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노구는 얼마나 더 늙어야 그 늙음이 끝이 날까.

얼마나 더 무너지고, 망가져야 우리 엄마의 생기 발랄하고 맑고 투명한 영혼을 놓아줄까.

 

착한 딸이라면 할 수 없는 기도를 한다.

하나님, 이제 괜찮아요. 제 슬픔은 제가 어떻게 해볼게요.

엄마의 영혼은 저 낡고 무거운 육신의 장막으로부터 해방시켜 주세요.

 

응급실 침대에 누워 피를 뽑히고, 또 뽑히고, 촬영을 하고, 또 하고...

100살을 몇 년 남긴 엄마의 몸이 혹사 당했다.

 

피를 뽑아가고, 촬영장으로 침대를 끌고가는 사람들은 엄마의 몸을 본다.

몸만 본다.

늙도록 늙고, 망가지고 무너진 몸만 본다.

 

그 몸에 그렇게 또렷한 마음과 생각이 담겨 있을 리 없다고 여긴다.

나는 넘어진 건 생각이 안 난다...

병원비는 어쩐다니...

고맙다. 복 받어라...

 

요양병원에 입원절차를 밟고 돌보는 분에게 부탁할 말은.

정신이 맑으세요. 자존심도 강하시고... 말씀을 조심해 주시면....

무너진 엄마의 몸을 보는 사람들이 그 부탁을 귀담아 들을 리 없다.

 

다시 무너진 엄마의 몸을 마음에 끌어안고 주말을 보냈다.

코로나 때문에 면회도 되지 않는 요양병원에 엄마를 두었다.

유머감각이 살아 있고, 자존심이 살아 있는 엄마의 정신과 맑은 영혼이

노구에 갇히고 노인병원에 갇혀 있다.

 

 

 

 

 

마흔 다섯, 그때도 이미 적잖이 늙은 몸으로 나를 낳았던 엄마는 병원에 갇히고.

마흔 다섯 엄마의 몸에서 태어나 뼛속 칼슘을 다 뺏어 먹고 자라던 나도 꽤 늙었다.

생일을 앞두고 선물을 사준다는 말에 남편 따라 나서서 엄마를 잊고 기분이 좋아졌다.

전부터 가보자고 했던 이천의 카페는 카페이며 호텔이고 호텔이며 하필 봉안당이었고, 교회였다.

부활교회.

 

커피 마시고 한 바퀴 걷자던 발걸음이 부활교회까지 닿았고,

십자가 앞에 앉으니 다시 엄마의 노구가 생각났다.
착한 딸이라면 하지 못할 기도를 했다.

 

하나님, 이제 괜찮아요. 제 슬픔은 제가 어떻게 해볼게요.

엄마의 영혼을 저 낡고 무거운 육신의 장막으로부터 해방시켜 주세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