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목장 모임 시간에 막 끓여 놓은 녹차를 허벅지에 엎어버린 김채윤.
엎는 순간 귀와 가슴을 동시에 후벼파는 듯한 비명 소리!
이미 엎질러진 녹차.
허벅지에 5센티 정도의 물집이 생기기도 전에 터져 버렸습니다.
수돗가 찬물에서 잠시 화기를 뺀 후 강동성심병원 응급실로 갔습니다.
아프기도 했지만 너무 놀라서 공포에 질려버린 채윤이. 응급실로 가는 차 안, 응급실에서 화기를 빼면서 고통스러운 가운데에도 입은 가만 놔두지 않았습니다.

* 엉엉엉....엉엉엉....엄마 무서워. 나 무서워....추워...추워....
* 김수영할아버지~이! 할아버지가 보구 싶어...이순자 할머니~~!
* 현승아 누나 손 좀 잡아줘. 누나가 아퍼. 두 손으로 잡아줘...엉엉엉...
* 엄마! 나 현승이가 좋아지기 시작했어요....엉엉엉...
* 외삼촌이 알면 깜짝 놀라겠다....엉엉엉.....외할머니도 깜짝 놀라겠다....외할머니한테 전화해.
기도하시라구해...엉엉...
* (서재석 목짜님을 비롯해서 거의 아는 모든 이름을 대면서) '깜짝 놀라시겠다'
* 우리 목장 식구들이 다 깜짝 놀랬어...엉엉엉...
* 현승이좀 나한테 보이라구 해
* (며칠 지나서 좀 나아진 오늘은) 엄마! 이제부터 나를 부를 때 '무릎을 다친 불쌍한 채윤아'이렇게 불러줘

그러면서도 참 신통하게 고통스러운 치료를 참아냈습니다. 첫 날 응급실에서 항생제를 맞았는데 무섭고 아파서 몸을 뒤틀었습니다. 달려온 외삼촌이 집에 가면서 '채윤아! 근데 삼촌이 그 주사 맞아봐서 아는데 그 주사 맞을 때 몸을 움직이고 울면 더 아퍼' 이 한 마디 했습니다. 다음 날 주사 맞으면서 혹여나 움직일까봐 엉덩이를 잡고 있는데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두 번째 치료 받으러 가서도 역시 허물을 핀셋으로 벗겨내고 드레싱을 하는데 치료 시작 전, '이거 할 때 하나도 안 울면 주사 안 맞을건데' 하는 의사 선생님 말에...
그 고통스러운 걸 끽 소리 안하고 참았습니다. 눈물은 뚝뚝 떨어지는데 소리 하나 내지 않구요.

처음 데이던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머리가 서는 것 같고, 치료하러 가서는 내 속이 다 후벼지는 것 같은게 엄마 마음인데 애써 냉정해지려 노력했습니다. '채윤아! 너 아픈 거 맞어. 이렇게 데이면 아프고 좀있다가는 더 아플 수도 있어. 참는 방법 밖에 없어. 그런데 시간이 많이 지나면 낫게 돼있어' 여러 번 이렇게 얘기해 주었습니다. 사실은 나 자신에게 한 말인지도 모르죠.
2004/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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