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색이 분명해,

이런 말을 가만히 보면 '자아'와 '색'을 잇는 보편적인 상징이 있다.

어떤 색이 됐든 제 색을 가지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여기에도 끼고 저기에도 속하며 애매한 입장을 취하는 사람을 '회색분자'라 한다.

때로 철저하게 회색분자가 되어야 하지만, (의식적으로 선택하여 되는 것이 중요하다)

단지 좋은 사람 이미지 심어주기 위해 여기에도 맞추고 저기에도 흥흥 하는 회색 옷은 좀 아닌 것 같다.


사춘기의 옷은 검정이다.

다섯 살 때쯤 채윤이와 "채윤아, 핑크 말고 얼마나 예쁜 색이 많은 줄 알아?"하며 싸웠던 적이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핑크만 고집하여 속이 터져 죽을 지경이었다.

그랬던 아이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정만 고집하는 시절이 왔으니 사춘기였다.

그 또한 미칠 지경이었으나 마음을 다잡아 먹은 탓인지 핑크만큼 열이 받진 않았다.


현승이 역시 암흑의 사춘기에 진입했다.

대부분 옷이 흰색 면티를 바탕으로 한 검정 또는 회색 같은 것들.

두 번째 암흑기를 접한 엄마는 놀랍지도 않고, 열받지도 않고, 자포자기와 무기력으로 응대.

나긋나긋한 감성으로 엄마 마음의 빈 공간을 채워주던 녀석이라

가끔 오는 쎄~한 상실감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럭저럭 흑암의 기운을 잘 버텨내고 있다.


벌써 중 3이고, 졸업 앨범 사진을 찍는단다.

변변한 옷이 없어서 채윤이까지 대동하고 옷을 사러 갔다.

여기서나 하는 말이지만, 옷 하나 모자 하나 사는데도 아주 그냥 지랄맞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암튼, 엄마 감각보단 누나 감각이 나을 듯하여 채윤이까지 데리고 가서 산 옷이

민트색 후드티이다.

엄마도 누나도 아닌, 제가 딱 고른 것이다.


집에 와선 너무 튀면 어쩌지, 그냥 검정을 살 걸 그랬지,

하더니 사진 잘 찍고 왔다.  친구들이 예쁘다 했다며.

"엄마, 그런데 사춘기에는 왜 그리 복잡한 거야? 나는 내향형인데 사람들이 나를 특별하게 봐줬으면 좋겠고,

그렇다고 나를 주목하면 싫고. 튀고 싶지는 않지만 또 뭔가 멋지고 싶고...... 왜 이리 복잡하지?"

(얌마, 사춘기 아니라도 다 그래. 인간이 원래 복잡해!)


색깔 있는 옷을 입는다는 것은 분명 변화인데, 사춘기 복잡한 다크 포스로부터 빠져 나오고 있단 뜻인가?

아이에서 성인으로 가는 통과의례를 끝내고 조금 차분하게 자기 색을 찾아가겠지.

토요일, 혼자 등산을 하고 집에 가는 길 장을 봤는데 집에 다 와 힘이 빠졌다.

집에 있는 현승에게 전화 하여 '진짜 진짜 미안한데........'하며 초저자세로 굽신굽신.

나와서 짐을 좀 들어달라 했더니 투덜투덜 꾸역꾸역 기어 나왔다.

어째 짐 들어주는 폼새가 좀 나긋나긋해진 것도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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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ary 2018.05.28 14:25

    ㅎㅎㅎㅎㅎ 읽다가 나도 모르게 '옷 하나 모자 하나.... 초월하다' 요부분 드레그 좌~악!
    워쪄 2~3년 더 참고 기다려야할텐데... 그래도 젤 미운시절은 지나간거네.

    • BlogIcon larinari 2018.05.29 07:38 신고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는데. 어젯밤에도 아주 꼴비기 싫음 한 바가지 추가했어요. 멀쩡해질 날이 있겠지요? ㅎㅎㅎㅎ



이 노래를 좋아하던 아이, 

우크렐레 들고 기타 들고 딩가딩가 '네모의 꿈'을 부르며 베짱이 놀음 하던 아이,

난생 처음으로 학원생이 되다.


이제 공부 좀 해봐야겠다며, 공부 하는 방법을 지난 기말시험 칠 때 처음 알알았다며

수학학원에 가야겠다고 하여 미루고 미루다 등록했다.

"이제 나도 진정한 분당 아이가 된 것 같아. 드디어 나도 평범한 분당 중학생이 되는군"


진정한 분당 중학생이 되어 하교 후 바로 학원 가서 8시가 다 되어 돌아왔다.

기특하고 짠하여 같은 반찬이지만 정성스레 담다보니 네모 반찬들이 줄을 섰네.

네모난 떡갈비, 네모난 깍두기, 네모난 두부.

그래도 리필해서 먹은 건 동그란 오이고추.


이랬던 현승이

이랬던던던던 현승이

네모난 학원 세상으로 떠나다!


