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몇 년을 같은 직장에서 일해도 전혀 상관없는 사람으로 지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송미경과장님과는 9개월 동안 같은 곳에서 일했죠.
객관적인 이력을 소개하자면 너무 많은데......현재는 김포에 있는 모 정신병원에서 임상심리 전문가로 일하고 계시고 여기 저기 많은 학교들에 강의를 하고 계시고...박사논문을 낳기 위한(?) 산고 중에 계십니다.

어렸을 때 이랬었답니다. 하나님이 잠자리에 들기 전 자신이 하는 기도를 들으시고 주무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너무 늦게 잠자는 기도를 드리면 송구했다고 합니다. 그거 기다리다 못 주무시나 해서요...^^
그렇게 어려서부터 경.우.가 바른 어린이셨나봐요.

한 마디로 경.우.를 아는 분이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이죠. 그 '경우'라는 것은 사람이 살아가는 도리겠죠. 윗사람 아랫사람한테 지켜야 할 것을 지키는 것. 그 지켜야 할 것을 지키다 보니 경우에 없는 사람들은 자연히 이 분을 거북해 하게 되겠죠. 거북해 하다못해 별별 험한 소리를 다 들어도 정도를 포기하지않는 분이지요. 그러면서 직장에서 받은 상처가 너무 크셨죠.

무엇보다 제게 '헐랭이' 라는 이름을 붙여준 분이기도 합니다. 제가 입사하고 저를 딱 3일 정도 보시고는 '아냐 아냐! 헐랭이야~' 이러셨다죠.
함께 신우회를 만들기 위해서 은밀히 기도 모임을 하고 그렇게 준비하여 갈등과 반목이 심한 직장에서 신우회를 만들고 그렇게 9개월을 보내곤 직장을 옮겨 가셨습니다.

직장 옮기는 것을 결정하던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 보았습니다. 늘 계획적이고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된 후라야 행동에 옮기고 기꺼이 변화하는 분이셨습니다. 그러나 그 때 직장을 옮기는 과정에서는 불투명한 것들이 너무 많았고 순간순간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들이 많았습니다. 어려운 상황이었죠. 10년 넘게 다닌 직장이었으며 이 직장에서는 존경 받는 상사였습니다. 그리고 사실 그냥 그대로 직장에 남아 있어도 손해될 것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편할 수도 있었겠죠.
여기 저기 오라는 곳이 생기고 조건을 맞춰보고 면접을 보고 하시면서 '과연 내가 잘 하고 있는가? 이것이 하나님 뜻인가?'를 계속 물으면서 힘들어 하셨습니다. 과장님한테는 모든 변화는 충분한 검토와 계획 속에서 나왔기 때문이었습니다. 함부로 결정내리지 않으셨던 것이죠. 최종적인 결정을 해야 했던 날이 기억납니다. 매우 힘들어 하시면서 '나 이런 식의 결정은 태어나고 처음 해봐요. 불확실함 속에서 결정해 보기는 처음이야' 하면서 기도해 달라고 간절히 부탁하셨었죠.

그 날 이후로 과장님의 수첩에 <모험으로 사는 그리스도인>에 나오는 한 구절이 늘 적혀 있게 되었는데...내용은 하나님께 백지 수표를 드렸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싸인하시고 하나님이 다~ 책임지시라는 뜻이었죠. 아마도...
능력도 있고 재능도 있는 분이기에 어떤 일을 해도 실패함이 없어서 당당할 수 밖에 없었지만 백지수표를 말하는 순간 '알 수 없는 내일'에 대한 주권을 하나님께 이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이 됩니다.
그리고 그 때 이후로 드물게 과장님을 만날 때마다 예전보다 더 많이 포기하고 더 많이 하나님께 삶의 주권을 이양한 사람의 평안을 엿볼 수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 때 그 일들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중대한 결정을 하면서 '하나님의 뜻'을 묻는 사람들에게 이거냐, 저거냐의 선택에 하나님의 뜻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완전히 믿고 선택하는 그 선택에 하나님의 뜻이 있는 것 아닐까? 라고 말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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