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처럼 다시 '책만 보는 바보'로 살고 있다. 정해진 일상을 돌리는 것은 일도 아니고, 아무렇지 않고 잘 돌리고 있지만 뭔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책만 집착하여 사는 느낌이다.  아침에 눈을 뜨고 휴대폰의 시간을 확인, '오늘은 무슨 요일, 더 자도 될까'라고 생각하자마자 벌떡 일어난다. 식구들 일어나기 전에 조용한 '혼독(혼자 독서)' 시간을 확보해야지 싶어서다. 늦은 시간 네 식구가 다 모여 야식을 먹고, 떠들떠들 할 때도 '빨리들 들어가 자라, 빨리 들어가 자라' 속으로 주문을 외운다. 역시 '조용한 혼독'의 시간에 그 중독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해야할 일을 다 하면서 책을 읽는데도 '책만 보는 바보'라고 나를 인식하는 것은 일종의 무기력감 때문이다. 그래, 내가 바보라는 느낌이 들고 뭘 잘하지 못한다는, 못할거라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책을 내고 책과 관련된 리워드 행사를 마치고 온 허탈감 때문일까. 꼭 그것만은 아니다. 생각보다 책이 인기를 얻지 못해서? 이유가 되기는 하지만 그것만도 아니다. 연구소 운영에 대한 부담감, 그것도 크지만 그것만으로도 설명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낮은 자존감' 상태라 할 수 있다. 


낮은 자존감의 주증상(어쩌면 주요 원인)은 글을 쓰지 못함이다. 블로그에 사진과 함께 두어 문장 끄적이다만 비공개 글이 수두록하다. 글을 엉덩이로 쓴다는 말이 있듯이 발행할 글이든 혼자 볼 글이든 고통을 감내하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 당연히 그 고통보다 큰 보상을 기대할 때 엉덩이 붙이고 앉아 인내하게 된다. 나는 무슨 보상을 바라고 글을 쓰지? 40여년 혼자 보는 일기를 썼고 10년도 넘게 블로그를 했으니 독자의 인정과 칭찬이 주요 보상은 아닐 텐데. 글쓰기 강의할 때는 '나를 나로 세우고, 나를 지키고, 나다운 나로 살게 하는 것'이 궁극적 보상이 되었다고 호기롭게 떠벌였다.


책만 보는 바보로 산다는 무력감에 빠진 건 글이 써지지 않아서 인가보다. 블로그 글은 물론이고 마지막 일기를 쓴 날이 언제인지 모른다. "아예 쓰지 못하는 것보다 후지게 쓰는 것이 두렵다"느는 테오도르 칼리파티데스와 달리 무지랭이 얼치기 작가인 나는 "후지게 쓰는 것보다 아예 쓰지 못하는 것이 가장 두렵다."라고 저저저저번 포스팅에서 말했었다. 생각해 보면 삶이 힘들고 어려울 때도 멈추지 않고 글을 쓸 수 있었다. 일이 잘 풀릴 때도 썼다. 그러니까 글이 써지지 않는 것은 외적인 성공과 실패, 심지어 그에 대한 정서 상태에 영향받지 않는다. 뱃속 저 깊은 곳에서 힘이 쭉 빠져나간 상태로 살고 있다. 이것이 단서가 되지 않을까. 나 따위가! 나 따위가! 나 따위가 뭘 할 수 있겠어! 이런 말이 들리는 것 같다. 힘이 빠져나간 뱃속에서 이런 벌레들이 조용히 기어다니고 있나. 그래서 '낮은 자존감'이란 말이 툭 튀어나온 것인가.