네모난 침대에서 일어나 눈을 떠보면

네모난 창문으로 보이는 똑같은 풍경

네모난 문을 열고 네모난 테이블에 앉아

네모난 조간신문 본 뒤 네모난 책가방에

네모난 책들을 넣고 네모난 버스를 타고

네모난 건물 지나 네모난 학교에 들어서면

또 네모난 교실 네모난 칠판과 책상들

네모난 오디오 네모난 컴퓨터 TV

네모난 달력에 그려진 똑같은 하루를

의식도 못한 채로 그냥 숨만 쉬고 있는 걸

주윌 둘러보면 모두 네모난 것들뿐인데

우린 언제나 듣지 잘난 어른의 멋진 이 말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 해 지구본을 보면

우리 사는 지군 둥근데 부속품들은 왜 다

온통 네모난 건지 몰라 어쩌면 그건 네모의 꿈일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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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시가 나올 때가 된 것 같애.

곧 시가 한 세 편 정도는 나올 거야.

왠지 알지? 그래 시험이 다가오고 있어.

시험기간이 되면 왠지 시를 쓰고 싶고,

꼭 엄마랑 한 판 싸우고, 그러고 나면 시가 더 잘 써지고.

아, 대체 왜그러지?


분석쟁이 엄마가 왜 그런지 분석해본다. 일단 시험공부는 원래 싫은 것이다.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다보면 '그것'을 제외한 무엇을 하든 신나고 재밌을 것만 같다. 당연히 시험공부 외에 그 무엇이라도 하고 싶은 게 내남의 본능적 비딱 기질이다. 더 중요한 개인적인 이유가 있더라. 현승이는 '당위' 그것도 제 스스로 '의미'가 부여되지 않는 당위에 따르는 아이가 아니다. 범생이 기질도 있어서 시키는대로 하는 면이 없지 않지만 그것도 결국 제 스스로 '안해서 튀느니 적당히 해서 묻히는 게 낫다'는 식의 의미부여가 전제되는 경우이다. 시험공부에 있어 과목에 대한 선호 편차가 심하다. 좋아하는 과목은 열심히 해서 100점, 싫어하는 과목은 시간이 많아도 안하는 걸로. 그러니 시험기간 중 9시부터 공부 끝났다고 잠자리에 드는 일이 생긴다. 다음 날 시험에 '의미 없는' 과목이 있다면 손도 대지 않을 테니 공부할 게 없는 것이다. 이럴 때 엄마와 한바탕 전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전쟁 후에는 시를 쓴다.


또 하나, (우리 모두 나름의 편견 덩어리이지만) 공부에 대한 현승 군의 편견이 또 문제라면 문제다. 이런 편견이다. [공부 잘하는 것 = 인성을 포기하는 것, 시험성적 1등 = 학원 뺑뺑이 = 자유가 없는 불쌍한 삶] 이런 식이다. 스스로 인식하기도 하지만 무의식적인 부분에서 더 그렇다. 엄마와의 전쟁 후 딥토킹을 하며 내비치는 무의식적 편견이다. 공부와 친구, 성적과 인성을 양자택일의 문제로 ​이해하는 듯하다. 그리하여 공부 잘하는 아이 되지 않으려는 지향이 없지 않다.


다시 돌아온 시험의 계절, 어쨌든 시험공부를 시작했다. 며칠 밤 거실 탁자 차지하고 앉아서 끼적끼적 하다, 여기 참견 저기 참견, 공부 비슷한 것을 한다. 어젯밤에는 핫식스를 사다 마시더니 식구들 다 먼저 재우고 1시까지 혼자 공부하는 믿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스스로도 놀라운지 오늘 아침 이미 올백 맞은 느낌으로 들떴다. "엄마, 엄마가 기대하는 조건과 내가 기대하는 조건을 둘 다 만족시키면 어떻게 해줄 거야? 휴대폰을 어차피 바꿔줄 거 다 알아. 그래? 내가 정해? 흠...... 나를 엄청 대단한 애로 인정해줘. 너 정말 대단한 애구나! 이렇게" ㅎㅎㅎㅎㅎㅎ 그래서 이번 시험을 잘 본다면 현승이는 엄청 대단한 사람으로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어마어마한 조건이다. 


뭔가 이해가 될 듯 말 듯한 아래의 시는 중간과 기말고사 사이, 호시절에 나온 작품이다. 역시나 풍요 속에서 좋은 작품이 나오기는 어려운 것 같다. 엄마랑 싸우거나, 어떤 일로 깊은 빡침 없이 나온 시라서 그런지 살짝 작위적인 느낌도 있고..... (엄마가 이런 평 했다는 걸 알면 또 싸우게 될 텐데...... 뭐, 그러면 또 빡침 속에 좋은 시가 나오겠지. 캬캬) 암튼 사춘기 시인은 원한다. 바램은 쟁반을 키우라거나, 구슬이 좀 커야되지 않겠냐는 꼰대짓이 아니라 굴러다니는 구슬을 잡아줄 작은 손을. 다행히 엄마의 손이 보기 드물게 작으니 그런 손이 되어주도록 하보게따! 




