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를 왜 사?

 

채윤이랑 장을 보는데 무화과를 사자고 한다. 무화과를 왜 사? 처음 클릭된 내 마음이었다. 그리 비싸지도 않고, 채윤이가 사자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냥 먹고 싶다는 것이다. 먹고 싶다는 것보다 정직한 이유가 있으랴. 그래, 사!라는 반응에 "어, 진짜?" 하는 게 조금 슬프다. 우리 엄마가 그랬듯 아이들이 뭘 사고 싶다거나 욕구를 드러내면 나는 일단 빨간불을 켜 들었다. "왜애? 그게 지금 필요해?" 엄마가 내게 그러는 게 그렇게 싫었으면서 아이들에게 그러고 있다. 그걸 인식한 순간부터 그러지 않으려고 뼈를 깎는 노력을 했으나 아이에게 가 닿는 건 몸의 언어이다. 표정과 세포로 말하는 것을 먼저 들었다. 그 행동이 맞고 틀려서가 아니라 엄마가 전적인 지지를 하지 않으니 아이는 불안한 것이다. 내 엄마가 내게 그랬던 게 그렇게 싫었는데... 그렇게 심긴 무의식적 메시지가 "네가 선택하는 것은 옳지 않아!"라서 그 메시지를 지우는데 긴 시간이 걸렸는데 내 아이에게 그러고 있었다. 그러지 않겠노라 결심한 세월이 짧지 않지만, 내 몸에 새겨진 것이 아이 몸으로 흘러가 버렸다. 

 

그래, 사.

 

어? 정말? 엄마 무화과 사준 적 한 번도 없잖아. 정말 사도 돼? 그렇게 무화과 한 박스를 사왔다. 아이의 몸에 새겨진 "안 돼! 필요 없는 것을 왜 사? 네 선택은 옳지 않다!" 트라우마는 이런 작은 경험으로 치유되어야 한다. 그렇게 무화과 한 박스를 사 와서 이렇게 저렇게 먹는 동안 무화과에 얽힌 나의 이야기가 하나 씩 둘 씩 풀어져 나왔다. 무화과에 얽힌 사연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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