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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내가 MBTI로는 반대유형이고 에니어그램으로는 몇 번이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많은 얘기를 하곤 한다. 그런 도구들로 인해서 남편을 보게 되었기에 객관적인 시각도 생기고 남편을 더 이해하게 된 것이 사실이다. 오늘날 이렇게 MBTI와 에니어그램의 매력에 푹 빠져 배우고 또 배우는 이유는 남편을 온전히 이해하게 만든 쓸모있는 도구였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MBTI에서 길을 잃은 지점을 정확히 알고 있다. 갈등이 일어났을 때 말이다. 갈등이 일어났을 때 MBTI에서 말하는 '너랑 나랑은 이렇게 달라. 이런 성격유형을 타고났대. 그래서 이렇게 안 맞는거야. 너는 너대로 살다 죽어. 나는 이렇게 생겨 먹었으니까 말이야'
이러면서 내게 질문을 해오면 답할 말이 없었다. 사실 나 역시 아주 상태가 안 좋을 때 남편과 갈등이 생기면 그랬으니까. '으이그...저 정내미 떨어지는 INTJ! 니가 내 깊은 정서적 욕구를 어떻게 알고 터치해 주겠니. 내가 포기하고 말지. 잘 먹고 잘 살아라. 내가 니 사생활 터치 안할테니 혼자 책이나 파고 살란 말이다' 이러고 있었으니까.

에니어그램 지도자과정 수업시간이 어떤 분이 선생님께 질문을 했다. 질문의 요지는 갈등이 일어나는데 상대방에게 에니어그램을 설명하고 '너는 이런 유형이고 나는 이런 유형이라서 그래'라고 하고 싶은데 그러면 갈등해결이 되겠냐? 하는 것이었다.
선생님의 말씀은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만 정직해지면 된다. 내가 먼저 가면을 벗고 진실하게 대하면 상대방도 자연스럽게 가면을 벗게된다. 사실 경험 상 안다. 갈등이 일어날 때 상대방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었던가? 가장 빠른 해결방법은 나를 돌아보는 것이었다. 나를 정직하게 돌아보기만 하면 굳이 상대방의 약점을 들춰낼 필요도 없었다.

최근에 재미있게 읽은 책 '<선녀는 왜 나무꾼을 떠났을까?>_옛 이야기를 통해서 본 여성성의 재발견'에서 남편과 갈등이 생길 때 남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을 들여다보는 방식 하나를 배웠다.

남성 속에 숨어있는 여성성, 아니마.
여성 속에 숨어있는 남성성, 아니무스.

책에 나오는 얘기를 그대로 옮기는 것이 좋겠다.

'쉽지는 않겠지만 성숙한 관게로 발전하려면 자신의 아니마, 아니무스와 자기 곁에 있는 상대를 혼동해서는 안된다.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여성과 이해하지 못할 때 상대에게 자기 무의식을 투사하게 된다. 상대방의 본 모습 그대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 있는 모습을 거울처럼 비추어 상대에게서 그 모습을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흔히 '남자가 어떻게...' 또는 '여자가 어떻게...'라는 표현을 쓸 때 우리는 내 앞에 있는 상대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기대하는 여자와 남자는 결코 그렇지 않다는 고백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내가 기대하는 남자와 여자가 바로 자기의 무의식에 존재하는 아니마, 아니무스다'

결혼 10년 차에 접어들면서 남편과 더 깊은 '영혼의 친구'가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감사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편의 어떤 모습을 보면 또 넘어져서 질퍽거릴 때가 없지 않다. 이젠 내가 기도도 좀 안하고 상태가 영 메롱메롱 할 때 조차도 남편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지에 올라서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내 안의 아니무스를 정직하게 찾아보고 직면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모처럼 재.미.있.는 책을 만나서 읽었다. 사실 어떤 책을 읽는다는 건 읽는다는 그 자체로 재미가 있다는 얘기겠지만 '재밌다. 재밌다'는 말이 입에 착착 붙어 나오는 책이었다. 여러 옛 이야기를 여성 신화학 박사가 새롭게 풀어내서 들여주는 얘긴데 그 중에서도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는 건강한 결혼을 위해서 건강한 시각을 열어주는데 여러 번 무릎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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