분갈이



누구나 가슴 속에 쟁반 위 구슬을 품고 산다


저마다 구슬도 다르고 쟁반도 다르다


사춘기는 그 구슬이 마구마구 굴러다닐 때다


구슬을 멈추려면 쟁반을 잡지 말고 구슬을 바로 잡아줘야 한다


어떤 사람은 쟁반을 늘리고 싶고

어떤 사람은 큰 구슬을 원한다


나는 굴러다니는 구슬을 잡아줄

작은 손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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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우 2017.12.15 10:25

    아따 참말로! 이녀석 진짜. 아후. 증말. 구슬같이 귀여운 넘. ㅎㅎㅎ

    • BlogIcon larinari 2017.12.21 17:40 신고

      그러면 이모가 굴러다니는 구슬을 잡는 작은 손이 되어줘. ㅎㅎㅎ 난 이제 좀 질리기도 하고, 짜증나기도 하고. 더 이상 구슬을 잡아주기가 싫으니.



영화를 좋아하는 현승이는 금요일 밤엔 무조건 영화 한 편이다. ‘피아니스트(2002)’를 보고 나오더니 괜히 카펫을 발로 차고 심술이 난 것처럼 왔다 갔다 한다. 혼잣말인지 들으라는 말인지, “도대체 유대인들이 어떻게 하나님을 믿을 수가 있겠어. 그렇게, 그런 걸..... 그런 홀로코스트 그걸 겪고 어떻게 하나님이나 신 같은 걸 믿을 수 있어! 김주혁이..... 연예인이 한 사람 죽어도 우리가 그렇게 충격받고 그러는데..... 세월호에서 삼백 몇 명이 죽고 우리가 다 그렇게 힘들었는데..... 그렇게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그것도 그렇게 잔인하게 죽었는데...... 어떻게 하나님이든 부처님이든 종교라는 걸 믿을 수 있어” 했다. 곧 울어버릴 것처럼 울분에 차서 말했다. 무고하게 고통 당한 모든 사람이 아니라 그들에게 마음을 포갠 현승이 자신이 믿을 수 없다는 얘기인 줄 안다. 그런 하나님을 가슴으로 믿기는 어렵다는, 오히려 화가 치밀어 올라 견딜 수 없다는 뜻임을.  


별 말을 할 수 없었다.


꼭 계셨어야 할 순간에, 당신이 꼭 필요한 곳에 왜 계시지 않냐고 물을 수 있을 때 비로소 믿음이 시작되더라는 것을 말할 수 없었다. 어쩌면 그렇게 부재로만 현존 하시는지, 당신을 찾는 타는 목마름 속에 희미하게 드러내시는지, 울분에 찬 물음 속에 신앙의 길이 있더라고 설명할 수 없었다.



현승아, 엄마가 읽은 책에 이런 말이 나오는데...

하느님께는 증오나 폭력이 없으시다. 역사에서 모든 사건들이 일어나도록 절대적으로 허용하신다는 사실은 하느님께서 폭력적일 수 없으며, 징벌을 내리시거나 심지어 통제하시지도 않으신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만일에 하느님께서 폭력적인 분이라면, 나치의 홀로코스트를 폭력으로 막으셨을 것이다.-역자 주). 하느님은 종교재판의 고문이나 홀로코스트의 가스실을 막지 않으셨다. 하느님께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죽음, 우리들 자신의 실수, 심지어 악 자체를 이용하셔서 우리 모두를 온전한 생명으로 인도하신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재난으로 우리를 벌 주시지 않으며, 심지어 재난을 막지도 않으신다. 예수님은 태어나면서부터 눈먼 소경에 대해 "자기 죄 탓도 아니고 부모의 죄 탓도 아니다. 다만 저 사람에게서 하느님의 놀라운 일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요 9:3)라고 말씀하셨다. 하느님께서 완전히 사랑에 헌신하시는 것은 완전히 자유에 헌신하시는 것인데, 이것은 하느님께서 모든 강제와 통제를 포기하셔야만 했다는 뜻이다. 하느님은 분명히 경찰이 아니다. 이것은 하느님과 우리가 지불해야만 하는 큰 대가이며,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몸에서 잘 드러난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달리 행동하실 방법이 없으시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사랑 자체이시기 때문이다(요일 4:8, 16).

리처드 로어 <불멸의 다이아몬드> 중에서


어때? 알아 들어져? 실은 엄마인 나도 이 말을 알아들었다, 못 알아들었다 해. 알겠다가 모르겠고, 모르겠다 싶은데 조금 알겠고... 이렇게 비틀비틀 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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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1.16 22:35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larinari 2017.11.27 23:15 신고

      따져요, 따지고 따지다 보면 따순 그분의손을 제대로 잡을 날이 올 거예요. ^^



명목상은 학생, 중학생, 중2.

주업은 아이패드 들고 탁자 밑에 들어가 음악 검색, 영화 검색, 영화평 검색, 그리고 감상.

쟝르는 늘 예측 불가. 

오늘의 선곡은 이문세의 소녀.

아아아, 난 이 노래가 너무 좋아. 내 취향이야.


# 아빠 끼어들기

야아, 현승아. 아빠가 중학교 2학년 때 저 노래를 들으면서 시험공부를......


# 엄마 끼어들기

캬아, 현승아. 엄마는 대학교 1학년 때 저 노래를 들으면서 짝사랑 하던 어떤 남자를......


# 푸하하하, 이게 어떻게 되는 거야. 도대체?!


# 아빠의 소원

내가 다시 현승이 나이가 된다면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고, 기타를 치고, 

(현승 끼어들기) 자전거를 타고?

그렇지! 아, 너무 약올라. 김현승은 그걸 다 하고 있어.


