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남편과 교제를 처음 시작할락 말락하던 때 받은 편지가 있었다.

그 편지에 '주 안에서 사랑하는 신실이 누나'라는 대목이 있었다.

나는 그 표현이 참으로 비겁한 표현이라고 했다.

이게 사랑을 한다는 거냐? 안 한다는 거냐?

'주 안에서'라는 말이 뒤에 나오는 '사랑'이라는 말을 매우 애매하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그런 말을 당시 김종필에게 했더니 자신에게 있어 '모든 사랑은 하나님의 사랑'이라고 대답했다.


결혼을 하고나서 생각해보면 참으로 그 말을 맞는 말이다.

남편을 사랑함에 있어서 '하나님의 사랑'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내 사랑으로 남편을 온전히 사랑할 수 없다. 뼈에 사무치게 느끼고, 하나님의 사랑으로 사랑하고자 나를 비워내는 연습을 부단히 해왔다. 그런 대전제가 남편과 내가 여전히 처음처럼, 아니 처음보다 더 서로에게 애틋한 이유일거라 생각한다.


남편에게만 그런 줄 알았다.

오늘 문득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채윤이가 부쩍 자라면서 또 내가 정서적으로 많이 힘들면서 이제껏 양육하며 별로 내보지 않았던 불같은 화를 많이 냈다. 매를 때릴 때도 참으로 침착하게 때리노라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다 무너져버렸다. 내 분을 풀려고 때리는 매가 더 많았다.


엄마로서 자기 아이는 본능적으로 사랑하게 되니까, 보기만해도 이쁘니까 사랑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본능에 충실하면 되겠지....오.산.이었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사랑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 같다. 본능적인 사랑은 오래지 않아 그 바닥의 이기심과 자기애를 드러내고 만다. 한계에 다다랐는데도 돌이키지 않으면 많은 부모들이 자녀에게 원치 않는 상처를 남긴 것처럼 나도 그 길로 갈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정신이 번쩍났다.


채윤이와 현승이를 사랑하면서 이제 다시 이 찬양으로 기도할 때가 됐다.


'주의 사랑으로 사랑합니다. 주의 사랑으로 사랑합니다. 형제 안에서 주의 영광을 보네. 주의 사랑으로 사랑합니다. 우리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그대로 주가 우리 사랑하듯 서로 사랑해야죠. 약한 우리 힘으로는 사랑할 수 없으니 주의 힘을 의지하여 서로 사랑합시다'


이렇게 은혜로 깨달음을 주셔도 또 잊고, 또 잊는 엄마.


성령님! 잊어버리지 않게 도우소서!

2006/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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