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 현상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의 마음으로 주는 것. 은총. 선물.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강요할 수도 달라고 할 수도 없는 것. 노력과 애씀으로 신비 현상을 얻어내려는 것 자체가 문제. 신비현상 자체가 문제가 아님. 신비 현상에 집착한 나머지 왜곡된 영성 생활을 하다 잘못된 사람들은 시대마다 있어 왔다. 현재에도 있다.

버섯전골 사진 걸어놓고 붙이는 인용문으로 뜬금없긴 한데... 이번 학기 듣는 [영성 신학의 주제별 심화] 수업 첫 시간에 필기해놓은 대목이다. 신비현상에 대한 분별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분별 "어렵찌 않아요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학기 교과서였던 [신비 신학]의 저자 윌리엄 존스톤은 신비 신학은 "사랑학"이라고 했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에 못 이겨 사랑으로 주는 것이 (모든 신비체험 포함) 은사이다. 뭘 해서 보상으로 얻는 것도 아니고, 갚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선물이다. 내내 마음에서 은총, 선물이란 단어가 떠나질 않는다.

선물로 온 버섯과 색깔 고운 국수다. 선물이다. 주일 오후 남편이 다른 교회 설교에 초대받아 갔다. 오후 네 시나 되어 집에 왔는데 점심도 못 먹은 상태. 저녁 메뉴로 '버섯 국수 전골' 하기로 하고 아이들도 기대하고 있는데, 설교를 세 번 한 배고픈 목사를 위해 빨리 끓여 보았다. "엄마 아빠 먼저 먹어도 돼?" 단톡에 양해를 구하고. (그리고 애들은 집에 와서 자장면 시켜먹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

남편은 배고팠다 치고. 와~아씨, 나는 내가 한 음식이 왜 이리 맛있어? 4인분 생각하고 끓인 걸 둘이 싹 비워 버렸다. 배 부르고 몸이 뜨끈하고 영혼까지 채워진 느낌. 맛있게 뚝딱 먹어 치운 남편이 기분이 좋은지 고백을 해왔다. "여보, 사실 나... 나 버섯전골 좋아해. 나는 전골류를 좋아하는 것 같애." 아니 좋으면 전골한테 직접 고백할 일이지 그 사이에 왜 나를 끼워? 둘이 예쁜 사랑해! 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래,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건 참 좋은 일이지." 있으면 먹고, 없으면 안 먹고. 있으면 있는 것 아무거나 대충 먹는 당신이 안타까웠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는 건 정말 좋은 일 같아,라고 말하지 않고 속으로 생각했다.

선물, 그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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