어쨌든 속시원히 설명되지 않는 '바보' 상태로 살고 있다. 책만 보는 바보. 바보랑 놀아주는 책이 있어 얼마나 고마지 모른다. 바보에게 즐거움을 줬고, 주고 있는 요즘 책들을 모아 촬영을 했더니! 모두 여성 저자이다. 마리 루틴와 어슐러 르 귄 같은 분은 넘사벽 같다. 그런 글, 나도 참 쓰고 싶은데. 레이첼 에반스는 작고 후에 읽게 되었다. 저자에 대한 아무 정보 없이 <성경적 여성으로 살아본 일 년>이란 책 제목에 선입관이 생겨 더 알아보지 않았었다. 작고 후 남편 추천으로 <교회를 찾아서>를 읽었는데 와, <신앙 사춘기>는 정신실판 <교회를 찾아서>였네! 정말 멋진 크리스천 페미니스트 여성이다. <성경적 여성으로 살아본 일 년>은 딸 채윤이가 빠져 읽고 있다. 여섯 권의 책, 모두 소중하다. 이대로 (책만 보는) 바보로 산다해도 좋을 만남이다. 


  1. BlogIcon 지난겨울 2019.06.30 16:55 신고

    르귄 선생님 같은 글을 쓰시면 좋겠지요. 하지만 형님 같은 글을 쓰시면 더 좋겠지요.

    • BlogIcon larinari 2019.07.06 23:55 신고

      제가 사는 동네엔 큰 나무가 많아서인지 새도 참 많아요. '새'는 제게 메신저거든요. 휘익 눈 앞에 새가 날아오르거나 지저귀는 건 제게 천상의 메시지이지요. 위로이거나 현존에의 초대라고 할까요.
      이 포스팅 '글' 얘기가 아니라 '존재' 얘기예요. 지난겨울 님, 댓글 한 줄이 새가 되어 날아와 존재에 힘을 불어 넣으셨어요. 벌써 며칠 전이지만. 블로그 알림이 뜨고, 댓글을 읽은 순간 새소리가 들렸어요. 감사해요!


사회문화적으로 설정된 한계로 어떤 관계는 더는 깊고 진실한 관계로 나아갈 수 없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신산한 삶을 살아오신 탓에 몸과 마음이 많이 무너지신 시어머님을 돕고 싶어 많은 것을 했다. 한방 양방 가릴 것 없이 어머님이 꽂히신 병원, 상담, 치유 피정 등을 모시고 다녔다. 배우지 못한 결핍감을 안고 살아오신 세월이라 자서전을 내드리면 치유될까 싶어 구술을 기반으로 책을 만들어 드리기도 했다. 거기까지. 거기까지 하고 손을 놓았다. 내가 어떻게 한다고 어머님이 변하시는 것은 아니다! 좌절과 분노도 있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그 사회적 간극. 할만큼 했다 생각하고 거리를 둔 지 몇 년이다.


주일 저녁, 나는 강의로 함께 하지 못하고 아이들과 남편이 어머님께 다녀왔다.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왔는데 한 장 한 장 넘겨보다 울컥했다. 어른처럼 큰 몸이 된 아이들. 고목에 매미처럼 손주 어깨에 매달린 어머님이 너무도 작아 보인다. 아이들 어릴 적 풀타임으로 일할 때 먹이고 씻기고 기저귀 갈아 채우며 키우신 할머니 엄마이다. 세월이 이렇듯 존재의 사이즈를 바꿔 놓았다. “어머니, 애들 막 떠났죠? 저는 사진 봤어요.” 정말 오랜만에 어머님과 편안하게 통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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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포스팅이 뜸한 이유는 다른 곳에 차린 살림에 마음을 빼앗기는 탓입니다. 사회적 자아로 사는 페이스북 개인 계정, 영혼을 많이 갈아 넣은 살림집 연구소 페이지 계정 등이지요. 그러나 돌아와 발뻗고 쉴만 한 집은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 블로그입니다. 연구소는 따로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검색하고 찾으시는 분들이 찾다찾다 유령 연구소냐, 어딘가에서 봤는데 두 번은 못 찾겠다 하시네요. 연구소는 페이스북에 '상처 입은 치유자들'로 찾으시고, 카카오톡플러스친구에서 '정신실마음성장연구소'로 찾으시면 되겠습니다. 딴집 살림 어떻게 살고 있는지, 최근 소식 알려드릴까요.  



♠ 가고 싶지만 가고 싶지 않은 세미나 ♠

심화2과정 하루 여정 마쳤습니다. 차분하게 반가움 나누며 시작. “지금 마음이 어떠세요?” 한 마디 질문 앞에 누구랄 것 없이 지금 이 순간의 마음을 돌아보면 솔직하게 나누는데요. 거의 비슷한 내용.

