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출렁다리일 뿐

무서워 죽는다고 호들갑을 떨고

출렁다리 따위 덤벼, 허세를 부리시니

나는 그저 가만히 흔들흔들 걸려 서있는 출렁다리일 뿐


사람, 신실은 꼭 그러더이다

단 한 번도 실수 하지 않아야 하는 것처럼 

결코 상처 받을 수 없는 존재인 듯

완전무장 하고 환상 속을 살더이다


작은 고통에 세상이 끝나버린 것처럼

살아온 모든 세월이 비극이었다는 듯이

어떤 희망도 품을 수 없는 인간 말종이 되었다는 듯

셀프 내팽개침으로 바닥을 굴러다닙디다


예, 사람 정신실은 그렇습니다만

출렁다리는 출렁다리일 뿐인 줄 이제 다시 알겠습니다

출렁거림, 흔들림, 현기증, 울렁거림,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호흡 크게 들이마셔 쪼그라든 심장 부풀려 단 한 발만 내딛어 보겠습니다

한 발 정도는 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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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를 안 낳았으면 어쩔 뻔 했니


엄마가 아이에게 하는 이 말은 '너는 엄마를 위해 살아. 엄마의 욕구를 채워야 해'

아이를 잡아두는 올가미가 되겠지만.

우리 집 주방 창문에 대고 '니가 없으면 어쩔 뻔 했니' 하는 것은 정말 어쩔 뻔 했냐는 말이다.

다행이다 고맙다는 뜻이다.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주방 창문으로 가 밖을 내다본다. 

바로 보이는 저 나무를 본다. 

나무에 걸린 바람을 보고, 빛깔을 보며 날씨를 가늠한다.

계절을 확인한다. 깜짝 놀랐다. 단풍이 와 있었다.


# 빛으로 가는 길은 그림자에


건물에 부딪힌 아침 햇살이 단풍 든 나무 아래 검은 단풍을 들였다. 

그림자가 만드는 그림은 어쩌면 이렇게 늘 멋진가.

단풍든 나무와 불곡산 스카이 라인이 만든 그림에 그림자가 깔렸다.

빛과 그림자가 어우러져 만드는 찰나의 장면. 찰나라 더 가슴 설렌다.

사진으로 보는 그림자는 이렇듯 멋지고 낭만적일 뿐이지만

내 실존의 그림자는 어둡고 두렵기만 하다.


# 벚꽃이 너무 예뻐요, 외로워요


너무 예쁜 벚꽃 길을 보고 속에서 저절로 나온 말이 '너무 예뻐다. 외롭다' 했다는 제자가 있었는데.

주방 창문 너머 아침 풍경이 너무 예뻐서 갑자기 눈물이 났다.

어제 못한 설거지를 하는데 '주님!' 하고 부르고 눈물이 났다.

어렵게 원고 마감을 하고, 새로운 일을 준비하고, 연이은 강의를 하고.

채윤이는 입시를 치루고, 외롭게 연습을 하고, 수시 입시를 모두 마쳤다.

남편은 올 가을 꼭 비염을 치료하고 말겠다며 한약을 먹고 혼자 음식조절을 하고.

현승이는 고등학교 입시설명회에 꽂혀서 다른 세상 사람이다.


# 남의 일에 장담하고, 내 일에는 흔들리다


중학교 졸업하고 가진 안식년, 꽃친부터 시작해서 3년이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외로울지 새삼스레 가엾다.

검정고시에, 매일 연습실 출근하는 피아노 연습, 대입 전형과정까지 혼자서 했다.

그 외로웠을 시간이 크게 밀려오며 가엾고 미안하다.

어제 강의에서 뵌 자매님이 자신의 성향 때문에 아이를 망칠까 걱정이라며,

엄마로서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 아닌 질문을 하셨다.

주저하지 않고 이렇게 말씀 드렸다. 

"사람들이 저를 관계 전문가, 육아 전문가라 부르더라고요. 

제 강의 좋아서 지난 주 들으시고 오늘 남편과 함께 또 오셨죠?

믿을만 한 전문가 제가 장담을 할게요. 결코 아이를 잘못 키우지 않으실 거예요.

오늘, 이 좋은 토요일 오전 두분이 함께 아이를 위해 고민하는 이 시간에 앉아 계신 것 만으로 

이미 좋은 엄마 아빠세요. 

결국 잘 키우게 되실 거예요. 걱정하시는 것처럼 사춘기에 어려울 수도 있겠지요.