# 엄마의 소원

현승아, 엄마가 바라는 건 딱 한 가지야.

방바닥에 널어 놓은 옷을 옷걸이에만 걸어줘.

그거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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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ary 2017.11.15 12:06

    예사롭지 않은 중딩이시네.. 이담에 무엇으로 우뚝 서게 될까 기대됩니다.
    바라보는 부모님은 만가지 마음일 수도 있겠다만.. 나에게두 이런 중딩 조카가 있어서리..
    반만년만에 블로그질을 개시하긴 했습니다만...

    • BlogIcon larinari 2017.11.16 09:20 신고

      지금 하는 걸 봐서는 그 무엇으로도 우뚝 서기는 어렵겠다 싶지만요..... ㅜㅜㅋㅋ

      일단 가열찬 물개 박수로 환영 드리고요, 뻔질나게 드나들겠슴미다!



살짝 열린 방문 틈사이로 보았다.

엄마 화장대에 앉아 거울을 들여다 보는 채윤이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낯설진 않은데, 언제 봤더라, 언제 본 표정이더라?

김채윤, 뭐 해?

그러자 특유의 입주면 근육만 활짝 벌어지는 부끄러운 웃음. 그리고 의외의 대답.

어...... 엄마 놀이.

그러고 보니 낯익은 그 표정은 어렸을 적 그분이 오실 때마다,

그분과의 대화에 빠졌을 때 힐끗 보았던 표정이다.

나이 열 여덟에 엄마 화장대 앉아서 엄마 놀이 하는 우쭈쭈쭈 우리 큰 애기.


클릭, 하면 그분 오시던 그 옛날의 한 순간




맹꽁이 열 마리 잡아 먹은 걜걜걜걜 하는 목소리에, 여드름 듬성듬성,

그리고 가끔 맥락 없는 버럭!

'나 키 또 컸어' 하면서 (벌써 따라 잡은) 엄마가 아닌 장식장과 책꽂이에 키 재는 중딩.

딴에는 클 만큼 컸고 세상을 알 만큼 아는 청소년,

웬만하면 '난 그냥 집에 있으면 안 돼?' 하는 중2 현승이다.

집에서 혼자 라면 끓여 먹겠다는 청소년을 삼고초려로 설득하여 냉면 먹으로 갔다.

친절하신 아주머니, 젓가락은 탁자 서랍에 있다며 아가용 포크 하나를 챙겨서 현승 앞에 놓아주셨다.

(뽀로로 플라스틱 젓가락 챙겨 가지고 다닐 걸. 킥킥)


나름 혼자 다 컸다고 세상 우습게 보는 사춘기 아들. 가만 앉아서 스타일 무너지고 속수무책 1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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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탄 풍경 15집 앨범이 나왔....다는 게 아니고,

자전거를 탄 질풍노도의 15세 아들 어쩌구 저쩌구 하는 얘기이다.


질풍노도의 15세가 자전거를 사랑하게 되어 다행이다. 

고마워, 너. 사춘기 아들과 함께 해줘서.


긴 연휴 중, 현승이는 1박2일 춘천 라이딩을 다녀왔다.

교회 자전거팀 집사님들, 전문가급 선생님들, 형아와 동생들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좋은 자전거를 사두고 몇 번 타지도 않았던 사촌형이 독일로 공부하러 떠났고,

그 좋은 자전거를 덥석 차지하게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자전거를 사랑했고, 마포 한강변을 사랑했던 소년이 있었다.

마포 한강과 자전거 타던 친구를 두고 떠나게 되었다. 안녕, 또 만나.  


상실감으로 텅 빈 가슴을 형아가 남기고 간 좋은 자전거가 채워주었다.

그래, 난 좋은 자전거가 생겼어. 슬퍼하지 말자.


분당에 둥지를 튼 첫날부터 자탄풍이었다.

자전거를 탄 질풍노도의 소년은 하루 한 두 시간을 길 위에서 보낸다.


소년이 '엄마, 나 자전거 타고 올게' 하고 바람처럼 나가버리면

엄마의 마음엔 휘잉 찬바람이 불었다.


엄마는 알지도 못하는 새로운 길을 아이는 달리고 있을 터이다.

뻥 뚫린 마음에 새동네의 새바람이 통과하며 휘익휘익 소리를 낼까.


마포 강변에 두고 온 친구들을 그리며 더욱 세차게 페달을 밟을까.

엄마를, 아빠를 원망하다 저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이 바람에 흩어질까.


자탄풍 15를 보는 엄마의 마음은 제멋대로 흘러가는 소설 한 편이다.

우이쒸, 이젠 자전거만 봐도 슬프고 죄책감이 들어.


아이에겐 엄마가 모르는 낯선 길이 있고

정면으로 마주한 바람이 있다.


춘천에서 자전거를 타고 분당까지 오는 길엔 미세먼지가 매우 나쁨이었고

황사 바람이 쌩쌩 불었다.고.했.다.


바람을 맞은 것은 자전거를 탄 아이이다.

엄마가 집에 죽치고 앉아 맞은 바람이란 오래 전부터 불던 고물상의 가위소리 같은 바람이었다.


아이는 바람을 몸으로 맞았고

엄마는 제 속에서 왔다리 갔다리 울려대는 가위소리에 오라가락 했다.


