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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이 이야기377

책거리 아이들 키우면서 조건을 내거는 방식의 교육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조건적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 가능하다면 "필요하고 좋은 것이면 뭐든 해줄게"같은 메시지를 넣어주고 싶었다. "뭘 하면 뭘 해주겠다. 뭘 해주는 대신 뭘 해라"는 행동주의적 방식을 썩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방식이 당장 습관을 만들어주는 것에는 도움이 되는데, 자칫 조건적 사랑을 존재에 심을 수 있으니까. 대단한 양육철학이기보다 내 성격의 취약함(또는 강점)이라고 해두자. 대학생활 한 학기 마치고 반수를 하겠다는 다 큰 아들에게 조건을 내걸었다. "대신! 아침마다 독서 30분 하자."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아침을 먹은 후에는 어김없이 소파에 앉아 독서를 한다. 누나 채윤이가 "꼭 학생부실에 끌려가서 인성 훈련 하는 것 같.. 2023. 7. 21.
부재 엄마 오늘 예배 끝나고 바로 와? 바로 가냐고? 아, 맞다! 연구소 워크숍이지? 아아아으… 엄마 요즘 왜 이렇게 어딜 많이 가? 왜애? 엄마 어디 가는 게 싫어? 엄마가 집에 있다고 크게 다른 것도 없잖아? 무슨 소리야? 엄마가 있는 집과 없는 집은 그 자체로 다르지. 엄마가 있어야 집이 집 같고, 안정감이 있고, 집에 들어오는 맛이 나고 그러지. 겉으로는 그냥 지낼지 몰라도 엄마가 없으면 마음이 텅 빈 것 같단 말야. 집에 들어올 때도 기대도 없고 그래.... 정도의 답을 기대하며 물었는데, 예상과 달랐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하아... 없는 것보단 낫구나... 다행이다... 2023. 7. 16.
미리 책임 오타가 있네. 어, 같은 단어를 또 틀렸네. 몇 쇄를 찍었는데 오타가 있는 거야? 이런 건 출판사에 알려주는 게 좋은데. 엄마, 오탈자는 저자 책임이야? 편집자 책임이야? 그래, 그러면 내 책임이려니... 하고 그냥 읽어야겠다. 미래 내가 해야 할 일이니까. (장래희망이 편집자 / 그냥 편집자 아니고 반드시 꼭 '파주 출판단지'에서 일하는 편집자 / 알고 보니 오탈자 아니었고, 무식한 거였음 / 이래서 편집자 되겠나, 해서... 열심히 더 배우기로 함) 2023. 6. 29.
You’ve got a friend in me 바람이 불어오는 곳(김광석) なんでもないや : 아무것도 아니야(영화 "너의 이름은" OST 중) You’ve got a friend in me(영화 "toy story" OST 중) "김현승, 나와 김현승"이라는 주제어로 꼽은 세 곡이다. 대학생이 되어 입학식을 하고 오티에 들어가는 현승이를 기숙사에 넣고 올라왔다. 올라오는 차 안에서 아빠, 누나, 엄마가 "현승이, 하면 떠오르는 곡"을 하나씩 말하고 들었다. 긴장으로 얼어붙은 현승이를, 눈치만 슬슬 보다 어정쩡한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동병상련의 아빠 누나 엄마는 음악으로 마음을 달랬다. 넷이서 내려가는 길에도 조수석에 앉아 신청곡 틀어주는 DJ를 했는데. 이 노래 저 노래, 틀어놓고 따라부르다 마음에 남은 마지막 노래는 김민기의 "친구"이다. 평소.. 2023. 2. 22.
붉은 사막 위의 HS, 부럽다 현승이는 중동 배낭여행 중이다. 제 몸 만한 배낭을 짊어지고, 공항 노숙을 불사하고 떠났다. 안전한 패키지여행이 아니라, 스스로 노선을 정하고, 그때그때 저렴한 숙소를 찾는 여행이다. 안식년 '꽃친'을 마치고 고등학교 진학을 결정하면서 짧고 굵은 갈등 속에 선택한 소명고등학교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모든 것이 좋았고, 고등학교 생활에 어려움(현승이 자신의 어려움, 엄마로서 나의 어려움)이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어려움과 갈등조차 좋았고 감사하다. 이번 여행 준비하고 진행되는 과정에서 감사가 두 배, 세 배로 커진다. 감사의 핵심은 사람, 선생님들이다. (자세한 얘기는 만나서... 만날 사람, 손!) 저렴한 항공권 덕에 부다페스트에서 긴 경유를 하고, 그 덕에 유명하다는 부다페스트 야경도 보았단다. .. 2023. 1. 28.
