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2/04

요즘 두 녀석이 저녁마다 하는 놀이.
거실에 쟁반들 죽 갖다 네모로 늘어 놓고 그 안에 들어가서 뭐라뭐라 하면서 논다.
자세한 내용은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는데 하이튼 신나게 논다.

김채윤 주방에 가서 지퍼백을 세 개를 가지고 와서는 '엄마! 나 이게 필요하거든' 한다.
(이런 경우 당연히 덩달이 김현승 뭐에 쓸 지 용도도 모르면서 지 누나 하는대로 지도 한 개 들고 나온다)
에이 그냥 줄껄~
지퍼백은 아무래도 위생팩보다 비싸다보니 '한 개만 써'하고 간섭을 해버렸다.
한 개만 쓰라고 했던 김채윤 오히려 네 개를 쓰겠단다.
몇 번 실랑이 끝에 김채윤 울고 불고........결국 또 대화(내지는 윽박지르기)를 위해서 둘이 방으로 들어갔다.

김채윤 먼저 울면서 선수를 친다.
'원래 필요한 것 쓰는 거잖아요. 색종이나 크레파스나 스케치북이나 물감이나....내가 필요하면 쓰는 거 맞잖아요. 필요한 거 쓰라고 엄마가 사준거잖아요. 근데 왜 비닐은 내가 네 개 필요한데 한 개만 쓰게해요?'
'색종이나 이런 건 니가 쓰라고 사준 거지만 지퍼백은 너 놀으라고 사 놓은 게 아니잖아. 다른 데 쓰는 거잖아. 그리고 그건 비싸.(에구구..비싸면 얼마나 비싸다고...)'
김채윤 서러워서 엉엉운다. '엄마는 저러는 거 너무 싫어. 엉엉엉...엄마랑 안 놀거야....엉엉엉'
으이그~ 듣기 싫어. 드라마 찍냐? 오버하면서 울기는....
내가 지쳐서 그냥 방에서 나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 할 일 하면서 한참이 지났는데도 김채윤 뭐라고 소리소리 지르면서 계속 울고 있다.
살짝 방문 앞에 가서 들으니...
'가족 식구들이 이게 뭐야!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현승이 다 내가 우는데 달래주지도 않고...엉엉엉....가족 식구들이 이게 다 뭐냐고?'
하도 기가 막히고 안 되기도 해서 방에 들어가서 안아주면서 달랬다.
계속 조동아리를 안 다물고 떠들어대는 김채윤.
'나는 혼자 신장으로 다시 이사가고 싶어. 이런 가족들하고는 살고 싶지가 않어....나는 이제부터 아빠하고 할아버지 할머니 현승이 하고는 안 놀거야. 엄마하고만 놀거야...엉엉엉..'
'잘 생각해봐. 너 맨 첨에 화 나게 한 거 엄마야. 우리 지퍼백 때문에 얘기하다가 너 울었잖아' 했다.

결론은 이거다.
김채윤이 오늘 낮잠을 안 잤다.
김채윤은 졸리면 정신을 못차린다.
일단 졸리면 어디든 시비를 걸고 한 번 혼나고 그러는게 순서다.

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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