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막 떤댕님, 바깐놀이 가치 가자.


예쁜미소반 음악치료가 끝나고 "바깥놀이 가자"라는 담임샘의 말에 H이가 대뜸 초대했다. 평소 그리 살갑지도 않으면서. 음악치료 시간에는 부끄러워 제대로 뭘 하지도 않으면서. 넷 중에 나이도, 발달도 제일 앞섰지만 어쩐지 할 수 있는 것도 하지 않으면서. 악기 챙겨 나오는 으막 떤댕님 바짓가랭이를 뭉클하게 잡는다. 악기를 싣고 주차장을 빠져 나오는데 바깥놀이 가는 시크한 네 친구. 인사한다.


안녀엉, 안녕! 다음 시간에 만나아~ 안녕.


오늘도 행복해 하셨습니다. ^-^


치료 마치고, 다음 일정 마치고 집에 왔을 때 예쁜미소반 담임샘, 특수교사인 뮨진샘에게서 사진과 함께 메시지가 왔다. 아닌 게 아니라 행복했지. 임상 뛸 나이도 경력도 아닌데, 뮨진의 아이들이라 간다. 치료사와 특수교사가 신뢰 속 빠른 감각으로 손발이 착착 맞아서 치료할 맛이 난다. 20여 년 전, 처음 음악치료를 할 때는 수치와 기록에 목숨을 걸었었다. 이제는 치료 시간 30분의 행복에만 마음을 쏟는다. 그 때는 의욕 넘치는 젊은 엄마처럼 치료 했다면 요즘은 손주 보는 할머니 마음 같다. 특수교사로 준비하고, 되고, 성장하는 뮨진을 알고, 그의 아이들이라서일까. 그저 할머니 나이가 되어가기 때문일까. 손주 돌보는 할머니처럼 어깨, 허리, 목 안 아픈 데가 없지만 '오늘도 행복'했던 것은 맞다.





치료를 마치면 '수업'이 있다. 어린이집에 음악수업을 하러 간다. 젊을 때는 치료와 교육의 목표가 달랐고, 욕심도 달랐고, 접근도 달랐는데 갈수록 그 차이를 모르겠다. 장애/비장애, 교육/치료의 차이가 뭐란 말인가. 굿바이송을 부르려 치면,


끝났어요? 다 끝났어요? 음막션샘미 집에 갈 거예요? 가지 마요.


아우성이다. 악기 정리하는데 터프한 남자 아이 S가 뚜벅뚜벅 걸어나왔다. 내 목을 꼬옥 끌어 안더니 볼에 쪼옥 뽀뽀를 한다. 귀에 대고 한 마디 "사랑해요" 그걸 본 사랑쟁이들이 가만 있을 리 없지. 우르르 몰려 나와 둘러싸고 안고 뽀뽀한다. 이렇듯 사랑받는 사람, 음막션샘미! 이러니, 내가 나르시시즘, 자아팽창 병, 병세가 나아지질 않지.  


류 근 시인이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 어머님 강인옥 여사님 장례식 사진에 붙인 글에 영국의 시인 존 키츠의 묘비병을 인용했다. 


여기, 이름을 물 위에 새긴 사람 잠들다.


그리고 '우리 모두 이름을 물 위에 새기고 사라지는 존재들이다. 이름 뿐이랴. 우리가 하고 있는 많은 것들은 물 위에 새긴 것처럼 흘러가고 사라지고 만다. 20여 년 아이들과 함께 수많은 노래를 불러왔다. 얼마나 많은 노래들이 공기 중에 흩어지고 말았는지. 음악치료 프로그레스 노트나 치료평가서에 다 담을 수 없는 이야기와 행복감은 산과 같다. 그러나 다 흩어지고 흘러가고 말았다. 아이들은 으막션샘미를 기억하지도 못한다. 그래도 참 좋구나, 그래서 참 좋구나 싶다. 흘러가고 흘러가는 아이들 마음에 불렀던 노래, 다 흩어졌어도 '나는 오늘도 행복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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