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 주 집을 떠났다 돌아와 일상 회복 중인데, 일상 회복의 마침표는 저 녀석이 찍어주었다.

 

잠 습관이 회복되어 아침 그 시간에 일어나고, 아빌라 데레사의 <영혼의 성>을 묵상한 후 연구소 카페에 글을 올리고, 메시지 성경으로 누가복음 묵상을 하고, 기도를 하고, 하나 씩 일어나는 식구들의 아침의 챙기고... 아침 루틴과 함께 일상 회복이다. 선선한 시간을 골라 탄천으로, 옆 아파트 산책로로, 주택가 골목으로 걷고 또 걸으며 익숙한 풍경을 마주하고 그새 달라진 자란 풀과 들꽃들을 마주하니 일상 회복이다. 

 

장 보러 내려가는데 저 멀리 길바닥에 대자로 누워있는 저, 저 팔자 늘어진 고양이 녀석을 보니 "와, 진짜 집에 돌아왔구나!" 싶다. 쟤는 지나가는 모든 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고, 말 그대로 만인의 연인이다. 이름도 모르겠다. 연인들이 제각각 지어 부르는 듯하여 딱히 뭐라 부를 수가 없다. 나도 연인이라면 연인이니 이름 하나 지어 부르면 되겠지만, 어쩐지 그러고 싶지가 않아서 어정쩡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름을 부를 수 없으니 대화가 쉽게 되질 않는다. "이리 인기가 좋은데 나 같은 연인 거들떠나 보겠어" 하는 심정도 있고. 

 

여하튼 제가 사랑받는 줄은 알아서 낮잠도 꼭 저렇게 길 한복판 가장 눈에 띄는 곳에서 잔다. 제가 예쁜 줄 아는 녀석. 카메라 셔터 소리에 눈도 안 뜨고 자세만 바꿔 눕는다. 자면서도 팬서비스 되는 우리 동네 셀럽. 진짜 집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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