오늘 여기, 오고 싶지만 오고 싶지 않은 마음. 설레지만 부담되는 곳입니다. 일상에서 쓰는 사회적 얼굴은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있는 그대로의 나로 있어도 된다는 것을 알기에 편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주하는 일이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님을 아니까요. 그럼에도 결국 둘러 앉았습니다. 여정을 이끄는 더 역시 세미나 있는 날 아침마다 느끼는 양가감정입니다.

여정의 실전편이라 할 수 있는 내 마음의 ‘생각’과 ‘감정’을 톺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에니어그램 내적 여정이 아니라 마주 앉아 들어주고, 자신의 이야기 들려주는 분들이 가장 투명한 거울인 것은 변함 없습니다. 함께한 벗님들 감사합니다.

영성과정 하나 남겨두고 있습니다. 1단계 들으신 분은 중간과정 못들으셨어도 신청 가능합니다.

[영성단계]

+ 일시 : 7월 13일(토) 오전 10시 ~ 오후 5시
+ 장소 : 신촌 나음터 (2호선 신촌역),
+ 비용 : 12만원/ 1일
+ 신청 링크 클릭 


♠서로가꿈 : 커플/부부 관계 세미나♠

“평생 사랑하며 살아갈 우리 사이, 잘 가고 있는 걸까?”
정기 건강검진 받듯 잠시 멈춰 점검해보고 싶은 커플, 건강한 관계를 꿈꾸는 커플을 초대합니다. 두 사람의 관계를 Prepare/Enrich 검사에 기반하여 돌아보는 시간이랍니다. 사랑을 가꾸어 가며 서로의 성장을 지향하기 위해 무엇에 주목해야 할지 짧은 강의와 이야기 나눔을 통해 알아봅니다.

+ 일시 : 2019년 6월 29일(토) 오후 2시-4시
+ 장소 : 마음성장연구소 신촌 나음터 (마포구 서강로 142 서일빌딩 5층)
+ 대상 : 커플(부부) 3~5쌍 선착순 마감
+ 비용 : 총 7만원/커플 (온라인 검사비 2만원 포함)
+ 신청 링크 클릭 

+ PREPARE/ENRICH : 결혼 만족에 대한 10개의 핵심 영역을 과학적으로 검증한 유일한 검사이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커플관계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관계를 세워가는데 도움을 줍니다.

+ 후속 워크샵 “서로가꿈 플러스(+)”도 곧 개설됩니다.😄



정신실마음성장연구소 카페가 있습니다. 카페로 이동 →



한결이네 가족이 과테말라에서 날아와 분당까지 와주었다. 남미에서 남서울까지다! 얼굴을 마주하니 상상했던 것보다 더 반갑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잘 지내고, 행복하여 넉넉해진 세 식구의 마음을 듣는다.  평양면옥을 찍고 바로 옆 카페로 갔는데. 몇 번 찾았던 카페, 그저 커피 참 잘 볶는 집일 뿐이었는데 새로운 장소가 되었다. 카페 벽에 걸린 그림들이 과테말라 식구들 눈엔 익숙한 것들. 과테말라 이야기에 푹 빠지기도록 무엇이 이끌고 등떠밀어 들어간 공간 같았다. 2차도 아쉬워 북카페 같은 우리집 거실로 자리를 옮겨 어른들끼리, 아들들끼리 긴긴 수다가 끊이지 않는다.


사는 게 원래 그런 것인지. 사람들 만나 나누는 얘기는 힘들고 어려운 얘기가 대부분인데 오랜만에 다른 대화의 즐거움이다. 헤어져 남편과 이구동성으로 같은 말을 했다. '부럽다. 부러운데 정말 좋다. 잘 지내시는 얘기 듣기만 해도 내 마음이 좋다.' 누군가 잘 되는 것이 부럽고 그 부러움은 곧장 나의 불행이 되는 것이 흔한 감정의 흐름이다. 그러니 부러우면 지는 것이고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것이다. 뻔한 이 감정 라인을 심리학의 실험 연구가 하릴 없이 증명을 한다. 나와 겹치는 특성이 적은 사람이 잘 되는 일에는 별로 영향받지 않는데, 특성이 겹칠수록 질투로 인한 고통이 크다는 것이다. A그룹, B그룹, 실험군, 대조군... 실험 내용을 늘어놓을 성의는 없다. 


