤브샤브 마지막에 먹은 생칼국수 한 주먹 진짜 애매한 양이다. 멸치육수 진하게 내서 모든 걸 다 털어 넣었다. 국수는 면발 굵기에 따라 시간차 어택으로 투입. 양이 부족하여 얇디얇은 극소면도 좀 넣었다. 두께가 다른 면이 세 종류. 와, 뭐라 이름할 수 없는, 다시 없을 국수가 되었다. 2021년 추석 국수라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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