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남자 둘 취향에 딱 맞는 음식은 일본식 덮밥류, 라는 것을 결혼 20년 만에 발견하게 되었다.

반찬 많은 것 질색, 양 많은 것도 질색.

기본으로 맛있어야 하고, 스타일도 좀 나야 하고.

절제미를 중시하는 예술가적 삶을 추구하는 두 남자에겐 딱이다.

불고기 부추 덮밥, 연어장 덮밥 같은 것에 미소 된장국이면 반찬도 필요 없다.


텃밭에 키우신 싱싱한 로메인상추 얻은 것이 있어서

로메인상추 본 김에 아보카도 사고, 명란젓 사고, 새싹 등을 사서 [아보카도 명란 덮밥]을 했다.

아,  앞으로 덮밥 위주의 식사를 해야겠다 천명하고 얼마 전부터 일본식 그릇을 사모으는 중이다. 

배보다 큰 배꼽을 운명처럼 달고 사는 맛! 


집안 여자들의 취향은 다양하다.

요즘 채윤이는 마라탕에 빠져서 용돈을 탕진하고 있다.

처음엔 마라탕을 점심으로 먹기 위해 하루 이틀 점심을 굶기도 했다더니,

에라 모르겠다. 통장을 털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세븐일레븐 알바를 하고 있는데, 아직 첫월급도 받지 못한 주제에 백만장자 된 기분으로 

사는 듯.


엊그제는 할아버지 추도식 마치고 누룽지 백숙을 먹으러 갔는데,

어른들로 벗겨내는 닭 껍질을 죄 갖다 먹는 아름다운 식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식성으로 치면 나랑 채윤이는 이렇듯 여자답고 멋지다.

곱창, 막창, 선지해장국, 족발 같은 것들을 특히 좋아하지만 딱히 가리는 것은 없다. 


아보카도 명란 덮밥.

사진 찍어 놓고 보니, 조신하고 단아한 것이 우리집 남자들과 꼭 닮았다.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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