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2/10

현승이는 그 자신도 부드러운 남자.

자신이 부드러운 만큼 부드럽게 대접받기를 원하는 남자.


초겨울에 고모가 옷 한 벌을 사주셨는데...

웃도리 천이 이름은 모르겠지만 참으로 부드러운 천이로 된 것이었다.

'현승이 이쁜 옷 입었네' 누가 이러면 어김없이.

'고모가 사줬어요. 부드러워요' 하면서 자기 옷을 그렇게도 만져댄다.


엄마가 집에서 입는 옷 중에 현승이가 좋아라 하는 옷들이 있다.

당연히 부드러운 것.

엄마의 팔이고 등이고 만지작대면서 '아~ 부드러워....'이런다.


특히 부드러운 걸 찾을 때는 혼났을 때.

엄마가 조금만 정색을 하고 얘기를 해도 금방 눈물이 그렁그렁해져가지고 팔을 뻗치며 다가온다.

그리고 부드러운 엄마 옷을 만지는데...


엄마가 성탄절에 목장 이모에게 선물받은 덧신은 딱이다.

부드럽다.

밥을 하거나 설겆이를 하다가 보면 어느 새 현승이 바닥에 엎드려 덧신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가끔 벗어놓은 덧신을 발견하면 양손에 하나씩 끼고 얼굴을 문지르면서....'부드러워, 부드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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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이를 데리고 하남시에 가는 길.

고모와 만나기로 한 시간이 빠듯하다.

골목길 같은 아파트 앞 길에서 빨간 불이었지만 차가 없어서리....

두 번을 신호위반 하고 달렸다.

조금 후,덕소를 빠져나와 강변도로에 들어서서 뒤에 앉은 현승이가 말을 건다.


"엄마! 신호들이 뭐라는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갑자기 신호등이 왜애?"

"신호등이 뭐라고 말하는 거냐구?"

"응~ 빨간불 일때는 멈추세요. 초록불 일 때는 가세요~ 하는 거야"

"그런데...그냥 갔잖아. 엄마가 빨간불 인데...그냥 가고, 또 그냥 갔잖아"

(두 번을 신호위반 했다는 얘기다)

"엇! 그랬구나...현승아! 그건 엄마가 잘못한거야.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였어"

"......"


우리 현승이.

지 누나 같았으면 위반하자마자 똑부러지는 소리로...

"엄마! 왜 신호위반해? 빨간불인데 가면 안돼잖아"

했을 일을....


시간을 두고,

것두 직접 얘기 안하고 둘러 둘러 말하는 현승이.

이런 현승이를 보면 왜 이리 연민이 느껴질까?

2006/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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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조 안 되고....


낮에 채윤이 유치원 간 사이,

채윤이만 빼놓고 식구들이 모두 고기를 먹으로 갔다왔다.


채윤이랑 현승이 함께 있는데 평소 현승이 놀리는 걸 낙으로 사는 채윤이에게 복수를 해 줄 요량으로...


채윤이 들으라고 일부러,


'현승아! 우리 아까 누나 없을 때 어디 갔다 왔지?'


(현승이 무뚝뚝하게)

'식당!'


(엄마는 김채윤 눈치보면서 완전 꼬소한 미소를 지으면서)

'현승아! 우리 식당 가서 뭐 먹었지?'


했더니.....

이 아들 딱 한 마디 남기고 엄마를 외면한다.


'약 올리지 마'

2005/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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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새로 사 준 DVD 중 하나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현승 ; 누나야! 이상한 나라에 보자


채윤 ; 야! 이상한 나라의 앨스야~


현승 ; 아니야! 이상한 나라의 앨스야


채윤 ; 아빠한테 물어보자.

         아빠 이상한 나라의 앨스야? 이상한 나라의 앨스야?


현승 ; 내가 물어 볼거야

         아빠 이상한 나라의 앨스야? 이상한 나라의 앨스야?


아빠 ; 이상한 나라의 앨스지~


현승 ; 거봐!  아빠가 이상한 나라의 앨스래~

2005/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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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이 아이스크림을 아예 대고 있는 고모.

'고모! 아이스크림 사 갖고 와~'

하면 냉장고에 아이스크림이 떨어질세라 사다 놓는 고모.


고모가 놀러 와서는....

'고모가 현승이 스키복 사줘야지. 현승아! 고모가 현승이 이쁜 스키복 사줄께'

했더니 현승이 정색을 하고는,

'있어~ 일루 와봐. 고모' 하면서 고모를 방으로 끌고 들어가...


스.케.치.북. 몇 권을 들고 놔왔다.

'이거봐. 많지~' 하면서.

2005/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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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갈 준비에 바쁜 누나에게 다가가...

특유의 콧소리 나는 어눌한 말투로...


"눙나! 누나가 죽으면 내가 못  보지~이?"


나름대로 바쁜 누나.

대~충 한 해주는 대답.

"응, 맞어. 그런데 누나가 너보다 빨리 죽어"


하고는 둘 다 각자 자기 일에 열중.

2005/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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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천천히 어눌한 말투로,

"엄마, 우리 어디 가는거야?'

"광주!"

"어디 광주?"

"수민형아네 광주"

"어디 수민형아네 광주?"

 

으아아아아아아악...................."김현승! 너 그만 해"


전혀 흐트러짐 없는 어눌하고 느린 말투로,

"엄마! 언제 광주 갈거야?"

"지금"

"언제 지금?"

"바로 지금"

"언제 바로  지금?"


으아아아아아아악..........제발...........김현승!!

2005/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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