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참 좋아하고, 선생님들을 좋아하며 존경하는 현승이가 '선물'을 요구한다. 지난 스승의 날부터 선생님 몇 분을 꼽으며 선물을 준비해 달란다. 현승이가 이러는 경우는 "찐"이라, 정성 담아 준비했었다. 추석 앞두고, 수시 원서 접수 앞두고 고3 현승이의 선생님을 뵈었다. 제 성향과 달라서, 제가 없는 것을 가지고 계셔서 더욱 선망하는 것 같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청소년에게 존경하는 선생님이 있다는 건. 의미가 발견되어야 공부도, 뭣도 하는 아이인데 그 '의미'를 찾아가는 좋은 안내자가 되어 주시니 가끔 질투가 나도록 감사하다. (언젠가 학교 자랑 포스팅을 한 번 해야겠다, 교장 선생님을 비롯해서 이런 선생님이 한두 분이 아니니.) LA 갈비를 사서 양념을 했다. 요즘 우리 먹을 음식도 잘하지 안(못)하는데, 전날 학교 수업 마치고 11시에 집에 왔는데, 기쁘게 무리를 했다.   

 

함께 하고 있는 연구소는 직장이 아니라 공동체이다. 직장이라고 치면 악덕 업체다. 열정 페이, 헌신 페이로 제대로 받는 것 없이 쏟아붓는 시간과 재능은 어마어마 하니까. 상담, 강의, 여러 세미나 진행은 거의 재능 기부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함께 연구하고 성장하고 노는 게 좋고, 연결되는 이들을 돕는 게 기쁨이니 공동체이다. 그래도, 그래서... 두 번 명절에는 심사숙고하여 선물 하나를 잘하려고 한다. 실용적이고 정성 담긴 선물을 하려고 매 명절마다 행복한 고민을 한다. 제한된 재정으로 좋은 선물 고르기 위해 엄청난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데, 그것이 기쁨이다. 이번 추석에는 LA 갈비를 전했다. 맛있게 딱 한 끼 먹을 분량이다. 일단 우리 가족이 한 번에 딱 맛있게 먹어 치웠다. 만족이다. 

 

주고 싶은 마음, 먹고 싶은 마음

 

참 잘 만든 광고 카피들이 있다. 투게더 아이스크림 같은 추석 선물로 마음이 풍성하다. 주고 싶은 마음, 먹고 싶은 마음이 양방향으로 채워져서. 

 

* 그리고... 물가가 비싸도 너무나 비싼 이 시절에 목사라고 작가님, 선생님이라고 추석 선물 주시는 분들께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먹고 누릴 때마다 얼굴을 떠올리는 기도로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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