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Tzine> 2월호 유브♥갓♥메일_목적이 이끄는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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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야!
오늘 직장동료와 대화하던 중 은혜에 관한 얘기를 하게 됐단다. 어릴 적 주일학교에서 가르치던 제자와 메일을 주고받고 있다는 얘기를 했지. 그러면서 네가 지난번에 물었던 '누군가 마음에 들어왔는데 이 사람이 하나님이 허락한 사람일까?'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어. 직장동료가 정말 정색을 하고 놀라더구나. 요즘에도 그런 아가씨가 있느냐고 말이야. 그건 우리 세대나 하던 고민 아니었느냐고 말이다. 요즘에야 쉽게 사귀고, 만나보다 아니면 헤어지고 하는 게 보편적인 연애방정식이 아니냐고 말이다. 그래서 선생님이 자랑삼아 웃으며 말했지. '아무나 그렇게 못 해요. 혹시 목적이 이끄는 연애라고 들어는 보셨는가요? 제 제자는 목적이 이끄는 연애를 하고 싶다는 것이지요. 후후후….' 우연히 튀어나온 말인데…. '목적이 이끄는 연애!' 참 멋진 말 아니니? 자∼ 이제 은혜의 목적이 이끄는 연애를 위해서 이야기를 한번 해 볼까?

Feel, 관계를 시작하는 첫 단추

지난번 미뤄둔 질문에 관한 얘기를 해보자. 어느 날 찬양을 인도하는 K군이 은혜 눈에 클로즈업되어 들어왔고, 서서히 마음에 차오르는 설렘이 통제 불가능의 수준이 됐다는 얘기지? 사람에 대해서 끌리는 이 감정으로 '내 사람이다. 하나님이 주신 사람이다.'라고 확신하며 행동을 해도 되는지,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는 것이지?
은혜의 마음을 압도해버린 그 설렘이 참 행복하면서도 한편으론 고통스럽기도 할 거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빨리 어떤 행동을 해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기도 하고, 어설프게 들이댔다가 거절당하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도 있을 것이고 말이다. 사실 오래전 내가 겪었던 감정이기도 한 탓에 별로 낯설지가 않는구나. 이 메일을 쓰기 전에 한창 그 고민을 할 때 적었던 10년이 훨씬 넘은 일기를 꺼내서 읽었단다. 그때의 내 감정과 지금 은혜 감정의 모양새가 뭐 거의 다르지 않을 것 같고, 지금은 남편이 된 그 시절 선생님의 K군이 했던 말의 기억이 새롭게 떠오르더구나. 어느 날 갑자기 '마법의 보자기'를 쓴 것 같다고 말이다.^^

기본적으로 어느 날 갑자기 내게 주어진 생각이나 감정은 하나님의 인도를 받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특히 어느 이성에게 느껴지는 남다른 느낌은 그 자체로도 선물일 뿐 아니라, 특별히 '나의 사람'이 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는 신호가 되겠지. 은혜가 표현한 대로 하자면 '하나님이 주신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지. 흔히 말하는 'feel'이 느껴지는 사람을 만나는 건 이성교제에서 그리고 결혼에서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니겠니? 또 나는 대부분의 사람이 궁극적으로 자기 수준만큼의 사람을 선택하게 된다고 믿어. 은혜의 신앙적, 인격적 수준을 선생님이 아니까 은혜의 마음에 들어온 K군은 좋은 형제일 거라는 믿음이 생기는구나.


Feel을 다루는 지혜

feel은 중요하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봐도 우리의 감정은 이미 여러 번 신뢰를 잃을 만한 실수를 많이 했지. 무슨 말인가 하면 '감정에 충실하기'는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일이라고 봐. 그러니까 어떤 사람에게 feel이 느껴진다고 해서 그때마다 바로바로 행동에 옮기는 건 생각해 볼 일이라는 것이지. 단순하게 말해서 오늘은 죽을 것 같이 좋은데 바로 내일 그 감정이 눈 녹듯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 우리의 감정 아니니? 감정의 파도가 크게 일렁일수록 '더욱 냉철하게 생각하기 기능'을 열심히 가동시켜야 한다는 것이야. 그러니까 은혜가 '감정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그쪽에서도 같은 마음이 아니라면 빨리 마음을 정리하고 싶다'는 데에는 일단 거부권을 행사하고 싶네.

그렇다고 그냥 좋아하는 마음을 가만히 품고만 있으라는 얘기는 아니고,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이건 사실 선생님이 썼던 방법이기도 한데 돌아보면 많은 유익을 주었어. 그 형제에 대해서 좀 더 이성적으로 관찰해보는 거야. 그걸 또 적어보는 거지. 네가 K의 어떤 점에 끌리고 있는지, K에게는 어떤 장점들이 있는지, 또 어떤 연약한 점이 있는지를 잘 살펴보라는 거야. 이런 시간을 갖는 건 나중에 두 사람이 교제하게 될 때 아주 많은 유익을 누리게 할 거야. 혹 좋은 교제로 이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은혜에게 '이성을 보는 좋은 눈'을 갖게 하는 훈련이 될 수도 있고 말이다. 물론 이 시간은 기도하며 관찰하는 시간이 되겠지.

'늑대가 된 조장'이라고 들어봤니? 맘에 드는 자매를 성경공부 자기 조에다 갖다 넣고는 공을 들여 자기 여자를 만들었다는 전설의 조장 말이야.^^ 같은 공동체에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 그러는 중에 자연스레 자신의 매력을 상대방에게 보여줄 수도 있고 말이다. 혹시 선택할 수 있다면 성경공부의 같은 조가 되거나 같은 부서의 봉사를 함께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아. feel이 쌍방에서 꽂히는 것이 순리대로 가는 방법일 테니까 급하게 마음먹지 말고 K에게도 마법의 보자기가 씌워질 시간을 좀 주면 좋겠어. 언제까지나 이러고 있자는 건 아니고 말이다. 일단은 조금 천천히 행동하는 것이 연애뿐 아니라 모든 일에서 하나님을 앞서가지 않는 것이라고 여겨져.


목적이 이끄는 연애

이 메일을 쓰면서도 내 마음에 의구심이 드는구나. 이런 구닥다리 같은 조언이 은혜에게 도움이 될까? 너희 또래들의 미니홈피를 보다 보면 너희가 생각하는 이성교제는 그렇게 무겁고 심각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반면 교제를 시작했을 때는 표현이나 쏟는 열정이 웬만한 신혼부부를 무색케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삶의 많은 부분에서 자신이 지음 받고 존재하는 목적을 고민하는 청년들이, 이성교제만큼은 '가볍게 마음 가는 대로! 지금의 감정에만 충실하기!'를 목적으로 하는 것처럼 보여서 아쉬울 때가 있어.

서두에 쓴 '목적이 이끄는 연애'라는 말을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되는 대로, feel이 꽂히는 대로가 아니라 목적을 가지고 자신의 'feel'을 다룰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아. 지금의 소중한 감정들을 귀하게 여기면서 더불어 귀한 감정이 귀한 만남이 되도록 서두르지 말고 가 보자. 조금씩 분명하게 드러나게 될 거야. 이 메일을 읽고 난 너의 소감이 많이 궁금하구나. 은혜 덕분에 선생님이 연애를 막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다. 답신 기다릴게. 안녕!



또 다른 은혜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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