실험 결과도, 보편 진리를 담지한 속담도 설명해내지 못하는 경우는 있는 것이다. 특성과 처지가 우리와 많이 비슷한데, 내 처지와 영 다른 좋은 것을 가진 이 가족이 뼈저리게 부럽지만 그게 그리 고통스럽지 않다. 늘, 누구에게나 그렇다는 뜻은 아니다. 질투와 시기심으로 치자면 금메달까진 아니어도 눈감고 동메달 정도는 딸 수 있는 실력이다. 헌데 한결이네 소식은 어쩐지 부럽고도 좋다. 좋고 좋다 슬퍼지기도 하니 그리 깔끔한 감정은 아니지만 참 좋다. 며칠의 시름을 잊을 만큼 과테말라 이야기가 긍정 에너지를 주니 모처럼 '감사하네요!' 내지는 '하나님 은혜'라는 말이 목에 걸리지 않고 나왔다. 카페의 다른 자리에 앉아서, 집에 와서는 방에 박혀서 소리 안나는 얘길 나누는 아들들도 보기 좋고. (아들들 카페 씬은 도촬)


부럽다고 꼭 지는 건 아니다. 부러워서 함께 이기는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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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이는 전 종류를 싫어하지만. 딱 한 장 분량의 부추전 반죽을 치워야 하겠고. 아침으로 줄 게 딱히 없기도 하여. 전을 부쳐서 달달한 오리엔탈 드레싱을 뿌리고 포크와 나이프를 함께 내놓으며 "오리엔탈 피자 스테이크야!" 하니 말을 못 하고 처묵처묵 하였다. 



냉장고 앞에만 서면 죄책감이 밀려오는 것은 한 줌 씩 남은 식재료를 두고두고 간직하다 결국 음쓰로 버리고마는 범죄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내탓만은 아니다. 김씨 일가의 짧은 입들 탓이다. 로제 파스타 먹고 싶다고 노래를 하는 채윤이를 위해서(라는 미명 하에) 냉장고에 남은 로제파스타 소스, 냉동실의 떡볶이 떡, 주말에 먹고 어정쩡하게 남은 통삼겹살을 어떻게 어떻게 대동단결 시켜보았다. "구운 삼겹살을 곁들인 로제 떡볶이야!" 딸아들이 감탄하며 먹었다. 



우린 음식이 아니라 그럴듯하게 지은 '이름'을 먹는 건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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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글쓰기 모임에서 “천국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당신에게” 라는 제목으로 편지글을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가장 많이 담지한 대상이 떠오르겠지요. 수신자의 대부분이 ‘아버지’라는 것이 익숙한 놀라움입니다. 공원 산책을 하다보면 카메라에 담고 싶은 아이와 아빠의 모습이 정말 흔합니다. 목마를 태우고, 자전거 타기를 가르치고, 위태한 걸음마를 호위하며 아이 곁을 지키는 아빠들. 내적 여정이나 글쓰기 모임에서 만나는 아빠들과는 사뭇 다릅니다.


며칠 전 십 수 년 아이들이 잠들기 전에 책 읽어주는 아빠가 책을 읽어주던 아빠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그 경험으로 책도 쓰셨고, 개인적으로 많이 배우고 싶은 분입니다. 네 살 아이가 열여덟이 되도록 꾸준히 지속한다는 것이 놀랍고, 다 큰 청소년 아이가 그 시간을 좋아한다는 것도 놀라웠습니다. 더욱 주목하게 되는 것은 ‘책 읽어주는 아빠’의 시작과 끝이 가족, 특히 아이와의 ‘정서적 연대’라는 것이었습니다. 야근, 야근, 야근, 야근....의 나날 끝에 이건 아니구나 하며 시작한 것이 퇴근 후 몇 분이라도 책을 읽어주자는 것이었다고요. 그렇게 십몇 년 지나고 돌아보니 얻은 것이 ‘행복, 좋은 삶, 관계’라는 것입니다.