소년에겐 좋은 자전거가 있고

자전거를 타는 집사님, 선생님, 형아들이 있다.


엄마란는 제 속의 고물상이나 제대로 처리하면 될 일이다.

자전거를 타는 질풍노도의 열다섯 살 소년은 웬만한 바람 따위는 '질풍'으로 제압하고 있는 중이니.


아들의 네가지 없는 말과 행동에 '한 대 때릴까' 분노가 타오른다.

'노도'를 품은 열다섯 아들을 이겨 먹을 방법은 없다. 어른이 되는 필수 코스니 말이다.


아직 한창 티슈남이었을 적에 자동차 안에서 함께 들었던 노래를 듣는다.

너에게 난, 나에게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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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날이 장날이고,

우리 중딩 시험 끝난 날이 생일이고.

축하 파티에도, 선물에도 크게 관심이 없고.

그냥 없는 것처럼 지나가는 것에 제일 좋은 선물이겠으나.

케잌도 하나 생기고, 네 식구 모였는데 딱히 할 일도 없으니

생일축하 세러모니 합니다.  


착한 애도, 감성 풍부한 애도, 시(詩)심 충만한 애도 사춘기를 합니다.

한창 놀던 시절에 누나가 여동생 버전으로 지어준 이름

미은이 가 있고,

역시 그 시절에 누나가 질투와 얄미움 듬뿍 담아 불러줬던

김현망, 김형팡, 김덕삼. 이런 이름도 있었습니다.

중2 사춘기를 지나는 요즘에 아빠가 그에게 다가가 이름을 불러줍니다.

승.

야, 왜 이렇게 욱해? 욱하지 말고 얘기해.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자꾸 '욱'을 하기 때문에 세 식구는 이 눈치를 많이 봅니다

일례로, 시험이 끝난 날, 생일 당일이었습니다.

저녁은 아빠 스케쥴과 누나의 알바 스케쥴로 함께 식사할 날이 없어서

점심을 같이 하기로 합니다.

이게 무척 잘못된 결정이었는데 일단 등교할 때 미리 알려주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현승이 등교 이후에 아빠 시간 된다는 것을 알고 엄마가 갑자기 결정한 일이었다는 것.

또 하나의 잘못. 이것은 님 앞에서는 대역죄에 해당하는데

학교 앞에 가서 기다리다 서프라이즈로 차에 태우는 스케쥴이 된 것입니다.


이 상황을 선생님께서 얼마나 싫어하실지 알기에, 그분이 대노하실 것을 알기에

세 식구는 이미 엄청 쫄아있었습니다.

주차를 보이는 곳에 하면 안 돼. 누가 나가서 현승이를 부르면 제일 안 쪽팔려 할까?

엄마는 안 돼. 그렇다고 아빠도.... 그래, 채윤이가 가. 헌데 절대 호들갑 떨면 안 돼.

조용히 현승이 눈에 띄기만 하고 아는 척은 하지 말고, 차로 유인해.


이렇게 신중하게 접근했지만 선생께서 그냥 지나치실리 없습니다.

꽤나 하셔고, 대역죄인들은 눈치 보며 처묵처묵 했습니다.

이렇게 그분의 탄신일이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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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5.02 06:07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larinari 2017.05.03 22:01 신고

      감사해요!
      욱승이가 자꾸자꾸 욱을 하니까,
      제가 아는 세상에서 가장 온유한 성품을 가진 아빠인 욱승이 아빠도 더는 참지 못하고 욱욱 하려해서 걱정이에요. ㅋ
      그나저나 랜선 이모님께서는 언젠가 한국에 들어오신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 다시 돌아가신 거죠? 언젠가 한 번을 뵌 날이 있을 거라 기대하겠습니다. ^^

    • 2017.05.06 11:22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larinari 2017.05.08 09:32 신고

      에고, 아쉽네요!
      이번으로 부끄러움 털어내고 다음 번에 나오시면 꼭 뵙기로 해요.
      감사해요. ^^



토요일 오전, 강의가 있어 일찍 일어났다. 식구들 아침으로 꽁꽁 언 베이글을 꺼내다 밥과 미역국을 앉혔다. 고난주간 저녁 기도회로 긴장 풀 새 없는 일주일을 보낸 남편도 그렇고. 눈 떠 보면 엄마도 없을텐데 마른 베이글 조각 씹고 있을 아이들 생각하니 괜히 마음이 짠해졌다. 시간 여유도 있고 불려놓은 미역도 있어서 화장하는 사이사이 아침 준비를 했다.




그 많던 아침 잠이 주말만 되면 다 어디로 달아나는, 노인병 걸린 중2가 기침을 하셨다. 미역국 간을 보고 있는데 와서 백허그를 한다. '졸립긴 졸린데 엄마가 혼자 일어나서 혼자 밥 먹고 강의 가면 얼마나 쓸쓸할까 싶어서 나와봤어. 엄마, 강의 잘 하고 와.' 원조 티슈남 본능이 가끔 이렇게 중2의 삐딱한 열정을 뚫고 살아온다. '고마워, 우리 아들!' 동그란 엉덩이 토다토닥.




