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1/12

아침, 병원에 가는 길에 채윤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가기로 했다.
채윤이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내려와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앞에 엠블런스 한 대가 서 있고, 그 안에 채윤이 또래의 아이가 타고 있었다.
채윤이는 왜 병원 차가 여기 와 있느냐,
쟤는 왜 그 차에 탔느냐 이것저것 물어왔다.

그러더니 갑자기 손잡고 가자고 한다.
채윤이 손을 꼭 잡자 채윤이가 이런다.

"아빠, 난 아빠가 의사선생님이었으면 좋겠어.
우리 아빠가 의사선생님이면 정말 멋질 거 같아."
"아빤 의사선생님이 될 수 없어"
"아이~잉, 아빠가 의사선생님 되면 정말 멋질 텐데..."

싱숭생숭하다.
난 내내 채윤이가 이담에 커서
과연 아빠를 자랑스러워할까 하는 문제를 갖고 고민이다.
내 직업, 내 일, 내 젊은 날, 내가 이룬 성과, 내 성품, 내 신앙...

떡방앗간 하는 아버지가 한때 부끄러웠던 적이 있었는데,
우리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 나의 어떤 모습을 부끄러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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