강의 중 본인의 아버지와 정서적 관계는 물론 아버지의 직업 상 물리적으로도 같이 한 시간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즉 많은 남성들이 그러하듯 좋은 부성은 커녕 부성을 느껴보지도 못했다는 것이지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 아빠는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부성(父性)을 어떻게 배우고 구현하신 걸까요?

 

심리학에선 어린 시절의 결핍이 어떻게 오늘의 성격적 결함을 낳는지, 자기방어와 신경증을 낳는지 그 설명과 이론이 무수합니다. 그러나 ‘결핍’ 속에서도 건강한 인격으로 꽃피우는 사람들에 대한 설명은 빈곤합니다. 어떤 결핍이 어떤 심리적 장애를 낳는다는 이론보다 더 신비로운 것은 그 반대인 것 같습니다. 


강사님께 그 부분을 질문했습니다. 흔한 심리학적 원리를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여쭈었습니다. 즉 내 아버지와 정서적 관계맺음의 경험 없이 아이와 끈끈한 정서적 유대를 일궈내신 힘이 무엇인지 말이지요.(저는 ‘책 읽어주기’라는 행위보다 선행하는 것이 이이와의 진정한 관계맺음을 향한 내적인 지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상했던, 그러나 다시 새로운 말씀을 들었습니다. 


아버지와의 관계, 가족의 고유한 아픔들을 입에 올리지 못했다고 합니다. 수치심이란 말도 쓰셨습니다. 그러다 젊은 날 만난 안전한 기독교 공동체 안에서 한 번도 입에 올리지 못했던 이야기를 내놓았습니다. 그것은 단지 사람들에게 내놓은 것이 아니라 신(그분께는 하나님) 앞에서의 정직한 발설이었을 것입니다. 그러자 자신이 가진 경험의 어두운 부분들을 하나님이 수용해주시는 것을 경험했고, 그 경험으로 스스로 자신을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자신을 수용하니 절로 타자를 수용할 힘이 생겼고, 누구보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그 사랑을 나누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상처를 내어놓는 아빠. 내 아버지에게 받고 싶었던 바로 그것을 받지 못해 아픈 상처를 인식하고 내놓을 수 있는 아빠가 흔히 말하는 가계에 흐르는 저주를 끊게 된다는 것이군요! 부끄러운 상처를 내어놓는 것은 또 다른 상처를 받겠다는 용기일 수도 있습니다. 멋지게 차려 입은 사람들 앞에서 혼자 옷을 벗는 느낌이랄까요. 치유와 성장의 열쇠는 여기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부성을 경험하지 못해도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신비이고, 참된 의미의 기쁜 소식입니다!



라고 페이스북의 연구소 페이지에 글을 썼습니다만.

심리학과 영성 사이에서 치유를 꿈꾸기,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결핍의 존재이며 동시에 하나님 형상인 우리. 사랑에 목말라 중독에 빠지나 이미 사랑이 부어진 존재로서의 인간. 둘 사이를 오가며 공감과 연민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상처 입은 치유자의 태도인 것은 알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지요. 


정신실마음성장연구소, 응원해주세요!


  1. 조이 2019.07.21 00:11

    이런글도 있구나 큰 힘과 위로 격려가 됩니다
    넘 감사합니다 ~~^^

  2. BlogIcon 조이 2019.07.21 00:13

    '이런 글도 있구나' '저런 분도 계시네'
    큰 힘과 위로 격려가 되고 희망을 가지게 됩니다
    넘 감사합니다 ^^


아시는 분은 다 아실텐데, <신앙 사춘기> 클라우드 펀딩 목표 달성하여 책이 나왔습니다. 후원하신 분들께 전달 되었고, 어제 날짜로 온라인 서점에도 얼굴을 내밀었고요. 저는 약속 되었던 텀블벅 리워드 강의와 집단상담 소화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방식의 출간을 경험하며 또 배웁니다. 하고픈 많은 말이 있지만 한 마디로 하자면 '나 잘난 맛'에 살던 날에의 회개입니다. 한 분 한 분, 알기도 하고 모르기도 하는 분들의 '밀어줌'의 무게가 크게 다가왔습니다. 가까이서 멀리서 이름, 주소,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신용카드를 긁는 분들을 상상해보며 그렇습니다. 이딴 글이 뭐라고, 이딴 책이 뭐라고, 내가 뭐라고.

