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남편이 초등부 설교를 하기 시작하면서 우리 부부 대화의 큰 화두는 이것이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말씀의 본질적인 메세지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성경 이야기가 아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 말이다.

게다가 요즘 큐티 내용이 자녀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고 전하는 것이 주제라서 더 많이 생각해 보게 된다. 이런 저런 생각을 정리하다 예전에 썼던 글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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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나는 채윤이에게 성경 이야기를 잘 들려주지 않는 편이다.

'잘'이 아니라 거의 들려주지 않는 것 같다.

아마도 이런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다.

 

유치부 설교를 몇 년 하면서 아이들이 성경이야기를 너무 꿰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벌써 '요셉'이러면...'나 저거 알아. 우리집에 책 있어. 우리 엄마가 얘기해 줬어. 요셉이 인제 꿈꾼다....'이러면서 말이지. 주로 똑똑한 애들이 그러기는 하지만 사실 이런 아이한테 설교하는 건 재미가 별로다. 새로운 얘기를 듣는 호기심 어린 눈빛이 설교자로서 더 좋았다는 것이다.

 

설교자 입장 뿐 아니라 아이 입장에서도 이런 경우 손해를 볼 가능성이 더 많은 것 같다. 내가 아는 얘기를 선생님이 하고 있으니까 호기심이 일단 떨어지고, 또 아이들 특성상 자신이 알고 있다는 걸 알려야(?) 하기 때문에 귀 기울일 여유가 없다. 그러다보면 정작 설교를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조차 듣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내 경험인데 . 너무 반복적으로 들은 성경이야기는 스스로의 말씀 묵상에 방해가 되는 경우도 많을 것 같다. 철이 많이 들기 까지는 어렸을 때 들은 그 얘기의 맥락 그 이상으로 생각(묵상)을 발전시키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어렸을 때 많이 부른 찬송, 많이 들은 성경은 커서도 쉽사리 은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겹기만 했지.(아마도 억지로 저녁마다 가정예배 시키고 성경 읽히고 그러셨던 부모님 때문인 것 같다.ㅜㅜ)

 

그런 생각 때문에 나는 채윤이이게 성경 이야기가 있는 그림책을 거의 사 주지 않고 읽어주지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하나님의 인격, 기독교 세계관의 기본적인 메세지를 얘기하는 것에 더 많이 시간을 할애하였다.

 

예를들면, '채윤아! 하늘 좀 봐! 어때? 그래~ 너무 파랗지? 예뻐? 저거~ 선물이래. 하나님이 채윤이가 보고 좋아하라고 채윤이 위해서 만들어 주신 선물이래. 진짜야. 저 민들레 너무 예쁘지 그것도 선물이야. 하나님이 예~전에 채윤이 보여주실라고 만드신 거야. 채윤아 사랑해. 너 가져. 그리고 니가 잘 지켜줘~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저 민들레가 피게 하신거야~'

'채윤이가 친구랑 사이좋게 안 놀구 고집부리구 소리 질러서 친구를 슬프게 하면 누가 슬픈 줄 알어? 하나님이 슬퍼서 함께 우셔. 그건 하나님한테 소리 지르는 거 하고 똑같애'

 

얘기가 길어졌는데.....암튼, 그래서 채윤이가 예수님의 이 십자가 사건을 잘 몰라도 굳이 알려주고 싶지가 않다. 다음 부활절 쯤에는 유치부에서 설교듣는 수준이 또 업글 될테니 이렇게 맹구 같이 짜집기 하진 않을테니까......^^
2006/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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