대입 놀이 # 재미가 없으면 하나님이 주신 일이 아니다. # 실패하지 않으면 하나님이 주신 일이 아니다. 교회 젊은 부부들과 함께 하는 육아 세미나를 마쳤다. 『타고나는 부모는 없다』 오래된 책이고 고리타분한 책이다. 그럼에도 함께 읽을 충분한 가치가 있어서 선택했다. 육아의 기술이란 없고, 기독교 상담을 한다는 아빠의 실패담만 넘친다. 알 듯 모를 듯한 육아 원칙은 요즘 엄마 아빠들에게는 쉽게 다가가지도 않는 것 같다. 여백이 많은 책이다. 그래서 선택했다. 마지막 챕터는 '놀이'에 대한 내용이다. 내가 책을 썼다면 "아이들은 그 어느 때도 아닌, 부모가 놀아줄 때 사랑받는다고 느낀다."라고 썼을 텐데. 역시나... '놀이에 대한 신학적 이해' 같은 소제목의 글로 '재미'를 쏙 빼고 글을 쓰셨다. 그러면서 결론은.. 2022. 12. 24.
철학자의 길 수능을 두어 주 앞두고 있다. 애들 말대로 '어디 간다고 태워주고, 늦었다고 태우러 나가고...' 그런 삶을 살지 않는 부모라 큰 기대도 없다는데. 이제 와 좀 미안하기도 하고, 수능이 얼마 남지도 않아 마음의 위안이라도 줄까 싶어 때를 얻는 대로 운전기사를 자처하고 있다. 조금 더 자겠다고 학교 셔틀 보내고, 버스 타고 가겠다고 하는 걸 운전해서 등교시키고 왔다. 2,30분 차 안에서 나누는 짧은 대화가 꿀 같다. 현승 : 엄마, 내가 윤리와 사상에서 계속 철학자들을 공부하잖아. 그게 갑자기 순간적으로 떠오를 때가 있어. 엄마 : (잘 외우고 있다는 뜻인가? 뭐라고 반응해야 하지?) 오... 그래? 현승 : (뚱한 얼굴로) 엄마가 굳이 티맵을 또 보잖아. 가는 길이 늘 똑같다고 하는데도 굳이 티맵을 보.. 2022. 11. 4.
수험생이 된 어린 시인 꼬마 철학자 ❝나는 최선을 다해 살고 싶지 않다고!❞ 중학교 어느 시험 기간에 (딴에는) 감정 폭발과 함께 내놓은 절규였다. 10시 안 되어 자려는 아이에게 '그래도 시험 기간인데 조금 더 공부를 하는 게 어떠냐? 성적이 문제가 아니라 뭔가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 아니냐. 하다못해 엄마도 늘 하는 강의를 다시 고치고 하면서 최선을 다한다'는 말에 분노 폭발하며 한 말이다. 그리고 시험공부가 다 끝났다고 했다. "어느 과목은 싫어하는 것이라 아예 안 하기로 했기 때문에 두 과목만 공부하면 된다고..." 과연 현승이는 그렇게 살아왔고, 살고 있다. 맹목적으로 최선을 다한다거나, 자기를 갈아 넣는 그런 삶을 살지 않는다. 고3이다. 수능을 한 달 정도 앞둔 어느 토요일 아침 을 읽는 여유있는 모습이란... '.. 2022. 10. 24.
고3의 놀토 엄마는 줌 강의, 아빠는 한의원 진료 예약, 누나는 아침 영어 공부... 현승이 설거지할 수 있어? 어, 그 대신 이 옷 입고 하게 해 주면. 콜! 입어! 자칭 타칭 대한민국 행복한 고3 상위 1등급 아이는 토요일 아침에 설거지를 한다. 엄마 뒷모습 연출하며 설거지한다. 2022. 8. 27.
엄마스톤 왜 그런 날 있지 않은가? 내 얼굴 자체도, 화장도, 골라 입은 옷도 전반적으로 마음에 드는 날. 그런 날이었다. 주일 아침이었고. 아침 루틴, 눈 뜨자마자 기타를 껴안고 띵가딩가 하는 현승이 방 앞에 섰다. "엄마 갈게!"라고 했다. "엄마, 엠마 스톤 같애. 라라랜드." 와, 그대로 노란 원피스 ‘미아’가 되어 날아올랐다. 현승이에게 라라랜드는 '세상의 모든 영화'이고, 라라랜드가 세상의 모든 영화인 이유는 거기 나오는 엠마 스톤 때문이니까. 온종일 기분이 좋았다. 도서관에서 늦게 돌아온 현승이가 또 밤의 루틴 중이었다. 기타를 껴안고 띠디딩 딩딩 하고 있었는데 그 앞에 얼굴을 쑥 내밀고 "안녕? 엠마 스톤이라고 해." 했다. 고개를 절레절레... 몸서리 치듯 흔들었다. "아니야, 엠마 스톤 아니야... 2022. 6.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