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 자기주장이 강해지는 채윤이(이건 사실 미화한 표현이고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똥고집이 늘어서 말을 죽어라고 안 듣는 미운 네 살 채윤이) 하는 짓이 그렇다보니 여기 저기 구박만 엄청 받습니다.

퇴근해서 집에 돌아가면 할머니 할아버지는 오늘 채윤이가 어떻게 말을 안 들었는지를 일르기 바쁘시고...
채윤이는 또 나름대로 엄마한테 살짝 와가지고는 "엄마, 엄마 회사 갔을 때~애 할아버지가 자꾸 채윤이한테 쎄게 말하셔(화를 내신다는 말씀)"하고 일릅니다.

암튼 분명한 사실은 채윤이가 낮에 엄청 말을 듣지 않고 그에 따른 부정적인 피드백(넌 말 안 듣는 애야. 넌 못된 애야. 넌 나쁜 누나야)을 받다보니 나름대로 스트레스 받고 그런 상황입니다.
그나마 엄마 아빠 집에 오면 가급적 대화로 해결하려 하고 채윤이의 유일한 킬러인 엄마가 한 소리 하면 또 깨갱하게 되고 그렇게 하루를 정리하게 되죠.

채윤이가 귀 파주는 거 좋아하거든요. 엄마 무릎에 누워서 이쪽 저쪽 귀를 살살 파주면 좋아하는데 그거 하다가 엄마가 잠시 일 보러 일어난 사이 혼자서 자기 귀를 팠나봐요. 아직 조절이 잘 안 되다보니 그냥 팍 찌른거죠. 아프기도 아프고 놀랬기도 해서 자지러지게 우는데 옆에 계시던 할아버지 할머니 눈도 깜짝 안 하시면서 '지가 혼자 파다가 울고있어' 이러시네요. 너무 아픈데 공감해 주는 사람이 없으니 엄마한테 쫒아와서 울기 시작하는데 울음이 그치지를 않네요.
웬만큼 그쳤다가 또 울고, 침대에 누워 책 읽어 주는데 또 훌쩍거리고...웬만하면 그 기분으로 잠들게 하지 않으려고 엄마가 몸을 던져 웃겨 봤건만 기분이 썩 나지지 않아요.
가여운 마음에 어제는 채윤이 침대에서 잤어요. 김현승이 감기로 캑캑 거려서 연실 이 방 저 방 왔다갔다 하기는 했지만 채윤이 옆에서 안고 뽀뽀하고 하면서 잤어요.

요즘 진짜 동네북은 채윤이야~
2003/12

'푸름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뭐든지 먹는다  (0) 2007.07.13
할아버지  (0) 2007.07.13
혼자 이름 쓰다  (0) 2007.07.13
현승아 나좀 안아줘  (0) 2007.07.13
채윤이가 슬픈 이유  (0) 2007.07.1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