 

작은 책 한 권이 지탱하기엔 무거운, 과분한 것 같아 고맙다 못해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리워드로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은 참 잘한 선택인 것 같습니다. 막연한 독자가 아니라, 얼굴로 다가오는 존재의 만남이라니 말입니다. 글쓰기 강의로 만난 분들을 통해 저의 신앙 사춘기의 시작과 끝을 언어화 할 수 있었습니다. 집단상담을 통해 제가 헤쳐온 숲길이 고유하다는 것을, 때문에 누구에게도 표준으로 제시될 수 없음을 알았습니다. 어두운 숲에 각자의 길을 내며 걷다 교차하는 순간이었고, 그래서 좋았습니다.

 ​


추천사 써주신 두 분의 글과 존재의 무게는 특히 책이 지탱할 수 없을 만큼 무겁습니다.


추천한다는 자체가 책의 진가와 본질을 훼손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감동적인 글 모음이다. 순진하기만 했던 신앙의 유년기를 지나 모순된 교회의 현실에 눈뜨며 겪게 된 격렬한 반항과 회의와 울분으로 점철된 신앙 사춘기를 아프게 지나온 작가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가 읽는 이의 가슴에 깊은 울림과 공명을 불러일으킨다. 진지함과 해학이 적절히 섞여 있어 글 읽는 재미도 크다. 무엇보다 신앙의 회의에 빠져서 혹은 기존 교회에서 상처받고 실망하여 교회를 떠났지만 기독교 신앙 자체는 떠날 수 없어 외롭고 힘겹게 비슷한 여정을 걷는 이들에게 따스한 위로를 안겨 주는 길벗 역할을 한다.

- 박영돈 (고려신학대학원 교의학 교수, 일그러진 성령의 얼굴저자


나는 아이러니가 등장하는 이야기가 좋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삶에서 아이러니를 경험하는 이들의 이야기만을 신뢰한다. 자기 삶에서 모순과 역설을 경험하는 사람만이 단순한?그렇기에, 또 한 번 폭력이 되는? 답을 함부로 남발하거나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정신실 작가의 신앙 사춘기에서 제일 좋았던 것도 이렇게 솔직하고 용감하게 노출하는 자기 속 모순과 갈등이었다. 그렇기에 그의 비판은 단순한 냉소에 그치지 않고, ‘신앙 사춘기를 심하게 겪는 이들이 지금의 시간을 부인하거나 부끄러워하는 대신 새롭게 보고 해석할 수 있는 언어와 공간을 제공한다. 영적 학대, 종교 중독, 교회 언어, 목회자, 기도 등 우리가 매일 한국 교회에서 부딪히는 문제들과 씨름한 이 글은 내게 생생한 교회론’, ‘희망을 주는 성령론이었다

- 신동주 (CBS 기독교방송 프로듀서)




실은 글쓰기 강의에서 시키지 않은 노래를 했습니다. 연재 마치고 만든 노래 '떠나서 다다른 사랑'. 채윤이가 아주 귀찮아 하면서 mr을 만들어 준 덕입니다. 앞부분에 우리 엄마 목소리의 '예수 사랑하심은' 찬송이 있는데 영상에 담기질 못했네. 부끄럽지만 영상 공개합니다. 


