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영성공부의 마침표를 찍은 것은 철학상담 4학기였다.

수많은 철학자를, 영성가를 소개받고 읽고 만났지만 돌아보면 가슴에 남은 것은 한 마디다.


"사랑이 메마른 곳을 일부러 찾아 상처받지 말고, 사랑 받는 곳으로 가야한다"

인간 본성이 그러하다.

칭찬과 존경의 말에 목마르면서도 그 반대의 소리에 귀가 커진다.

곱씹고 묵상하는 것은 나를 믿어주지 않는 사람의 표정과 말이며

부러 찾아가 맴도는 곳은 나를 홀대하는 곳이다. 


모양새를 위한 송년회가 아니라

당신들과 함께 한 일 년이 정말 소중했다, 는 송년회였다.

갚을 것 없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하셔도 되는 걸까, 싶게 대접 받는다.

일일이 손으로 한 예쁘고 맛있는 음식이며, 데코레이션이다.


그분의 손은 내게 사도행전 '루디아'의 손이었다.

나도 요리하는 것 참 좋아하는데,

음식 만드는 것에 정이 떨어질 정도로 슬프고 비루한 식사 준비의 나날을 보냈다.

그분이 건넨 밑반찬과 레시피가 도착한 날은 '삶은 요리'였던 내 인생이

'죽음의 요리'가 되던 시절이었다.


마음 성장을 위한 모임이라고 해서 내적인 것만 판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정신과 몸이, 마음의 길과 일상의 여정이 다른 것이며

둘 중 하나만 중요한 것처럼 치우쳐버린다면 그것이 가장 위험한 일이다.

마음 공부를 위한 모임일수록 일상의 이야기가 살아 있고,

먹을 것이 풍성해야 한다고 믿는다.


에니어그램 내적 여정에서 늘 좋은 원두로 커피를 내리는 이유이다.

마음 공부를 위해서 급조(맞다, 급조가 맞다. 순간 떠오른 분들께 급 메시지를 보내어 구성되었으니)

모임인 꿈모임이 밤에 꾸는 꿈만 나누는 것이 아니라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먹을 것을 나누고, 

무엇보다 존경과 신뢰를 나눴다.


어쩌다 이렇게 좋은 모임이 되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내가 만들었고 이끄미로 있었으니 내가 잘한 것 같기도 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나는 늘 '나'라는 무거운 존재 하나를 끌고 다닌다.

어디선들 내가 다르게 했을까.

함께 모인 '나'들의 역동이라 설명할 수 밖에 없다.


물고기 두 마리와 떡 다섯 개를 내어 놓는 아이처럼 자기 내면을, 가진 것을 그냥 내놓았기 때문일 터.

송년 모임의 키워드는 누구도 계획하지 않았지만 내내 '천사'였다.

누가 천사인지는 시시각각 바뀌었지만,

선물교환으로 받은 앞치마를 한 내가 마지막으로 

천사를 찾아 싸바, 싸바, 싸바, 춤을 추었으니 마지막 천사는 '나'인 걸로.

모든 '나'인 걸로.


"사랑이 메마른 곳을 일부러 찾아 상처받지 말고, 사랑 받는 곳으로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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