여러 어려움이 있겠으나 결국 잘 키우실 거예요. 제가 장담 할게요." 라고.


내게 들려줘야 할 말이다.

창문 너머 빛과 그림자를 품은 나무를 보며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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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ary 2018.10.22 10:37

    니가 없었으면 어쩔뻔 했니? 이 말에 백퍼 동감.
    아이 말고 주방 창문 ㅋ. 우리집도 부엌창이 있쟎아.
    반복되는 주방일 하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 바람, 저멀리 풍경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절감하거든.
    주방이 크건 작건 창문은 꼭 있어야 할 듯..
    단풍든 나무와 건물위에 걸친 아침햇살과 그림자가 참 평화롭군.

    • BlogIcon larinari 2018.11.02 09:49 신고

      네, 아이 말고 주방 창문이요! ㅎㅎ
      주방이라는 이 고귀하고 고되고 화가 나고 불평등한 공간. 햇살, 바람, 저 멀리 풍경이 얼마나 큰 위로인지요.
      11월의 어느 멋진 밤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



내 맘에 한 노래 있어 23

 


주일 예배 순서에 참회의 기도 시간이 있다. 솔직히 맹숭맹숭한 마음으로 눈만 감고 있는 날이 많다. 말로는 수백 수천 번 인정하고 고백했지만 실은 좀 무덤덤한 정체성이 죄인인 나이다. 익숙해서 무감각해진 것일까. 아니면 무감각 그 자체가 죄인지 모를 일이다. 투명하게 나의 를 느끼자면 어디 한 순간이라도 견딜 수 있겠는가.

 

나 행한 것 죄뿐이니 주 예수께 비옵기는 나의 몸과 나의 맘을 깨끗하게 하옵소서

(찬송가 2741)

 

전도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말 중 하나가 죄인이라는 얘길 들었다. 비신자들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불편해 하는 말이다. 뭘 그렇게 대단한 잘못을 했다고 죄인, 죄인 하느냐는 것. 비신자만 그럴까. 우리도 불편하다. ‘내가 행한 것이 죄뿐이라!’ (하도 들어서)머리로는 인정, 가슴으로는? 글쎄다. 나름대로 큐티 하고, 말씀에 귀 기울이며, 기도도 하고, 미운 사람 품으려 애쓰면 살고 있는데 행한 모든 것이 죄라니 좀 심하지 않은가.

맹숭맹숭하던 주일 참회의 기도시간이 뜨거워지는 때가 있다. 남편과 관계가 틀어져 말을 안 하고 있거나, 예배 가기 직전 아이들을 윽박지르던 감정이 그대로 남아 있을 때이다. 뒤틀려 무거운 마음으로 예배에 가 앉으면 오히려 일단은 심사가 더 뒤틀리는 것 같다. 누가 됐든 내게 상처 준 사람을 죄다 고발하고 싶은 마음뿐이지만, 솔직히 그의 죄가 밝혀지는 순간 나의 치부까지 드러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는가. 다른 일로 화가 났던 걸 괜히 아이들에게 쏟아냈다는 자각이 생기면 비로소 뒤틀린 것들이 풀어지기 시작한다. 만만한 아이들, 착한 남편에게 내 감정의 배설물을 쏟아놓고 말았구나! 그럴 때 꽉 쥔 주먹이 풀리고 가슴이 저릿하며 참회의 기도가 절로 나온다.

 

내 어둔 눈 밝히시니 참 기쁘고 고마우나 그보다 더 원하오니 정결한 맘 주옵소서(2)

정결한 맘 그 속에서 신령한 빛 비치오니 이러한 맘 나 얻으며 눈까지도 밝으리라(3)

 