[떠나서 다다른 사랑]

                                                 

                                                                                작사 정신실 / 작곡 김종필

(엄마 노래)
예수 사랑허심은 성경이서 배웠네
우리덜은 약허나 예수 권세 많도다
날 사랑하심 날 사랑하심 날 사랑하심
승경이 쓰셨네 아멘


(딸의 노래)
예수 사랑 그 사랑 나는 엄마에게 들었네
엄마의 눈물 엄마의 걱정 그건 엄마의 기도
예수 사랑 그 사랑 나는 엄마에게 배웠네
엄마의 노래 엄마의 한숨 그건 엄마의 사랑
그 눈물이 나에게 더욱더 큰 슬픔이 되었고
그 걱정은 내게 와 더욱더 옥죄는 두려움 됐네
눈물 어린 찬송 걱정 담긴 기도
나 떠났네 나 버렸네 버거운 그 사랑

날 사랑하심 음음 날 사랑하심 음음
예수 사랑 그 사랑에 나 닿고 말았네




  1. 성환 2019.06.24 18:59

    정 사모님, 혹시 괜찮으시면 저 이 엠알을 좀 얻을수 있을까요? 살수 있다면 링크를 걸어주시면 감사하겟습니다. 살수 없는것이라면, 이메일로 부탁좀 드려도 될까요? badakorean@gmail.com 입니다.
    감사합니다~

    • BlogIcon larinari 2019.06.25 17:15 신고

      영광이지요! ^^ 카카오톡 계정 사용하시죠? 제 친구목록에 성환님 있거든요. 카톡으로 바로 보내드릴 수 있어요.

  2. 연두낭자 2019.07.07 22:50

    사모 모임서 귀한 인연으로 교차한(?) 연두입니다. 나름의 고민은 풀어놓지도 못했지만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우물안 개구리처럼 하늘만 쳐다보며 무력하게 사는건 아닌가 자괴감에 빠질려던 찰라 나름 건강하게 살아내고 있구나 약간의 안심도 되고 내 주변의 사랑하는 이들에게 더욱 감사하게 되었답니다. 가끔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떤 길인가 누군가에게 묻고 싶을 때 사모님이 생각 날 것 같네요... 또 언젠가 교차로에서 만나뵙게 되기를 바랍니다. 건강하세요~

    • BlogIcon larinari 2019.07.12 21:28 신고

      눈물이 나려 하네요. ^^ 많은 얘기 나누지 못했지만 저 역시 그저 그 공간에 함께 했던 기억을 곱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떠올려 주시고, 때로 얼굴도 뵐 수 있게 되길 바래요. 못 뵙더라도 때때로 기도 중에 기억하겠습니다.


집안 남자 둘 취향에 딱 맞는 음식은 일본식 덮밥류, 라는 것을 결혼 20년 만에 발견하게 되었다.

반찬 많은 것 질색, 양 많은 것도 질색.

기본으로 맛있어야 하고, 스타일도 좀 나야 하고.

절제미를 중시하는 예술가적 삶을 추구하는 두 남자에겐 딱이다.

불고기 부추 덮밥, 연어장 덮밥 같은 것에 미소 된장국이면 반찬도 필요 없다.


텃밭에 키우신 싱싱한 로메인상추 얻은 것이 있어서

로메인상추 본 김에 아보카도 사고, 명란젓 사고, 새싹 등을 사서 [아보카도 명란 덮밥]을 했다.

아,  앞으로 덮밥 위주의 식사를 해야겠다 천명하고 얼마 전부터 일본식 그릇을 사모으는 중이다. 

배보다 큰 배꼽을 운명처럼 달고 사는 맛! 


집안 여자들의 취향은 다양하다.

요즘 채윤이는 마라탕에 빠져서 용돈을 탕진하고 있다.

처음엔 마라탕을 점심으로 먹기 위해 하루 이틀 점심을 굶기도 했다더니,

에라 모르겠다. 통장을 털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세븐일레븐 알바를 하고 있는데, 아직 첫월급도 받지 못한 주제에 백만장자 된 기분으로 

사는 듯.


엊그제는 할아버지 추도식 마치고 누룽지 백숙을 먹으러 갔는데,

어른들로 벗겨내는 닭 껍질을 죄 갖다 먹는 아름다운 식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식성으로 치면 나랑 채윤이는 이렇듯 여자답고 멋지다.

곱창, 막창, 선지해장국, 족발 같은 것들을 특히 좋아하지만 딱히 가리는 것은 없다. 


아보카도 명란 덮밥.

사진 찍어 놓고 보니, 조신하고 단아한 것이 우리집 남자들과 꼭 닮았다.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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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ary 2019.06.13 16:48

    일본그릇 사러 일본으로 Go Go!


