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우리'학교라고 써보니 참으로 낯선 표현이다. 장난스럽게 굴 때 말고는 '우리'라는 말을 쓰지 않는 것 같다. 생각해보니 며칠 전 카톡에서 무심코 '우리 00 샘'이라 써놓고 살짝 오글거렸었다. 낯설고 오글거리지만 진심이 담긴 것 같다. 장난스러움만은 아니다. 우리 학교. 대학원 들어가서 두 번째 학기가 시작되었는데, 처음으로 캠퍼스를 밟게 되었다. 첫 학기 전면 비대면 수업. 이번 학기에는 그대로 첫 수업은 모두 대면이었는데 마침 그 주에 코로나 확진으로 격리 수감 생활이었다.

카카오톡과 줌이 학교와 연결되는 유일한 라인인데. 그것만 가지고도 끌리는 사람 끌리고, 이어질 사람 이어지는 것이 희한하다. 내게도 호감이었던 선배 한 분이 만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약속을 잡았는데 다른 선배 한 분까지 합류하여 셋이서 캠퍼스에서 만나 학식으로 점심을 했다. 학교에 처음이라고 하니 식당, 도서관, 학과 사무실, 자신만의 비밀 공간으로 투어를 시켜주시니 나이 오십 넘어 신입생 실감이 제대로 났다. 신나고 즐겁고 설레서 왼쪽 가슴에 손수건 매달고 싶은 심정.

장례식 조문으로 다니던 곳이었는데. 학식을 먹고, 학생증 찍고 도서관에 들어가니 여기가 늘 다니던 거기였던가 싶다. '같은 장소 다른 느낌'이란 정녕 이런 것이구나! 장례식 육개장 아니고 그 옆 건물에 학식이라니. 공부 시작했다고 하니 여러 사람이 박사과정이냐고 묻는데, 아니라고 대답하는 것이 짜릿하다. 박사 석사 아니고 초등과정이라고 해도 좋을 일이다. 건물 이쪽저쪽으로 뷰가 다 좋은데, 야경을 더 끝내준다는데, 내가 꼽은 최고는 화장실이다. 정사각형 유리창에 가득 담긴 숲 풍경이 최고였다. 비대면 수업이라지만, 괜히 학교 가야지. 학식 먹고 어슬렁거리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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