내가 잘못한 게 뭐가 있냐는 태도에서 한 발만 이탈하면 작은 빛이 새어드는 것 같다. 죄가 보이기 시작한다. 빛 하나 들어올 틈 없이 온통 나의 의와 옳음으로 가득한 캄캄한 마음의 숲에 말이다. 그 작은 빛 한 줄기로 여기저기 내 마음을 조망한다. 그 신령한 빛이 닿는 지점마다 죄의 흔적으로 처참할 줄 알았건만. , 빛이 닿는 지점마다 즉시로 말끔해진다. 나 행한 것 죄 뿐인데! 죄로 가득했던 마음이라 차마 내보이기 싫어 꼭꼭 닫고 있었는데, 다 어디로 갔지? 눈물로 드린 참회의 기도는 알 수 없는 말끔함으로 끝이 난다. 죄의 고백과 끝은 용서로 주시는 정결한 마음이기 때문이다. 스캇 펙의 <주와 함께 가는 여행>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필리핀의 한 마을에 어린 소녀가 예수님과 만나서 이야기를 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이 소문은 마닐라의 추기경에게도 들려졌다. 추기경은 한 신부를 보내 어떻게 된 일인지를 알아보도록 조치했다. 세 번의 조사에서 그 신부는 도저히 사실을 확인할 수가 없다고 느낀 나머지 이렇게 말했다. “네가 사실을 말하는지 거짓을 말하는지 나는 알 길이 없다고 실망한 듯이 소리쳤다. “하지만 한 가지 좋은 방법이 있다. 네가 다음번에 예수님과 대화할 때 나의 마지막 고해성사가 무엇이었는지를 물어보도록 해라.” 어린 소녀는 그 말에 동의했다. 한 주 뒤 그녀는 다시 소환되었고, 신부는 곧바로 물었다. “그래, 사랑하는 딸아, 지난주에 예수님과 대화를 나누었느냐?” “, 신부님하고 어린 소녀는 대답했다. “그래, 네가 지난주에 예수님과 대화할 때, 나의 마지막 고해성사가 무엇이었는지를 여쭈어 보라고 했던 것을 기억하느냐?” “, 신부님 저는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그래.” 호기심 어린 모습으로 신부는 따져 물었다. “나의 마지막 고해성사가 무엇이었는지를 예수님께 물었을 때, 주님이 뭐라고 대답하시던?” 어린 소녀는 즉시 대답했다. “예수님이 말씀하시기를 나는 잊어버렸느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 늘 뒤집어지고 엎어지는 우리 마음에 순도 100% 정결함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 시시각각 찾아드는 자기중심성의 악함을 다 버릴 수 있겠는가. 내 힘으로 이룰 수 없는 것이 마음의 정결함이다. 지고의 마음수련 같은 것들로도 가질 수 없는 것이 깨끗한 마음이다. 회개하는 자의 죄를 잊어버리시는 분, 도말해주시는 분의 신비하도록 놀라운 사랑 아니면 안 된다. 그저 우리는 무너지는 자존심을 부여안고 죄인 된 나의 생각과 행동을 인정할 뿐이다. 인정하고 회개할 뿐이다. 그리고 얻는 것은 용서와 정결함, 무엇보다 죄가 더한 곳에 은혜가 더욱 넘친다는 신비의 체험이다.

 

<QTzine> 11월호





#1 오늘 오후


<뉴조> 원고 마감해야 하는 날이다. 하지 못했다. 엊그제 월요일에 대충 마무리 했는데, 처음부터 다시 읽어보니 이건 아니었다. 버리기로 했다. 이틀 남았고 화요일엔 하루 종일, 수요일 오전까지 일정이 있으니 틀렸다! 포기하기로 했....... 다가 사시 써지면 써야지 했다. 어제와 오늘 오전의 소임을 마치고 카페에 앉아 오후 내내 글을 썼다. 써질 것도 같다. 웬만하면 쓰다가 딴짓(인터넷 뉴스 구경)도 많이 하는데 것도 잘 안 되더라.

 

#2 오늘 저녁

수험생도 있고, 한참 키 크는 아이도 있어서 저녁은 챙겨야 하겠기에 짐 싸들고 집으로 왔다. 생선이 구워지는 동안 뉴스를 보았다. 이재명 지사와 김정숙 여사에 대한 강용석의 개소리를 보았다. 하필. 두 아이 마주보고 앉아 수다 떨며 길어지는 식사 시간 동안 페북에 짧은 저녁기도를 써 올렸다. 강용석을 향해 저주를 퍼부었다. 이미지 관리 위해 자체 검열했지만 마음으로는 쌍욕을 했다.

#3 오늘 오전

이우교회 온 첫 봄부터 '이우영성 세미나'라는 이름으로 내적여정 그룹을 시작했다. 방학으로 쉬는 기간이 더 길었지만 4학기의 여정이었다. 오늘이 마지막이다. 긴 여정을 마무리 하는 한 마디는 중년 이후의 영적 여정, 깊은 상처 이후의 신앙 여정은 '내어맡김의 영성'이다. 잘 알아들으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어맡기기 위해서는 매일 매순간 나의 현재를 알아차려야 한다고 했다. 대단한 알아차림이 아니라 지금 현재 나의 정직한 감정이다. 