방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에 배꼽을 잡고 낄낄거리며 튀어 나온다. '엄마, 엄마. 오늘이 누구 생일인 줄 알아? ***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오늘이 김일성 생일이래. 큭큭큭. 그 생각이 딱 났는데 엄마가 미역국 끓이는 냄새가 나는 거야. 큭큭큭' 소파에 누웠다 다시 혼자 킬킬킬. 혼잣말을 하다 다시 킬킬. 아침 잠 없는 노인네 하나가 누워 계시는 것 같다. '김 노인, 오늘 김일성 생일이라 들떠서 다시 잠을 못 주무시는 거야?'




일정 다 마치고 들어왔는데 날씨가 아깝다. 늦은 오후지만 집 앞의 불곡산이라고 갔다 와야지 싶어 준비하다 '같이 갈래?' 했더니 김 노인 선뜻 따라나선다. 등산 시작하고 5분 만에 후회가 되었다. 김 노인, 입을 잠시도 놔두지 않고 투덜투덜 쫑알쫑알. 정상이 어디냐, 음료수를 사올 걸 그랬지 않냐, 조금만 쉬었다 가자, 난 도저히 못 간다, 지팡이 하나 구해서 짚으니 좀 낫다...... 이렇게 말 많은 할아버지는 처음이다.




실은 이 아들, 분당으로 이사 와 전에 없던 학구열을 붙태우고 계시는 중이다. 여차저차 하여 영어를 제대로 배우게 되었다.  '세상에 공부가 이렇게 재밌는 거 였냐'고 하더니 수학 학원까지 보내달라고. 다시 여차저차 고마운 만남과 만남으로 수학 공부도 하고 있다. 지난 화요일 세월호 3주기 연주회에 아빠는 못 가고 엄마만 가네 어쩌네 하고 있는데 '아, 나는 못 가는 거 알지? 학원 가야해서. 나는 못 가.' 라고 하더니 '와와와! 드디어 나도 이 말을 해봤다!!!!' (초등 저학년 때문에 가장 해보고 싶은 말이 '나 지금 학원 가야해서 못 놀아'였으니)




그렇게 딱 한 달 공부 좀 해보더니 김 노인, 벌써부터 걱정이다. 중간고사에서 100점 맞을까 걱정이다. 처음부터 100점 맞으면 엄마가 기대가 너무 높아질 텐데, 걱정이다. (100점 그렇게 쉽게 나오지 않는단다. 큐큐큐) 별 걸 다 걱정하는 김 노인이다. 하여튼 이 노인네 정상까지 가는 동안 하도 옆에서 투덜거려 산의 고도와 함께 혈압도 같이 상승했으나 잘 참았다. 손잡고 내려오는 길 '오늘처럼 우리 함께 있음이 내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사랑하는 나의 사람아 너는 아니 이런 나의 마음을' 노래가 생각났다. 마음 먹고 시작했으니 공부를 좀 잘 했으면 좋겠으나, 뭐 그저 이렇게 좋은 봄날 함께 걸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과분한 행복이다.


3년 전 오늘, 단원고 2학년 아들 딸들은 수학여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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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의 금요일 밤, 10시 30분.

라면을 끓이며.


"엄마, 그 있잖아. 학교에서 그런 거 많이 하잖아. 뭐 쓰는 거.

스트레스받을 때 어떻게 합니까, 이런 거.

책을 본다, 잔다..... 여기에 먹는다가 꼭 있거든.

나는 그걸 보면서 정말 이해가 안 됐어.

웃기려고 쓴 건가? 스트레스받을 때 먹으면 풀린다는 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요즘 조금 알겠어."


저녁 일찍 먹고,

우유 한 잔에 도넛도 하나 먹었는데.

10시 넘어 라면을 끓이며.


내적 공허감을 먹을 것으로 채우는 인생의 맛을 알게 된 아들.

그놈 키 클 놈일세!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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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 베이글과 매실차 한 잔 놓고 아들과 겸상. 그 짧은 시간의 통하는 대화)


현승아, 밖에 있는 자전거 지금 탈 수 있지?


왜? 오늘 자전거 타게? 안 돼, 오늘 타면 안 돼. 바람 빠졌을 거야.


저번에 너가 넣어 놨잖아. 괜찮을 거야.


아니라고, 확인해봐야 한다고. 지난번에 바람 넣어 놨는데 엄마가 안 탔잖아. 그새 바람이 빠져 있을 거야.


아니야, 얼마 안 됐잖아.


그래도 안 돼. 오늘은 타지 마. 이렇게 갑자기 얘기하지 말고 타기 전날에 꼭 얘기하라고. 내가 학교 갔다 와서 바람 넣고, 동네 한 바퀴 돌면서 이상 없는지 확인해볼게. 그다음에 타. 내일 타.


(어머, 오빠! 현승이, 넘나 멋진 남자. 으흐흐흐..... 감동)


알았지? 이따 학교 갔다 와서 해줄게. (감동하여 녹아내리는 엄마를 알아챔) 그러면 그 다음에....... 수고했다고 용돈 좀 두둑이 챙겨줘. 킥킥. 엄마, 내가 좀 계산적이지? 엄마한테 빌려준 돈도 꼭꼭 받아내고, 돈 계산이 정확하지?

'계산적'이란 말 배웠는데 그 설명이 딱 내 얘기 같애.