한 장 사진에 다 담겼다.

좋은 것들이 다 담겼다.


[냉보이차] 오늘부터 '냉'으로 바꿨는데 지친 몸 다독여줘 좋은 것.

[노트] 팔과 손가락을 통해 내 뇌와 연결되는, 아니 '연결된 것'이 아니라 내 몸 밖의 뇌. 

           공부, 글쓰기, 강의준비. 중요한 것을 함께 하니 좋음 그 자체.

[독서대] 위 책, 책 없이 삶의 낙이 없다.

[돋보기] 낯선 만남이었지만 금세 고맙고 좋은 친구 되었다. 

           흐릿해진 눈에 돋보기 없었으면 어쩔 뻔!

 

등수 매길 필요는 없지만 '더' 좋은 친구는 따로 있다.


[초록이들] 지난 주인가, 집단 여정에서 '요즘 나를 설레게 하는 것'을 나눴다.

              두 번 생각할 필요 없이 쟤네들이다. 아침 저녁으로 한 놈, 한 놈 눈맞추는 재미로 산다.

[앞산] 이건 뭐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올봄, 하루하루 다른 얼굴 보여주며 치유의 숨결 뿜어내는 앞산 아니었으면 아프고 말았을 것.


'좋은 것'의 화룡정점은 보이지 않는다. 


[저녁6시~] 저녁 6시 어간을 사랑한다. 해 넘어가는 빛깔과 공기와 모든 것이 좋다. 

              어스름이 어둠으로 바뀌는 그 시간을 붙들고 붙들고 싶다.


[세음] 저녁 6시부터 8시 사이. 클래식 FM  '전기현의 세상의 모든 음악'의 시간이기도 하다.

         보이지 않지만 모든 이 시간, 이 공간의 모든 곳을 채우는 것이 음악이다.

         화룡정점은 '세음'이다. 


일상의 여유를 가늠하는 것은 '세음'을 여유있게 들었는가, 이다. 아예 들을 생각도 못했는가, 운전하며 들었는가, 끄트머리만 들었는가. 거실에서 앞산을 바라보며 밤이 천천히 낮을 밀어내는 광경을 지켜보며 듣는다면 최고. 그렇지 않다고 해서 제대로 된 하루가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바쁜 시간이 있어서 텅 빈 시간이 더 빛나는 것이니까. 오늘은 '좋음'의 종합선물 세트를 마음껏 누렸다. 게다가 비까지 내리는 것 아닌가! 온갖 '좋음'에 플러스 알파다. 사진 몇 장 찍고 '세음'이 끝날 때까지 그냥 차를 마시며 앉아 있었다. <신앙 사춘기>가 책이 되어 탁자에 쌓여 있어서 그런가. 첫 리워드 행사인 글쓰기 강의를 무사히 마치고 난 안도감인가. 아버님 8주기 추도예배 드리며 마음에 가득 찬 그리움 때문인가. 쌓인 피로로 무거워진 몸, 뻑뻑해진 눈이 책도 보지 말라고 말리고 말린 덕인가. 한껏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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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ary 2019.06.13 16:53

    나는 세음을 저녁 설거지 하며 듣다가, 저녁 운동길에 연이어서 듣지요 귀중한 데이터 날리면서^^
    나두 세음으로 그 날의 스트레스를 잠재우곤 하는데...
    새 집의 푸르름을 원없이 즐기고 계시군요. 언제 만나남? 떡은 안녕하신가? ㅎㅎ

    • BlogIcon larinari 2019.06.13 23:49 신고

      떡반죽을 고이고이 모셔두고 있습죠. 그러게요. 떡이 주인 찾아가야 하는데요. ㅎㅎ

  2. 성환 2019.06.13 23:44

    책 9권을 주문해서 어제 받았는데요, 친필싸인 받으러 가면 해주시옵니까 사모님?! ㅎ

    • BlogIcon larinari 2019.06.13 23:48 신고

      9권 주문하신 분이 있다는 말씀을 뉴스앤조이 가서 들었어요. 성환님인 걸 바로 확인 했지요. 사인 해드리지요! 물론! 고마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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