#4 어제 저녁

어제는 오전 강의와 오후 집단여정으로 꽉 찬 하루였다. 벅찬 시간이었다. 벅차야 얼마나 벅차겠나 싶지만 요란을 떨 수 없을 만큼 마음 깊은 곳을 울리는 만남들이었다. 몸은 피곤했다. 티맵의 지도가 거의 빨간색이었던 길을 헤치고 운전을 해 집에 도착. 집 앞에 주차를 하고 끙끙 짐을 내리는데 '아줌마!' 라고 어떤 아저씨가 신경질적으로 불렀다. 사람이 다니는 길에 딱 붙여 주차하면 어떡하냐고 화를 냈다. 그런 길인줄 알기에 늘 신경 쓰면 대고 있다고 말했다. 밤 늦게 쓰레기 치우는 차가 들어오는데 바짝 대지 않으면 그 차를 돌릴 수 없다(고 까지는 말하지 못했다). 저렇게 비어 있는 곳에 대지. 매번 이딴 식으로 대냐고 나무랐다. 저렇게 비어 있는 곳은 어차피 나보다 큰 차가 댈 것이고, 이 공간에는 내 차를 대야 그나마 보행자나 쓰레기차에 무리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하지 못했다). 더 신경 쓸게요, 라고 말하고 들어왔다.

#5 다시 오늘 오전
 
영성적인 삶을 산다는 것은 대단한 환상이 아니다. (사소한 일상의)체험, (소화 되지 않는 자잘한 일과 감정에 대한)성찰, 그리고 신비이다. 이 세 단어를 내적여정 세미나를 통해 알려 드리고 싶었다. '알아차림'에 대한 질문에 어제 저녁 주차 사건을 얘기하게 되었다. 그 얘길 왜 했을까? 내 상태가 어떤지 알아차리고 있었고, 그 아저씨가 스스로 타인을 배려하고 공중도덕 지키는 자의식 충만하여 나를 가르쳤지만 나는 알아차렸다.  에고, 그 도덕성 개나 주세요. 모르는 아줌마 불러 세워 가르치는 아저씨랑 사는 아줌마랑 아이들이 불쌍하네요. 어제 저녁 내 몸이 얼마나 지쳐 있었는지, 채윤이 입시와 써야 할 글로 얼마나 눌려 있었는지 나는 알았다. 들어오는 길에 친절한 동네 사람을 만나 거네는 말 한 마디로 위로를 얻었다면 참 좋았겠지만 세상이 그렇지 않음을 안다. 그래서 대체로 괜찮았다. 아마 오늘 오전 그 얘기를 고 싶었던 모양이다.

#7 다시 오늘 저녁

강용석이 이재명을 조롱하고 김정숙 여사를 폄하하는 것이 웃기지도 않다. 그 뉴스에 신경질을 쓰는 것조차 아깝지만 그래도 분노가 치미니 쓰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강용석, 너 같은 저급한 도덕성으로 이재명의 모멸감이 보이겠느냐. 스스로 제 몸을 드러내어 신체 검증 받는 마음을 알겠느냐. 너의 그 저급한 입에 당장 불이 내렸으면 좋겠구나. 여성의 몸이라면 날씬하고 팽팽해야 한다는 악한 눈에 뚱뚱하고 주름진 여자 몸의 아름다움이 보이겠느냐. 헬스 트레이너를 비서관으로 두고, 얼굴을 잡아 당기고 집어 넣어 만든 박근혜에게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너의 눈. 그대로 두는 것보다 더 큰 벌이 어디 있겠느냐.

#8 어제와 오늘과 내일

어제 저녁 그 아저씨와 싸우지 못한 것이 잠깐 후회가 된다. 뚱뚱한 몸, 주름진 얼굴, 흰머리를 조롱하는 말들에 즉각 대처하지 못하는 내가 바보같다. 스스로 가장 도덕적이라 여기며 주저없이 타자를 가르치고 판단하고 폄하하고 혐오하는 나르시스트들에게 분노의 불이 타오른다. 타오르는 불을 모아모아 오늘 강용석에게 쏟아 붓는다. 이렇게 끝낼 것이다. 사로잡히지 않겠다. 이젠 밤이니, 아까 그 저녁의 감정들에 계속 붙들려 있지 않겠다. 여기서 끝내겠다. 그리고 될 지는 모르겠으나 원고에 매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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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예배가 끝나면 갑툭튀!

어디선가 나타나 가슴을 파고들며 안기는 녀석이 있다.

어, 방금 안아줬는데!

