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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버지 정목사님.
이제 또 다른 정목사님. 정운형 목사님의 시대가 도래하였도다!

생기지도 않은 아들을 놓고 '하나님의 종으로 바치겠습니다.'하고 서원기도 하신 부모님.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이 정해 놓으신 꿈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는 연습으로 살아온 동생이다.
마치 자신이 원하는 다른 길을 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조차 '죄'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가고자 할 때마다 '어차피 하나님이 쓰실 사람은 결국 쓰시게 되어있다. 어차피 돌아서 돌아서 그 길을 가게 되어있다'하는 말에 올무가 되어 날개조차 펴 보지 못한 꿈들이 허다할 것이다.

그러나, 결국 하나님이 쓰실 사람은 이렇게 목사 안수를 받고 말았다.

목사님은 무얼하는 사람일까? 목사의 자질은 무엇일까? 나는 평신도로서 어떤 목사를 원하나?
설교? 중요하다. 요즘 나는 설교에 목말라 있다. 들을수록 갈증나는 설교 말고, 한 방 들으면 말씀에 대해서 순종하고픈 마음이 저절로 일어나는 그런 설교,,,,, 정말이지 듣고 싶다.

꼭 그렇다고 설교만은 아닌 것 같다.

목사가 목자라면, 예수님처럼 양을 먹이는 목자라면 '한 마리의 양'이라도 하찮게 여기지 않는 마음 아닐까? 아흔 아홉 마리의 양을 놔두고 길 잃은 한 마리의 양을 찾아 나서는 마음 말이다. 그리고 양의 필요를 가장 잘 알고, 그 필요를 채우주기로 언제든 준비되어 있는 목자. 그런 면에서 내 동생을 딱 목자이고, 목사이다.

나는 내 동생이 목사인 것이 자랑스럽다. 많은 목사들이 목사란 이름에 부끄럽게 스스로를 '직업'의 하나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생각이 될 때 더더욱 그러하다. 설교 한 편을 준비할 때마다 밤을 새우며 산고를 치르듯 하는 모습이 자랑스럽고, '목사'라는 이름으로 성도들을 조금이라도 이용하지 않으려, 정직하려 애쓰는 모습이 자랑스럽고, 무엇보다 탈북자 한 사람을 위해서 자신의 가진 것 무엇이라도 다 주려고 준비된 모습이 자랑스럽다.

그러나 한편, 이렇게 스스로 너무 높은 기준을 가지고 '정직, 사랑, 헌신 결벽증'을 앓게 되지나 않을까 염려도 된다. 결혼을 앞둔 동생이 '목사로서의 정체성'과 '남편 또는 아버지로서의 정체성'을 어떻게 잘 조화시켜 갈 지가 기대가 되고 또 염려가 된다.

이 모든 과제를 안고 동생은 안수를 받자 마자 홀로 기도하러 떠났다. 마치 예수님이, 사도바울이, 다윗이 광야로 갔던 것 처럼 외롭게 기도하러 떠났다. 그렇게 기도하러 떠난 동생을 바라보면서 왜 이리 마음이 시린지 모르겠다.

아들을 서원하여 드린 것이 또 다른 무슨 죄처럼 매일 밤 눈물의 기도로 아들의 방황과 성숙을 지켜봤던 우리 엄마. 목사 안수를 받는 예배에서 쏟으신 눈물의 의미는 어쩌면 엄마와 하나님 사이의 말할 수 없는 사연일런지도 모르겠다.
그런 엄마의 기도가 있는 한, 동생의 사역이 때로 힘들고 어려울지언정 실패하지는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시간이 많이 자나도 동생의 처음 마음에서 변질되지 않고, 작은 한 영혼을 향한 사랑의 순수함을 지켜 나가고, 무엇보다 그로 인해서 기쁨의 열매를 많이 거두는 그런 앞으로의 나날이 되리라 믿는다.

목사의 길을 가는 내 동생을 온 맘으로 축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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