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 다녀와 바로 두 권의 책을 주문했다. 여러 모로 이례적인 일이다.

'좋은 강사'들과의 만남을 코스타의 유익으로 꼽는 강사들 얘길 많이 들었는데, 나는 별로 누려보지 못한 유익이다. 올해는 전체 집회 메시지를 맡은 탓에 첫날 둘째 날 시간을 텅 비웠다. 덕분에 잠시나마 강사들과 대화할 여백이 있었다. 두 분 강사의 인간적인 매력에 끌려서 돌아와서 바로 책을 주문하여 읽었다. 코스탄 아닌 강사에게 끌린 것이 이례적인 것이고, 두 강사 모두 남성이라는 것이 이례적인 것이다. 코스타와 상관없이 개신교인 남성 저자의 책을 읽어본 지가 언제던가.

결론은 사람 못지 않게 두 책 모두 기대 이상이었다.

책으로 감동받고 실물영접한 저자에게 실망하는 일이 얼마나 흔한가. 그리고 사람 만나서 좋았으면 그만이지, 사석에서 만난 사람의 책이 궁금한 경우는 흔하지 않다. 헌데 사석에서 만나 인간적으로 끌린 사람의 책이 궁금했고, 읽고 나니 사람이 더 좋아 보이는 흔치 않은 경험을 했다.

<기꺼이 불편한 예배>의 저자 김재우 선교사님은 코스타 준비하며 전체 집회 강사 모임에서 처음 봤다. 아, 그전에 페이스북에 <슬픔을 쓰는 일> 리뷰를 올리신 것을 친구가 공유해줘서 본 적이 있다. "진짜 괜찮은 분"이라는 소개를 들었다. 전제 집회 강사 모임에서 잠시 만났는데 친구의 말이 뭔 말인지 알겠는 첫인상이었다. 코스타에서 실물 영접하고 보니, 더욱 그러했다. 곡절 많았던 코스타였는데, 함께 참석했던 채윤이와 연구소의 다슬 샘이 "시카고 천사"라고 부르는 분이다. 내게는 물론 다슬 샘과 채윤에게도 천사였다. 저자를 알기 전 <기꺼이 불편한 예배>라는 책 표지를 여러 번 보았었다. 제목이 "예배"라서 '기꺼이' 패스했었다. 남성 저자라니 더욱 '불편하여 기꺼이' 패스할 이유였고... 읽어보니 예배가 아니라 환대, 사역이 아니라 사랑을 사는 삶에 관한 이야기였다. 괜히 "시카고 천사"가 아니었구나 싶었고. 편견과 오만을 회개한다.

<텍스트를 넘어 콘텍스트로>의 저자 최종원 교수님은 몇 년 전에 성서한국 강사실에서 마주한 일이 있다. 이후 근거리 남성 목회자들이 하도 책에 대해 왈가왈부 하고, 요란스러워서 진즉에 패스했었다. 남성 신학자의 책은 거르고 보는 나만의 루틴도 있었고. 이번에 만나고 알았다. 신학자가 아니라 역사학자라는 것을. 진심으로 미안했다. 프로필 한 번 제대로 읽지 않고 신학자로 낙인(?) 찍었다니! 짧은 대화를 나눴는데 인간적으로 끌려 책을 봐야지 싶었다. 페이지마다 공감하며 읽었다. 코스타 세미나 강의 파일을 받아 들다 끌린 이유를 깨달았다. 자기 한계를 알고 인정하는 학자의 글과 태도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자신이 쓴 책을 구매한 독자층을 분석하며 2,30대 여성 독자를 품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인식할 뿐 아니라 인정까지! 역사학자를 신학자로 오해했던 무지, 남성 신학자라 낙인찍고 패스한  편견, 그리고 오만을 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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