옷 갈아 입고 다시 나타나 안기는

것 같은데 쌍둥이 형제다.

나의 주일을 주일 되게 하는, 기쁨과 평화를 가지고 달려드는 아이들이다.


어제 주일 예배 마치고 "큰엄마!" 하고 안긴다.

(진짜 큰엄마임)


그런데, 채윤이 누나 피아노 망쳤어요?

왜애?

망친 거 같은데요.

(채윤이 누나 입시 중인 것을 알고, 아마 누나에게 먼저 묻고 이런 답을 들었던 듯)

아니야, 채윤이 누나 망치지 않았어.

정말요? 그러면 이겼어요?!!!!!!


천사의 입에서 천상의 메시지가 나왔다.

붙고 떨어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험을 이기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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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수시 실기를 치루고 있는 채윤이 말했다. "나 이번 주일에 분*우*교회 예배 갈 거야" (집에서 가까운 대형교회이다) 내가 "큭큭, 왜애? 은혜가 필요해? 은혜 받으러?" 했더니 표정은 딱 '인정!'인데 바로 아빠 눈치를 보면서 "아니이, 그게 아니고. 그냥 뭐.....어버버버" 그러라고 했다. 아빠 또한 그러라고 했다. 사실 채윤인 아빠 설교에 매주 은혜 받는 드문 교인 중 하나다. 어느 날은 1부 예배를 드리고 나서 문자를 보내왔다. ‘엄마, 2부 때 설교 녹음 좀 해줘’ 설교가 좋아서 두고두고 다시 듣겠다는 것.   


몇 주 전 흩어지는 예배로 드리는 주일이 있었다. 남매 둘이 분*우*교회에 다녀왔는데 의외의 반응이었다. 둘 다 예배가 좋았다며 약간 흥분해서 설교에 대한 일종의 나눔 같은 걸 했다. 채윤인 몰라도 중3 현승은 사춘기 끝이라 시니컬하고 나이에 맞지 않게 철학적이기도 하다. 오글거리는 것은 딱 질색. 그런 아이가 감정적으로 조금씩 넘치는, 그래서 부담 되는 (나는 그렇게 느끼고 있다) 예배와 설교가 좋았다니! 그렇구나. 아이들 마음에 다가가는 설교가 이렇게 있구나. 그럴 수 있겠구나 싶었다.


갈수록 그런 생각이 든다. 좋고 나쁜 설교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내게 맞는 설교자가 있다. 물론 설교라는 이름으로 쇼를 하거나 설교의 권위와 자아를 구분하지 못하여 호통이나 치며 힘을 행사하는 명백한 나쁜 설교가 있다. 이름만 설교지 설교 아닌 것, 설교일 수 없는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설교를 듣는 나를 아는 것이 설교자 만큼이나 중요하다. 내가 은혜 받는 설교, 좋아하는 설교자 만큼 내 신앙의 현주소를 드러내주는 것도 없다. 내가 끌리는 설교, 설교의 취향은 어쩌면 내 신앙의 지향이다.


사진은 은혜가 필요한, 삼선 쓰레빠 신은 수험생과 그 엄마가 

잠시 공원에서 

황금 잉어빵 먹으며 

노닥거리는 장면의 한 귀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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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삼촌이 돌아가셨고, 장례식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은 혼란 그 자체이다.

짧았던 우리 어린 시절의 기억이 내 안에서는 더 크고,

훨씬 더 긴 세월, 서로 알 수 없는 시간 속의 서로는 잘 모른다.


무슨 직함을 가지고 있는지, 아이는 어느 대학을 다니고 있는지,

고3 아이의 엄마는 어떤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정보가 속닥속닥 흘러들어오기 시작하면 

괴리가 함께 흘러들어와 자리 잡고 앉는다. 

내 마음 속 고운 추억으로 간직된 착하고 좋은 사촌들.

어쩐지 지금은 낯설기만 한 것은

그들이 나에게 먼 것인지,

내가 그들로부터 이탈해 온 것인지 알 수 없다.


슬픔에 겨워 우시던 외숙모가 곁에 있던 어느 분에게 나를 소개하며 말씀하셨다.

"얘가 정목사님 딸이에요. 얘가 아주 유명해서, 얘가 웃음치료데, 아주 유명해서 테레비에도 나오고,

미국도 갔다 오고, 책도 쓰고 아주 유명해요."


'웃음치료사'의 힘이 막강하다.

심각했던 나를 웃게 했다. 치료를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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