아냐, 니가 무슨 계산적이야. 오히려 그 반대지. 너는 이 얘기 하면 싫어하지만 너 친구한테 되게 비싼 선물 사주고 니 생일엔 결국 선물 못 받았잖아. 그래도 괜찮다고 했잖아. 예를 들면, 니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뭘 사주거나 선물할 때 아낌없이 쓰잖아. 계산적이지 않아.


하긴, 내가 특히 엄마한테 선물할 때는 돈을 팍팍 쓰지. 엄마, 나는 돈 모아서 선물하는 게 그렇게 싫어. 


그래, 누나랑 돈 합쳐서 엄마 아빠 선물하고 해도 결코 말 안 듣지?


뭐, 돈 모아서 선물해주면 고맙다고 받지만 그 선물에 여러 사람이 다 들어 있는 거잖아. 그냥 모두 고맙다 이렇게 생각하겠지. 혼자 선물 해야 진짜 내가 준 선물이고, 나 하나가 되는 거지. (나 하나가 되는 거지?!ㅎㅎㅎ)


글쿠나, 무슨 느낌인지 알겠다.



(이러고 나서 빛의 속도로 교복 입고 튀어 나갔는데.

이 아이 존재의 향기가 쉬 가시질 않아서 식탁의 텅 빈 앞 자리를 한참 바라보고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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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10.17 17:29

    이 어린 멋진 남자 오빠~ 사위 삼고 싶네ㅋㅋㅋㅋㅋㅋㅋ




휴일 아침 식사는 어차피 시간차 공격이려니, 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일어나는 대로, 식탁에 앉는 대로 각자 먹게 하는 것으로.

남편은 새벽회의 마치고 밖에서 먹을 테고,

꽃다운 채윤이 산발을 하고 나와 앉아 한술 뜨고 들어가고,

나는 친정에서 올케가 준 얼갈이배추 겉절이에 여유로운 혼밥이었다.

변성기 초입 현승이가 머리에 제비집 짓고 나온다.

실실 웃으며 나온다.


아놔, 엄마 내가 지금 어떻게 깼는줄 알아? 엄마 김치 씹는 소리에 깼어.

촥촥촥촥, 아주 그냥 리듬이 딱딱 맞아요.


아, 진짜?(부끄부끄. 무슨 생각이었던가? 암튼 밥이고 김치고 꼭꼭 씹으며 뭔가에 골똘했던 것 같다)


그런데 좋았어. 흐흐흐. 아, 우리 엄마가 참, 사람답게 사는구나!

뭐 이런 생각? 큭큭큭. 이런 생각이 들었어.

김치를 촥촥촥촥 씹는 소리가 뭔가 인간적인 어떤 느낌, 뭐랄까 그렇게 좋았다고.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어? 큭큭큭.


그러더니 저녁 준비하는데 옆에 와서 다시.

큭큭큭. 엄마 아까 아침에 김치 씹는 소리..... 큭큭큭.

인생을 씹는 소리랄까?

참, 사람다운 소리였어. 큭큭큭큭.


(무식하게 쫙쫙 겉절이 씹는 소리에서 인생을 발견하는 너란 중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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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예뻐하시는 할머니들 있잖아.

재활용 쓰레기 정리하시는 할머니랑 저기 빌라 주차장에 앉아 계시는 분들.

나만 보면 (성대모사 돌입) '에이구, 이뿌게 생겼어. 참 이뿌게 생겼어'

이러셔.

자꾸 그러시는데 내가 가만히 지나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뭐라고 말을 할 수도 없고.

매일 민망해 죽겠어.


안 봐도 훤하지.

'헤~' 하면서 지나가겠지.


아냐. 엄마가 몰라서 그래. 나 옛날처럼 그렇게 헤.... 말 못하고 그러지 않아.

나 요즘에는 어른들한테 싸가지 없게 많이 해.

엄마가 생각하는 거랑 많이 달라.


아, 싸..... 싸가지?!

글치. 그건 좀 니가 많이 상실했지.

내가 알지. 

하하하하 엉엉엉엉.


밤에 배고프다며 베이글에 크림치즈, 참치, 양상치 있는대로 다 넣고 

우적우적 먹더니.

먹다가말고 또 뇌가 급 뒤집어지더니 엄마랑 싸우자고 달려들더니.

그러니까 왜 엄마 아빠 결정에 내가 따라야 하냐고오~!!!!!!

내 감정이나 의견은 결국 다 무시되는 거잖아아~!!!!!!

흥분을 하더니. 흥분한 중에.....

다 먹고 나더니 휴지로 식탁에 떨어진 부스러기 줍고.

물티슈로 다시 식탁 닦으면서 입으로는 '네가지' 없는 말을 막 쏟아내더라.


사춘기에는 뇌가 뒤집어진다고.

확실이 티슈남 현승이의 뇌가 아닌 것 같긴 한데.

아무리 뒤집어져도 변할 수 없는 것이 있지, 싶기도 하고.....ㅎㅎㅎㅎ


그래서 찾아본 오래 전 그날 사진과 에피소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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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서 채윤, 현승과 함께 뒹굴고 있던 어느 날.

채윤이 폰이 울렸습니다.

'여보세요' 하더니 '네? 아, 네에~~~에' 길쭉한 몸을 베베 꼬면서 방으로 들어갑니다.

