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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0년 전의 사진입니다. 그 때 생각에는 제일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고 있다고 여겼는지 모르겠으나 인생에서 아주 자유롭던 아름다웠던 시절입니다. 싱글의 가을에 북한산엘 갔었습니다. 기억에 길을 잘못 들어서 매우 많이 걸었던 것 같습니다. 저 때만해도 10년 후 우리가 함께 '사모'의 반열에 들 줄을 생각도 못했습니다. 혹 나는 어떨 지 모르겠으나 저 친구가 사모가 되리라는 생각은 거의 해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그로부터 10년 후, 내 친구는 사모가 되어 제천의 작은 교회에서 예민함을 하나 씩 하나 씩 내려놓고 기도로 단련되어 가고 있습니다. 날이 갈수록 사람이 넉넉해지고 푸근해지고 있습니다. 10년이 길지만 짧기도 합니다. 짧기도 하지만 그 10년 동안 우리가 겪었던 많은 일들을 떠올리면 100년 같기도 합니다.

10년의 세월을 넘어서 친구와 함께 밤을 보냈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 지 모르게 새벽 5시가 넘도록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사실 오후 4시쯤 만나서 다음 날 새벽 5시까지 계속 쉬지 않고 얘기를 한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무슨 얘기를 했는지도 잘 떠오르지도 않습니다. 이 친구를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이 친구의 군더더기 없는 솔직 담백한 표현들 때문입니다. 같은 사안을 두고 얘기하다보면 친구의 담백하고 객관적인 시각이 항상 제 마음을 추스르게 만들곤 했습니다. 그래서 유난히 이 친구의 말에는 신뢰가 갑니다.

친구가 내가 부르는 찬양을 좋아합니다. 그냥 노래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내 목소리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부르는 찬양을 좋아합니다. 계속 지휘를 하고 음악치료를 하면서 '선생님 목소리 너무 좋아요' '지휘자님 선곡이 참 좋아요' 하는 칭찬들을 듣지만 이상하게 오래 전부터 찬양하는 사람으로서의 자신감을 많이 잃었던 것 같습니다. 친구가 대놓고 내 찬양을 칭찬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대화 속에서 친구가 나를 어떤 사람으로 세워주고 싶은지가 느껴졌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오래 전부터 '찬양하는 사람' 이었습니다.

자기를 알아주는 단 한 사람만 있으면 그 사람을 우울증에 걸리거나 자살을 할 확률이 매우 낮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나를 알아주는 한 사람이 가진 힘은 말할 수 없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10년 전 수요일마다 찬양인도 하는 내 바로 앞에 앉아서 한결같이 OHP를 넘겨주던 친구, 내 찬양하는 마음을 알아주던 친구를 다시 만나 새로운 위로와 힘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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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이 끊임없이 수다를 떠는 사이 아이들은 끊임없이 놀이를 했습니다. 하민이는 여자놀이 남자놀이 기능이 다 되는 어린이라서 현승이랑 칼싸움 놀이까지 신나게 했습니다. 아직은 현승이가 역부족. 점점 뒤로 밀리고 있는 것을 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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