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부 설교를 했다. 한 20여 년 만이다. 한때 유치부 설교자였던 적이 있었다. 유치원 유치부 아이들의 성샘미, 어린이 성가대 선생님이었던 때는 순간순간 꿈틀대는 생명을 살았던 때다. 장애 비장애 아이들과 함께 했던 젊을 날이 없었다면 내적 여정 안내자로 사는 오늘 또한 없었을 것이다. 하늘 나라 같은 아이들의 세계를 맛보아 알기에 내적 여정에서 'Wonderful child'과 '상처 받은 내면 아이' 강의를 뜨겁게 전할 수 있다. 에니어그램 내적 여정은 리처드 로어 신부님 말씀처럼 "사랑 안의 성장에 관한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사랑의 안의 성장'을 가장 생생하게 체험하는 '체험, 사랑의 현장'이다.

돌아보면 20여 년 전 유치부는 '기-승-전-하나님이 너를 사랑하셔'였다. 울고 짜증내고 장난치는 아이에게 산타 할아버지는 선물을 안 줄지 몰라도 하나님은 다르단다. 이번에도 내가 하고픈 얘기는 그거였다. 설교 준비는 다이소에서 했다. 다이소 돌아다니며 하트 모양 스티커를 , 하트로 된 장난감을 전수조사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하트 반지를 발견! 이건 뭐, 다이소에서 주운 다이아 반지. 내일 설교는 끝났네! 끝났어! 내가 이겼어!


은재야, 사모님은 은재 사랑하는데 은재는 어때?
(당연히) 나도 사모님 사랑해요!
그러면 은재는 누구를 제일로 사랑해?
은재를 제일 사랑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야?
와아, 진짜? 엄마가 언제 은재를 사랑해?
어... 말 잘 들을 때.
(걸려 들었쓰!)

엄마 아빠는 우리를 제일 많이 사랑하는데, 하나님은 더 많이 사랑한대. 하나님은 그리고 우리가 말 안 들을 때도 사랑해. 아무 때나 다 사랑해. 오빠랑 싸울 때도 사랑하고, 치카치카할 때도 사랑하고, 치카치카 안 할 때도 사랑하고, 똥 쌀 때도 사랑하고... 말 한마디 할 때마다 하트 스티커를 손에, 옷에, 얼굴에 막막 붙여준다. 이러다 보면 유치부 아이들 전체가 설교자가 된다. 애들이 정답을 너무 빠르게 파악! 피아노 칠 때 사랑하신대~애. (맞아, 그리고 피아노 안 칠 때도 사랑하신대.) 치과 가서 울 때도 사랑하신대~애. 온갖 고백과 간증이 터져 나온다.

 

그러다 7세 은준이의 총각 같은 한 마디. "죄 지을 때도 사랑하신대" 이 말에 맞장구치며 하트 스티커 붙여주다 울컥하고 말았다. "맞아, 죄 지을 때도 사랑하신다. 그런데 죄 지을 때는 더 많이 사랑하신대. 하나님이 너무 슬퍼서 막막 울면서 사랑하신대." 그리고 그 말이 내게 다시 돌아와 내내 가슴 한 구석을 건드리고 있다. 우리 엄마가 그렇게 좋아하던 찬송 '예수 사랑하심은' 3절 가사가 살아온다. "내가 연약할수록 더욱 귀히 여기사 높은 보좌 위에서 낮은 나를 보시네"

하트 스티커의 향연이 끝나고, 약속의 반지를 끼워주었다. 잊어버리지 마. 하나님이 매일매일 아무 때나 사랑하셔. 잊어버리면 안 돼. 다이아... 아니 다이소 반지를 소중하게 끼워주었다. 예배 마치고 "은재야, 사모님이 뭐 잊어버리지 말라고 했어?" "어... 음, 반지! 반지 잊어버리면 안 돼!" 아... 반지... 그래, 반지라도 잃어버리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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