통화를 마치고는 꼬인 몸이 상당히 덜 풀린 상태로 나와서 수줍게 말합니다.

중등부 쌤인데.... 중등부 수련회 때 나 간증하래.

뭣? 간증? 니가 무슨 간증?

그러니까. 내가 못한다고 하니까. 간증이 아니라 중등부 애들이 원하는 거래. 목사님, 선생님들 말씀 이런 거 말고 선배들의 얘기를 듣고 싶다고.

그럼 니가 가서 무슨 얘기 하려고? 할 거 있어? 하고 싶어?

어..... 음...... 하고 싶어. 그래서 한다고 했어.

그래. 뭐, 안식년 얘기를 해도 되고 네 얘기 하면 되겠네.


바로 이 순간!

망부석 같은 어떤 존재. 눈빛만은 뜨거운 어떤 존재가 등 뒤에서 느껴졌습니다.

뒤에서 그대로 몸은 얼어버렸지만 눈빛만은 포스작렬인 현승이가 서 있습니다.

나 수련회 안 가. (아, 현승이는 중등부입니다)

뭘 수련회를 안 가? 무슨 말이야?

생각해 봐. 누나가 중등부 수련회 오는 것만으로도 쪽팔린데, 간증까지 해봐!

친구들이 니네 누나야? 이러고 나한테 집중하면?! 나 수련회 안 가.


채윤이는 후배들 앞에서 간증한 생각에 들떴는데

현승이는 나대는 누나 때문에 수련회도 못 갈 지경이 되었습니다.

수련회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늘 최종적으로 말했습니다.

나는 누나 간증할 때 화장실에 가 있을 거야. 들을 수 없어. 못 듣겠어.



채윤이와 현승이 누가 틀린 게 아니고 다른 겁니다. 그렇구 말구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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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뮨진 2016.07.26 00:40

    에공 사춘기스럽네요;-)

  2. BlogIcon happyyeji 2016.07.29 23:51 신고

    현승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네요 ㅋㅋ

    • BlogIcon larinari 2016.07.31 22:32 신고

      이해가 되기는 해요. 그런데 저도 채윤이 꽈라.... 살짝 오글거릴 수 있겠지만 뭐 그렇게까지 민감하게? 싶다는. ㅋ

  3. 2016.07.30 13:53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larinari 2016.07.31 22:33 신고

      오늘 수련회 갔어요. 아마도 그 시간에 밖에 나갈 용기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듣게 되었다,에 500원 걸겠어요. ㅋㅋ

  4. 2016.07.30 13:56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larinari 2016.07.31 22:36 신고

      오, 한국에 오시는군요! 출산하러 오시나요? 언젠가 댓글에서 약속한 것처럼 얼굴 마주하고 커피 한 잔?^^

      제보 감사해요. 아닌 게 아니라 댓글에 사진 올릴 수 없는 것이 참 아쉬워요. 덕분에 홈페이지 들어가서 봤구요. 책소개를 너무 마음에 들게 써주셔서 블로그에 한 번 자랑해야겠어요.




중학교 와서 첫 시험으로 기말고사 중인 현승이.

첫날 시험을 마치고 내일 수학과 체육 시험을 앞둔 밤.


나아~를 고를 때면 내 눈을 바라봐 줘요

나는 눈을 감는 법도 몰라요

가난한 그대~애 날 골라줘서 고마워요

수고했어요 오늘 이 하루도


딩가딩가 루시드폴 딩가딩가 고등어 딩가딩가 버스커버스커 딩가딩가 여수밤바다

딩가딩가 김창완 딩가딩가 안녕내작은사랑아 딩가딩가 신해철 세월이흘러가서


기타를 치다, 음악을 듣다.... 저러고 있다.

어떡하지?

뭐라고 한두 마디 하면.

'공부했다고, 다 했다고.'


'아니, 현승아. 다 했다는 느낌 알겠는데. 직관형(N)식으로 맥락을 이해했다고 끝내지 말고. 감각형(S)식으로 깨알같이 달달달 외워야 시험을 잘 본다니까. 의미가 없어도 일단 외워. 그렇게 외우지는 않았잖아.'

'알았어. 그럼 조금만 더 하고 나올게' 라며 들어갔는데......

어느 새 보니까 또 기어 나와서,

딩가딩가 딩가딩가 딩가딩가 딩가딩가.


'엄마, 내가 나중에 커서 유명한 사람이 되면 자서전에 그렇게 쓸게. 김현승은 어렸을 적부터 뭔가 달랐다. 남들 다 공부하는 시험기간에 기타를 치며 놀았다.'


하긴, 뭐든지 시험 기간에 하는 게 제일 재밌지.

원고 마감 코 앞일 때 블로그 포스팅 하는 맛이 쫄깃쫄깃 하지.

그래, 시험 기간인 넌 기타 치고 놀고.

할 일 많아 죽겠는 기간인 엄마는 PPT 화면이고 한글 화면이고 일단 다 내리련다.

블로그질이나 또 한 번 해보자.

인생 뭐 있어!


(어쨌든 너 내일 시험 점수만 나와봐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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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7.01 12:48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larinari 2016.07.03 13:22 신고

      네, 뭔가 다르긴 달라서 엄마는 죽갔어요.
      사춘기까지 오시니 더욱 가관이랍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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