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어디야' 


늦은 밤, 강의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졸고 있는데 '땡' 하고 문자 하나 도착.

늦은 밤, 연습실에서 피아노 치는 채윤이가 보내온 것.

내렸어, 나왔어, 효자촌 3-2, 버스 타....... 문자 교신으로 마을버스 도킹 성공.


늦은 밤, 선선한 가을바람 맞으며 둘이 걷는다.


'채윤아, 엄마 발 아퍼. 신발 바꿔 신자'

'뭔 소리야. 내 발이 엄마 구두에 들어가?'

'몰라, 일단 벗어'


뉴발 슬리퍼 짱 편하고,

구두에 끼워 넣은 우리 채윤이 발 너무 귀엽고,

하루 피로가 다 날아가는 듯하다.


오래 전 어느 날, 삑삑삑삑 소리로 자기 동선 생방송 하며 다니던 애기 채윤이,

아이폰 만한 삑삑이 신발 신고 할머니집 우리집 사이 마당을 오가던 채윤이,

엄마 하이힐고 뒷쪽 반은 남기고 앞으로 쏠린 발로 현관에 섰던 채윤이

의 발은 어디 가고......


저 귀여운 왕발이란 말인가.

이다지도 귀여운 왕발이 세상에 또 어디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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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기도회 강의하러 갔다 깜짝 놀랐습니다. 어머, 저 사람 누구야? 현수막 한 켠에 얼굴 이따 만하게 나온 저..... 저 사람. [원조 곤지암 소머리 국밥집] 간판의 한복 입은 사장님 얼굴 아니고. 헉! 웹포스터에 조그맣게 나온 강사소개 사진도 늘 조금씩 민망인데. 버스 다니고 사람 다니는 길에 현수막 사진이라니요.  본당에 들어가서 한 번 더 놀랐습니다. 앞쪽에 더 큰 사진 들어간 현수막이 하나 더. (내 얼굴이니 부끄러움은 오롯이 내 몫인 것!)


어머니 기도회. 굳이 정해주신 제목이 ‘엄마가 기도할 때’인데, 그 다음을 강의로 채워야지요. 엄마가 기도하면 아이가 어떻게 될까요? 모의고사 점수 잘 나오고, 원하는 대학에 딱 붙고, 믿는 사람 만나서 얼른 결혼하고..... 이런 간증을 들려 드려야 할까요? 원래 제 강의제목은 [일상의 기도, 마음의 기도]입니다.


엄마가 기도할 때, ‘하나님께는 손주가 없다’는 스캇 펙의 말을 마음으로 알아 듣게 되고, 걱정과 통제 본능으로 꽉찬, 빽빽한 마음의 숲에 여백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요. 나, 나의 의지, 내가 베푼 사랑으로 빈틈 없는 마음에 아이가, 타자가 들어올 공간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요. 내 앞에 있는 아이의 눈을 들여다 볼 여유, 아이가 진정 원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들어줄 여유가 생기는 것 아닐까요. 이 비슷한 얘기를 나눕니다.


새학기 첫 어머니 기도회, ‘엄마가 기도할 때’에 담긴 절절한 기도제목과 소망과는 핀트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엄마들이 단지 내 아이의 세속적 성공만을 바리지 않는다는 것도 압니다. 더 높은, 더 깊은 갈망이 엄마들 마음 깊은 곳에 있습니다. 그 갈망이 없다면 그 자리에 있지 않을 것입니다. 교회의 어머니 기도회들이 ‘엄마 정체성’ 그 너머 하나님 형상으로서 자기 자신이 되고자 하는 여성들의 깊은 욕구, 영적 목마름에 부응할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고3 어머니들이 절절한 마음으로 앉아 계신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오늘이 모의고사 날이라는군요. 생각해 보니...... 아, 맞다! 나도 고3 엄마지! 저도 고3 엄마 입니다. 엄마가 기도할 때, 우리집 고3에겐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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